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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찾아온 +1의 미학

백은숙 |2009.04.03 16:43
조회 93 |추천 0
경제적으로 풍족해지면, 적당히 연륜이 쌓인 나이가 되면 우리는 나보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을까?
사람들은 늘 지금은 여유가 없어 그러지 못한다고 말한다. 다른 이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것은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힘 빠지고 우울한 요즘,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좀 더, 한 번 더 마음을 쓸 일이다.


요즘은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막막합니다. 마주한 사람들의 입에 오르는 화젯거리는 매번 똑같네요. “앞으로 어떻게 되려고 경제가 요 모양일까? 사는 게 이렇게 힘든 건 생전 처음이라니까.”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은 할머니는 고단한 삶으로 휜 허리를 억지로 곧추세우며 긴 한숨을 쉽니다. 순식간에 덮친 풍랑에 휘둘리며 이리저리 떠밀리던 IMF 시절, 그래도 그때는 ‘ 해보자’는 우리들끼리의 암묵적인 약속이 있었던 것 같아요. 숨이 턱턱 막히게 고통스럽기는 해도 금세 지나갈 거야 하는. 그래요, 그때는 갑자기 찾아와 몸을 움찔하게 만드는 반짝 추위 같은 거라는 믿음이 있었으니까요. 경제 정책의 실추로 인한 책임을 ‘고통 분담’이란 멋스런 단어로 애써 치장하려는 이들이 있어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내심 우리 모두는 기꺼이 아픔을 나눠 갖겠노라 다짐했었잖아요. 내가 아픈 만큼 내 이웃도 그만큼 힘들겠거니 하는 애틋한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싶어 겁이 납니다. 옛날얘기하며 호기롭게 ‘그래, 그런 적도 있었지’ 하며 지난날을 곱씹을 날이 올까 해서요. 노력해봤자, 열심히 달려봤자 더 나아질 희망이 없다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네요. 어딘가 내 발이 닿겠지 싶은 곳이 희미하게라도 비쳐야 걸어보겠노라 다짐하는 거 아니겠어요. 온기가 남아 있던 마음도 식어만 가요. 내 상처가 제일 쓰려서 호호 부느라 이젠 옆 사람이 눈에 들어오질 않습니다. 귀한 자식 대학 공부시키는 일도 자신 없어지는 판국에 말이에요. 어린아이처럼 물어보고 싶습니다. “몇 밤만 더 자면 다시 행복이 찾아오나요?”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 사랑이란 말이 발에 차이는 돌멩이처럼 흔한 세상입니다. 진심 없이 팔랑거리는 깃털처럼 제 맘대로 옮겨 다니고 부서져버리고 마는 가벼움이랄까. 숱한 선행으로 이름이 알려진 가수 션이 아내에게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하겠노라는 편지를 썼다는 얘기에도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더’라는 말이 오래도록 가슴을 칩니다. 오래도록 바라보게 합니다. 덜어내는 일이야 어렵지만 더하는 일은 쉽지 해도 매일매일 더 사랑하며 살 자신, 당신은 있으십니까? 다른 이를 향한 양보, 배려, 용서, 애정, 연민, 보살핌…. 그런 마음이 통장에 또박또박 찍히는 이자처럼 늘어갈 수 있을까. 아이가 학원 한 군데 더 다니면 좋겠다 싶었고, 남편 월급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 말고 또 다른 마음을 품을 수 있을까?
계산 없이 마음을 나누는 일은 오히려 자기 자신을 풍성하게 만드는 신기한 일이라 합니다. 위로의 말을 건네면서 사실은 어느새 자신도 도닥거림을 돌려받고 있고요. 사소한 말과 행동으로 나와 상대가 잠시 따뜻해질 수 있다면 또 한 번 힘든 시기를 견뎌낼 기운이 채워지지 않을까요. 내 것을 나누라는 것도, 빼앗기라는 의미도 아닙니다. 수백 번, 수천 번 사용해도 닳지 않는 말 한마디면 충분한 걸요. 잠깐의 도닥거림이 절망에 빠진 우리를 다시 살게 하는 엄청난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답니다.

빈 화분에 작은 꽃씨 한 알을 떨어뜨립니다. 흙의 영양분 담뿍 받아먹고 달큼한 빗물도 꿀꺽꿀꺽 삼킵니다. 햇살 아래 기분 좋은 일광욕을 느긋하게 즐깁니다. 비로소 어느 날 꽃씨는 꽃이 됩니다. 흙이, 빗물이, 햇살이 더해져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피워냅니다. 우리는 언젠가 꽃을 피울 씨앗인 동시에 누군가에겐 흙이고 빗물이고 햇살입니다.
마음속 깊은 곳이 간질간질해지는 계절이에요. 아마도 우리는 조금 더 사랑할 준비가 되었나 봅니다.

