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한국의 소비자 유형 2편] 디지털 서비스의 성공과 소비자 심리: 누가, 어떤 서비스를, 무엇을 위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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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31일 / 삼성
G마켓의 성공 비결, 네이버의 시장점유율 1등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왜 세계 최고의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베이(e-bay)나 구글도 한국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바로 한국의 사이버 공간에서 생활하는 한국 디지털 소비자들의 특성과 심리에 있다.
한국 디지털 소비자들의 특성과 심리는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디지털 소비는 물론, 현실 공간에서의 현상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편(12월 24일 게재)에서 알아본 여섯 가지 한국의 디지털 소비자 유형의 특성이 실제로 어떻게 반영되는지 살펴보자.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란?
우리는 과거의 성공 조건, 또는 성공 사례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성공하는 마케팅을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는 많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왜냐하면, 성공을 이루는 조건이 이미 다르고, 또 성공한 그들과 내가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그것은 나의 상황에 맞는 나만의 성공 비법을 찾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 디지털 시대에서 새로운 디지털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제 산업화 시대에서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공식이나 비법이 아닌 디지털 시대의 성공 비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자 하는 기술자나 기획자, 또는 새롭게 나오는 디지털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성공적으로 제공하고자 하는 마케터들의 공통적 고민이다. 그렇다면, 소비자 심리와 행동에 초점을 두어 디지털 서비스의 성공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의 성공 사례
G마켓이 클까, 옥션(Auction)이 클까? G마켓이 훨씬 크다. 그런데, 한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옥션은 G마켓보다 시장을 선점했다. 심지어, 세계 최고의 전자상거래 회사인 이베이(e-bay)에 의해 M&A가 되었으니, 아마 전자상거래에 관한 세계 최고의 비법을 보유한 회사일 것이다. 그럼에도, 옥션은 현재 한국 시장에서 G마켓만큼 성공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G마켓의 사장과 회사 직원들이 잘해서 이런 결과가 생겼을까? 옥션도 손놓고 있지 않았을 것이니, G마켓의 성공 비법은 다른 곳에 있을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한국 소비자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그것에 맞는 마케팅 전략과 운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소비자들이 가진 디지털 소비 성향은 무엇일까? 다른 예들을 조금 더 살펴보자.
한국의 대표 인터넷 포털인 다음(Daum)과 네이버(Naver) 중 어떤 쪽의 시장점유율이 더 높을까? 네이버가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인다. 하지만, 5년 전만 해도 다음이 훨씬 높았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검색 포털은 미국의 구글이나 야후다. 그런데, 이 두 회사는 한국에서 그다지 큰 인기를 끌지 못한다. 왜 그럴까?
네이버 관계자에게 물어 보았다. 네이버가 어떻게 해서 한국에서 최고의 시장점유율을 가질 수 있게 되었냐고? 그는 네이버의 검색엔진이 좋아서 그렇다고 했다. 그렇다면, 구글의 검색 엔진이 네이버보다 떨어질까? 그렇다고 믿고 싶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어쩌면 네이버는 정작 자신들이 왜 한국 시장에서 1등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모르고 있지 않을까? 이런 상황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아마 5년 후에 네이버가 아닌 다른 포털 사이트가 한국 시장에서 현재 네이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할 수 있게 된다.
G마켓의 성공 비결, 네이버의 시장점유율 1등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왜 세계 최고의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베이나 구글도 한국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바로 사이버 공간에서 생활하는 한국의 디지털 소비자들의 특성과 심리에 있다. 그런데, 이것이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디지털 소비와 관련된 문제일까? 안타깝게도 이것과 유사한 현상들은 사이버 공간뿐 아니라 현실 공간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사회·문화현상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소비의 속성
한동안 미국드라마(미드)의 인기는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프리즌 브레이크'나 ‘CSI'를 보았거나 그 인기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왜 사람들이 이러한 미드를 볼까? 당연히, “재미 있으니까!” 주인공이 잘생겨서 본다는 사람도 많다. 그럼 왜 미드가 인기일까? 미드뿐 아니라, ‘무한도전'이나 ‘1박 2일'과 같은 리얼리티 쇼라는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는가? 이들 프로그램은 열풍이라고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디지털 서비스의 성공, 미드나 무한도전과 같은 TV 프로그램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궁금할 것 같다. 그렇다면, 또 이런 질문을 해야 할 것 같다.

