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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느끼자

김유진 |2009.03.25 19:09
조회 132 |추천 0


누가 나를 쳐다보면

나는 먼저 나를 두 개의 나로 분리시킨다.

 

하나의 나는 내 안에 그대로 있고

진짜 나에게서 갈라져나간 다른 나로 하여금

내 몸 밖으로 나가 내 역할을 하게 한다.

 

내 몸 밖을 나간 다른 나는 남들 앞에 노출되어

마치 나인듯 행동하고 있지만 진짜 나는 몸 속에 남아서

몸 밖으로 나간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하나의 나로 하여금 그들이 보고자 하는 나로 행동하게 하고

나머지 하나의 나는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때 나는 남에게 '보여지는 나'와

나 자신이 '바라보는 나'로 분리된다.

물론 그 중에서 진짜 나는

'보여지는 나'가 아니라 '바라보는 나'이다.

 

남의 시선으로부터 강요를 당하고 수모를 받는 것은

'보여지는 나'이므로 '바라보는' 진짜 나는 상처를 덜 받는다.

이렇게 나를 두 개로 분리시킴으로써 나는

사람들의 눈에 노출되지 않고

나 자신으로 그대로 지켜지는 것이다.

 

 

슬픔. 그렇다.

내 마음속에 들어차고 있는 것은

명백한 슬픔이다.

 

그러나 나는 자아 속에서 천천히 나를 분리시키고 있다.

나는 두 개로 나누어진다.

슬픔을 느끼는 나와 그것을 바라보는 나.

 

극기훈련이 시작된다.

'바라보는 나'는 일부러 슬픔을 느끼는 나를

 뚫어져라 오랫동안 쳐다본다.

 

찬물을 조금씩 끼얹다보면 얼마 안 가

물이 차갑다는 걸 모르게 된다.

그러면 양동이째 끼얹어도 차갑지 않다.

 

 

슬픔을 느끼자,

그리고 그것을 똑똑히 집요하게 바라보자.


 

 

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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