 

사람의 말에도 온도가 있다
말은 얼굴이 여러 개라고 합니다. 동글동글한가 하면 날이 선 칼처럼 날카로운 모습도 있습니다. 칼자루를 쥔 자신만이 말의 얼굴을 결정할 수 있답니다.
… ‘그래, 네 말이 맞아’ 상대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친다. 공감은 불안함에 떠는 마음을 평온하게 가라앉힌다. 긍정적인 사인을 받은 사람은 용기와 의욕이 생긴다. 자신만 외롭고 두려운 건 아님을 깨닫기도 한다.
…‘너니까 믿어’ 신뢰가 담뿍 담긴 말은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고, 능력 이상의 것을 발휘하게 만드는 동기 부여 효과가 있다. 실제로 부하 직원을 혼내기보다 칭찬하고 격려할 때 훨씬 좋은 성과를 나타낸다.
…‘괜찮아’ 자신의 허물에는 한없이 관대하다가도 남의 실수는 좀처럼 용납이 안 될 때가 있다. 사소한 잘못은 기분 좋게 용서해주고, 약간의 불편이라면 잠시 기다려주자. 생각해보면 화낼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내가 있잖아’ 사람은 서로 기대어 살게 만들어진 존재. 좌절에 빠진 상대에게 든든하게 선 버팀목이 있음을 알게 하면 다시 일어설 이유를 찾게 된다. 튼튼하게 일어선 상대와 나는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
…‘내가 잘못했어’ 사람들이 가장 인색한 말 중 하나.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려면 용기가 필요할 뿐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니다. 어색한 사이를 화해시키고 평온한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꼭 필요한 말이다.
…‘예뻐요’ 상대가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내게 하기는 싱거울 만큼 쉽다. 옷차림이나 얼굴 표정, 상대의 반려동물 등 무엇이라도 칭찬한다면 상대는 어린애처럼 흐뭇함을 느낀다.
…‘네 생각은 어때?’ 상대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돕고 싶다면 봄비와도 같은 이 말을 기억하자. 상대를 존중하는 말은 서로 동등하고 평화적인 관계를 만들어준다.
…‘고마워요’ 사람이 사람다운 순간은 고마움을 진실로 느끼고 표현하는 때인 것 같다. 혹 받기에만 익숙해 얄미운 사람이 되진 않았는지, 심지어 고마워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본다. 감사할 일이 내 주변에서 늘 일어나고 있다.
…‘잘 될거야’ 보이지 않는 미래를 앞에 둔 이에게는 긍정적 에너지를 한껏 모아준다. 누군가의 시작을, 도전을, 노력을 인정해 주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하나와 하나가 더해져 둘이 아닌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법이다.
…‘우리 함께 해보자’ 우리라는 단어는 결속력을 높여주는 힘이 있다. 관계 맺음이 어려워지는 각박한 시대에는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 심리적인 안정을 주기에 필요한 말이고, 관계다.

 

작은 몸짓이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다
말이 아니라도 마음을 전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말보다 눈빛이나 작은 행동들에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면 실천해보세요.
…눈을 맞추고 웃기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진다고 한다. 가식적인 미소는 상대에게 상처나 불쾌감을 줄 수도 있지만 진심을 담아 즐거운 기분이 전달되도록 활짝 웃어보자. 자신의 기분도 한결 나아짐을 느끼게 된다.
…어깨 토닥이기 밤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아들의 어깨를 꽉 잡아주는 아버지. 아들은 그 손길에 담긴 아버지의 마음을 다 느낀다. 격려와 위로, 용기를 전하고 싶다면 상대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거나 쥐었다가 놓는다.
…슬쩍 안아주기 열 마디의 말이나 의사의 처방약보다 한 번의 포옹이 상처를 낫게 한다. 스킨십은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기에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다. 아이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안아주건만 정작 배우자나 부모님은 언제 안아주었던가.
…문자 메시지 보내기 연말연시나 생일 등 특별한 날의 문자는 식상하다. 뜻하지 않은 선물처럼 힘을 주는 메시지를 담는 문자나 메일, 쪽지 등을 보낸다. 말로 표현하기 쑥스러운 사람들이 마음을 전하기 위해 활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마중 나가기 집으로 돌아오는 가족을 마중 나가 기다려본다. 남편, 아이의 가방을 들어주며 ‘힘들었지’ 한마디 건네면 그들의 피로가 날아간다. 자신을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으면 살맛이 난다. 돌아오는 길은 소박한 데이트가 된다.
…커피 한 잔 더 뽑기 자판기 앞에 섰을 때 아는 이가 지나가면 한 잔 권해보자. 열심히 사는 누군가의 책상에 차 한 잔 올려도 보자. 상대가 내게 이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해도 작은 것을 나누는 게 정이다. 단돈 몇백 원이면 충분한 일이다.
…최고의 선물주기 상대가 평생 쓸 물건이라면 존중의 마음을 담아 최고로 선물한다. 최고란 최고 가격이 될 수도, 정성이 담긴 것일 수도, 상대가 기뻐한다면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
…음식 나누기 이사온 집이 이웃들에게 떡을 돌리는 일을 이젠 찾기 어렵지만,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 일은 의미가 깊다. 그 안에서 정을 나누고 생활을 나누게 되며 나아가 서로의 힘겨움을 분담하기도 한다. 한번쯤 남편에게 간식 도시락를 들려보내고, 이웃집에게 알굵은 과일 몇 개 전달해 본다.
…같이 하기 사랑하는 상대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행동은 같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란다. 수다든 운동이든 서로 시간을 나누며 공동의 무엇을 해나가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용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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