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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의 거머리

연종열 |2006.08.18 13:07
조회 3,031 |추천 0

제가 수영장을 다니는데요.

가까이 있는 실내 수영장에 열두시 반에서 두 시까지의 자유시간을 이용합니다.

그 수영장에서 얼마 전에 있었던 이야긴데요.

그 날도 수영장을 같이 일하는 후배하고 같이 갔습니다.

힘껏 몇바퀴 코스를 돈 후 코스의 한 쪽에 후배하고 같이 서서 숨을 고르고 있었죠.

그런데 우리 코스에 딱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는 수영초보 아가씨 한 명이 물에서 걷기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체로 그 시간대에 수영하는 사람들은 낯이 익어 있는데 그 아가씨는 처음보는 아가씨더군요.

수영장에 처음 발 들여 놓으면 물도 무섭고 처음 입은 수영복도 어색하고, 하여간 한 눈에 봐도 수영장 왕초보임을 알 수 있는 그런 아가씨였죠. 피부는 무쟈게 햐앴는데 조금 순진하게 생긴...

그 아가씨가 정말 아장아장 조심스레 우리가 서 있는 쪽으로 물을 헤치며 걸어오고 있었는데요.

그 때 제 눈에 그 아가씨 목 언저리<정확히 쇄골 부위>에 직경 1센티 정도의 까만 점이 눈에 띄더군요.

제가 시력이 양쪽 눈 다 1,5인데 그건 점이 분명했습니다. 아가씨의 피부가 워낙 하얘서 더 눈에 잘 띄더군요.

그 아가씨가 한 3미터 정도 가까이로 제 앞에 왔을 때 갑자기 제 입이 소리를 쳤습니다. 제 손가락으로 제 목 부위를 가리키면서.

"아가씨! 거머리! 거머리!"

주체할 수 없는 저의 장난기가 발동한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화들짝 놀란 초보 아가씨가 후다닥 제 앞으로 달려들며 제게 목을 들이대며 소리쳤습니다.

"떼줘요! 떼줘요, 아저씨!"

제게 거머리가 붙어 있을 목을 들이대고 팔딱 팔딱 뛰면서 소리를 치는 초보 아가씨.

주위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다들 빼꼼히 바라보고 있었죠. 옆의 후배도 벙 쪄서 저와 아가씨를 보고 있었구요.

저는 천역덕스레 그 아가씨의 목을 들여다보면서 아주 침착하게 말했습니다.

"이런. 거머린 줄 알았더니 점이네요, 쯥~"

연못도 아니고 실내 수영장에 거머리가 있을 게 뭡니까. 정말 순진한 아가씨더군요.

그 말을 들은 초보 아가씨의 표정이 가관이었습니다.

제게 목을 들이댄 자세로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묘한 자세로 얼굴 빛이 붉으락 푸르락 몇번 변하더군요.

저와 후배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킥킥대고 있었고, 그 초보아가씨는 표정이 묘하게 변한 채로 고개를 떨군 채 천천히 몸을 돌리더군요.

그리고 몸을 돌려 걸어가며 어깨를 들썩이며 훌쩍 훌쩍 우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친구는 순간 심히 당황했습니다.

"아, 선배님. 저 아가씨 점이 컴플렉스일 수도 있는데 그걸로 놀리면 어떡해요. 얼릉 사과하세요."

후배가 저를 책망하더군요.

저도 초보 아가씨가 울음을 터트릴 정도로까지 마음의 상처를 입을 거라고는 생각못했는데 심히 당황스럽더군요.

그래서 곧장 쫒아가서 사과하기도 그렇고 코스에서 만나면 사과를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훌쩍이는 채로 반대편 코스까지 간 아가씨는 곧장 수영장 밖으로 나가더니 탈의실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아가씨가 나간 쪽이 바로 여자 탈의실 쪽이라서 쫒아갈 여유도 없었죠.

그렇다고 여자 탈의실에까지 쫒아가서 사과할 수도 없고 난처하더군요.

결국 내일이나 다른 날 수영장에서 만나면 제대로 사과해야 겠다 생각하고 그냥 후배하고 수영을 더 했습니다.

그런데 이 초보 아가씨가 지대로 충격을 먹었는지 그 후론 다신 수영장에서 볼 수 없더군요.

정말 사과하고 팠는데...ㅜ.ㅜ

혹 이름도 모르는 그 초보아가씨, 이 글 보신다면 용서해 주세요.

정말 그냥 저도 모르게 장난기가 발동해서 그런 거지 놀릴 의도는 없었다는 걸요.

정말 사과드릴께요. 그리고 콤플렉스로 느낄 정도로 큰 점도 아니고 귀여운 복점 이던데...

정말 죄송해요, 초보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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