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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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알고리즘
피터 셍게가 쓴 제5경영의 The laws of the fifth discipline에 나오는 "현재의 문제들은 과거 해결책의 산물이다"란 말을 과장해서 그림으로 그려 보면 아래와 같다. 무질서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을 문제해결로 볼 수가 있겠고 그런 문제해결 과정이 무질서화를 야기케 하는 문제발생의 원인이 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 아래와 같은 짜증나는 무한 순환 패턴이 반복되게 된다.
물론 시스템 사고라는 프레임을 통해 구조를 관통하는 입체적 시각을 갖고 깔끔한 문제 해결 방법을 추구한다면 위와 같은 악순환 패턴을 방지할 수 있겠지만... 왠지 질서와 무질서는 원래 하나였고 서로가 서로를 머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질서와 무질서라는 개념의 구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과연 질서와 무질서에 대한 균형 잡힌 감각을 갖고 있는가?
인간은 천성적으로 연역적 추론보다는 귀납적 패턴 인식에 더 강하다. 은유/유추에 기반하여 예전 패턴에 새로운 패턴을 대입시키는 능력과 불완전한 정보들로부터 러프하게라도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빈칸 채우기 능력은 연역적 추론에 강점을 보이는 현존 컴퓨팅 시스템이 따라가기 어려운 인간이 가진 고유 능력이다. 인간은 복잡하게 펼쳐지는 원인-결과 사슬을 접할 때, 컴퓨터처럼 논리적 계산을 수행하는 것보다 뇌에 큰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복잡계스런 상황을 극도로 단순화/파편화시키고 저 차원적 문제로 홀랑 환원시켜버리는 본능적 사고 패턴을 갖고 있다. 알기 쉬운 인과관계로 현상을 파악하고 그런 인과관계로 구성된 이야기를 쉽게 기억하면서 단순 무식했으면 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규칙/질서를 무의식적으로 추구한다. 어떻게 해서든 연관과 패턴을 찾고 그 패턴 속에서 편하게 살아가고 싶어한다. 인간은 제 아무리 새로운 상황을 맞이해도 기존의 경험과 지식으로 그럴싸한 해석을 해내고 마는 뛰어난 유추 능력을 갖고 있다. 인간은 규칙화/패턴화의 대가이고 본능적으로 우연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인간이 뇌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 단순 무식한(^^) 귀납적 패턴 인식을 선호하는 이상,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들어 가는 '질서'는 대부분의 경우, '무질서'와 그리 다르지 않은 깔짝깔짝거림에 불과할 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질서는 인간의 패턴인식 체계의 불완전함의 영향을 그대로 받을 수 밖에 없는 인간 마음 속에서만 편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가상 질서에 불과하다. 인간 뇌 속에서만 예쁘게 작동하는 질서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개그스러운 순환 공식이 성립하는 것이겠다.
그 동안 질서/규칙/패턴이라고 믿어 왔던 것들을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거기서 발견되는 규칙화/패턴화의 모순과 허점 속에 기회가 존재하는 것 같다. 질서는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냥 인간 맘 속에서만 존재하는 가상 그 자체일 뿐이고, 결국 우리가 사는 세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돈만이 존재하고 우연만이 지배하는 곳인지도 모른다.
혼돈과 우연.
그 속에서 허점 가득한 짝퉁 질서를 만들어 내고 어수룩한 패턴과 규칙을 절단/채취하면서 뇌를 만족시키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모습인지. 혼돈과 우연에 대해 가져 왔던 선입견을 버리고 혼돈의 힘과 우연의 아름다움을 인정해 나가는 노력이 이제부터 필요한 것인지도. 인간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주는 뇌 메커니즘이 생존/안전에만 집중하면 할수록 인간은 뇌 알고리즘이 갖고 있는 한계 속에서 기계적인 오류를 반복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질서.. 그런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아직도 원시시대를 살고 있는 뇌가 생존과 안전을 위해 만들어낸 가장/가상 현실이 질서인지도 모른다. 그건 생존과 안전 상태를 넘어선 맥락에서는 지속적인 가치를 발현하기 어렵고 수시로 재고/폐기 처분되어야 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