혹시, 이전에 사이버 가수 아담, 또는 사이버 캐릭터를 아는가? 인터넷이 확산되던 1990년대 후반에는 이런 것을 만드는 일이 유행했었다. 인물 좋고 노래 잘하는 사이버 가수 아담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대박은 커녕 완전 쪽박이었다.
왜 사이버 가수는 뜨지 않았을까? 이와 유사한 디지털 서비스는 아바타(Avatar)다. 처음 시작한 사람은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욕도 많이 먹었다고 한다. “그게 돈 되겠니?”라는 야유도 받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아바타는 대한민국 인터넷 서비스 역사를 바꾸었다.
이것과 비슷한 것이 SK텔레콤의 ‘1mm' 서비스이다. SK텔레콤이 야심차게 몇 년의 준비를 하여 출시한 통신 서비스인 1mm는 출시된 지 몇 개월도 되지 않아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철저하게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정말 1mm의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생겼을까?
모든 답은 바로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심리에 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소비자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기술만 믿고 나설 때 그 서비스는 시장에서 소비자로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받고 만다. 1mm 서비스도 성공할 수 있었다. 개발자가 소비자의 심리와 행동에 대해 면밀하게 탐색했더라면, 그 좋은 기술은 놀라운 결과를 내었을 것이다.
좋은 기술도 소비자 심리를 모르면 시장에서 외면
우리가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지고 좋은 마케팅 캠페인을 한다고 해도 시장에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놀라운 기술도 있고, 또 마케팅 노력도 있었는데, 왜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하게 될까? 도대체 소비자 집단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인간들이기에 이런 서비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까.

새로운 서비스나 기술이 나오면 처음에는 소수의 이노베이터(Innovator)들이 수용하고, 그 다음에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들이 적극적으로 구매한다. 하지만 이들이 향유하는 기간은 짧을 뿐 아니라 대중적으로 확산되지 못한다. 이러한 현상을 캐즘(Chasm)이라고 한다. 캐즘은 기술확산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용어이다. 많은 책에서는 캐즘 현상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지만, 정작 캐즘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설명이 인색하다. 소비자 심리와 행동에 대한 탐색은 캐즘을 극복할 수 있는 사고방식의 전환을 알려 준다.
디지털 소비행동, 나아가 디지털 서비스의 성공을 예상할 수 있게 하거나 디지털 제품이나 서비스의 확산과 관련된 캐즘을 극복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산업사회와는 다른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 패러다임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사회에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기본적인 가정은 ‘동일한 제품은 각 사람들에게 동일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다. 마치, ‘책상은 책상이고 컴퓨터는 컴퓨터이다'라는 생각과 같다.
디지털 시대의 속성은 이와 완전히 다른 가정을 한다. 디지털 서비스나 제품은 각 소비자들에게 서로 다른 가치 또는 서로 다른 제품이 될 수 있다고 가정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타깃 유저'를 설정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이 ‘타깃 밸류'이다. 소비자들이 디지털 서비스에 대해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있으며, 각기 다른 소비자 집단이 각기 다른 가치를 부여할 것이라는 점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것을 ‘소비자 타깃 가치'라고 한다.
디지털 시대 ‘소비자 타깃 가치' 충족이 중요
디지털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는 각기 다른 욕구를 가지고 각기 다른 가치를 얻으려고 한다. 따라서, 어떠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정작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속성은 각 소비자 집단의 특성이나 유형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런 복잡한 상황이다 보니, 마케터 입장에서는 전달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격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제공해야 할 지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대부분의 마케터들에게 이런 ‘소비자 타깃 가치'의 접근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게 된다. 어느 하나라도 분명해야 하는데, 서비스의 성격과 소비자 집단 모두 가변적인 것으로 보이니 어려운 문제가 된다.
