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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아홉번째이야기)

박주호 |2009.04.09 11:54
조회 17,731 |추천 87


기분좋은 모임이었습니다

적어도 여자에게는요

남자친구와 그의 친구들 선배들 다같이 함께 한 저녁식사

다들 그녀를 좋아해주었고 그녀의 남자친구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죠

아 이런 복받은 인간 절대 제수씨 놓치지 마라

내내 웃는 얼굴을 유지하느라 얼굴근육이 좀 피곤하긴 하지만

어려운 시험을 끝낸 듯 기분좋은 피곤함

여자는 남자친구에게 너그럽게 말합니다

"오늘은 그냥 나혼자 집에 갈게

지금 우리집 가면 지하철도 끊어질 거고 너 피곤하잖아"

헌데 여자가 이렇게 말하자 남자는 "그래" 합니다

그리곤 정말 뒤를 돌아서 저벅저벅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뭐 객관적으로는 이상한 대화가 아니죠

 

"피곤하니까 혼자 갈게"

"그래" 그리고 "안녕"

하지만 두사람 사이에서 이런 대화는 있을 수가 없습니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한번도 없었죠

"너 피곤하니까 나 오늘은 혼자 갈게"여자가 말하면 

"아니야 누가 잡아가면 어떡해"남자는 대답하고  

"아우 누가 잡아간다고 그래 "여자가 또 말하면

"넌 예뻐서 혼자 가면 안돼 "남자가 또 말하고

그렇게 한참을 싸우는 척 하면서 놀다가

결국 누구 한쪽이 못 이기는 척 양보를 해야 끝나는 작은 실랑이

이른바 이별놀이는 두사람에게 공식과도 같은 거였거든요

 

그런데 지금 여자의 한마디에 두말도 없이

뒤돌아서 걸어가는 남자의 뒷모습 

여자는 황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자기 입으로 가라고 해놓고 간다고 화를 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가자니 그것도 말이 안되고

여자는 화가 날 것도 같고 눈물이 날 것도 같고

어쩔 줄을 몰라서 자리에 서있는데

저만큼 걸어가던 남자가 갑자기 뒤를 확 돌아봅니다

여자가 아직 있다는 걸 발견하더니 좀 안도하는 표정

그리곤 살짝 멈칫거리다가 이쪽으로 다시 성큼성큼 걸어오죠

그제야 남자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남자의 볼은 언제부터인지 띵띵 부어있습니다

이남자 띵띵 부은 볼을 한참 씰룩거리더니 이윽고 한다는 말

"야 넌 인기 많아서 좋겠다

왜 집에도 내 친구들한테 바래다달라고 그러지

아까 보니까 아주 너 좋아죽더라 그렇게 웃기냐?"

이런 상황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이 있습니다

"너 지금 질투해? 무슨 남자가 그렇게 쫀쫀해?"

이런 말들

반면 이런 상황에 도움이 되는 말도 있죠

"니 친구들이니까 내가 일부러 더 웃은 거잖아

나 억지로 웃느라고 입이 다 아프다 뭐 "

또박또박 따지기 시작하면

이남자 정신연령이 몇살일까 한심해지기 시작하면

사랑이 피곤해집니다

충돌이 예상되죠

매번은 곤란하지만 한번은 귀엽게 넘겨줘야 할

질투의 화신과 너그러운 여신의

 

사랑을말하다

 

 

 

-사랑을말하다 푸른밤-

 

 

 

 

추천수87
반대수0
베플박주호|2009.04.09 11:57
사랑을말하다 예전글 전부 보고싶은 분들은 왼쪽 위에 제목밑에 보시면 작성자 있거든요 그옆에보시면 관심작성자 등록이라고 있습니다 그거 등록하시면 예전글도 모두 보실수있어요. 즐거운 하루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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