소비자 행동과 심리를 알아야 하는 또 다른 사례가 싸이월드 서비스이다. 3년 전 회사 관계자는 “우리 싸이월드는 일촌관계의 Social Network입니다.”라고 이야기했는데, 과연 자신의 소비자들을 제대로 알고 있었던 것일까? 당시 필자가 분류해 본 싸이월드 사용자는 디지털 라이브러리나 일기 수준으로 활용하는 ‘적극적 활용형'과 자기가 알고 있는 소수와만 교류하는 ‘폐쇄적 관계 추구형', 새로운 일촌관계를 추구하는 ‘새로운 관계 추구형' 세 가지 유형이었다. 그런데 회사 관계자의 말대로 사회적 네트워크를 추구하는 ‘새로운 관계 추구형' 소비자는 적극성과 몰입도가 가장 떨어진다. 따라서 당시에도 새로 가입하는 사람보다 더 이상 활동을 하지 않거나 나가는 사람들이 더 많은 상황이었다.

그럼 디지털 제품이나 디지털 서비스의 성공은 어떤 소비자 집단이 만들어 내는 것일까? 그 해답을 서두에 던졌던 질문에 대한 해결을 통해 찾아보자.
G마켓 성장의 원동력은 트렌드을 선점하는 ‘디지털 부머'들이다. 이들이 G마켓의 주된 소비자층이다. 그래서 G마켓에서 판매되는 물건들을 보면, 끊임없이 새로운 유행이 소개되고, 요즘 트렌드는 이것이다, 저것이다 등의 친절한 설명이 제공된다. 그리고 값도 싸다. 그래서 900원짜리 상품을 사고 2,500원의 택배비를 내는 상황까지 연출된다.
구글과 네이버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구글은 실제로 ‘정보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이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네이버는 이미 ‘디지털 루덴스'와 ‘디지털 부머'에게 점령당했다. 싸이월드 같은 경우는 사실상, ‘디지털 쉬크'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디지털 쉬크'가 처음에 사용하기 때문에 상당히 멋있고 ‘물이 좋은 동네'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렇게 쿨한 이미지가 생성되었다는 소문이 나게 되면 거기에 무섭게 몰려드는 부류가 ‘디지털 부머'이다. ‘디지털 부머'가 유입되면 유행이 되지만 ‘디지털 쉬크'들은 자기들과는 격이 안 맞는다고 조금씩 사라진다. 따라서 회사가 빨리 사이트의 성격을 잘 파악하여 서비스의 흐름을 바꾸지 않는 한, 그 사이트는 더 이상 트렌드를 만들어 낼 수 없게 된다.
미드 열풍은 ‘디지털 쉬크' 즉, 트렌디한 뉴요커 삶을 보며 ‘내가 꿈꾸는 삶'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 의해 시작된다. 이와 더불어, 개성과 재미를 중시하며, 눈이 충혈되도록 밤새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보는 ‘디지털 루덴스'가 가세한다. 이런 흐름에 ‘디지털 부머'가 몰려들면서 열풍이 형성된다. 무한도전은 조금 다르다. ‘재미만 있으면 되지!' 이것은 기본적으로 ‘디지털 루덴스'의 소비행태이다. 여기에 ‘디지털 부머'가 참여하면서 열풍이 형성된다. 이와 대비되는 상황이 ‘우리 결혼했어요'의 신상녀 현상이다. ‘디지털 쉬크'들이 관심을 가진 프로그램이다.
디지털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자신의 타깃 소비자들을 ‘정보근로자', ‘디지털 쉬크', 또는 ‘회사형 인간'이라고 쉽게 생각한다. 개발자나 통신회사 근무자들이 이런 성향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인 경우 이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은 ‘디지털 루덴스'이다. 여기에 ‘디지털 부머'들이 참여한다면 대세가 된다. ‘너 아직도 안 하고 있어?'하면서 빠져 들고, 유행을 만들어 낸다. 디지털 서비스 소비의 최접점에 있는 소비자는 ‘디지털 부머'이다. 이들 이후에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정보근로자', ‘디지털 쉬크'와 ‘회사형 인간'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디지털 서비스나 제품의 성공을 위해서는 ‘어떤 분야에서 어떤 집단을 어떻게 찾아낼 것이냐'하는 것이 기술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
- 황상민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디지털 괴짜가 미래 소비를 결정한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