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자신을 사랑한 나르키소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타나는 비극가운데 가장 희극적인 비극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나르키소스의 죽음이 아니었나 싶다.
나르키소스는 너무나도 잘난탓에 호숫가에 비친 자기를 짝사랑하다가
결국 그 호숫가에 빠져 죽었다.
너무 잘난 탓에 자신 외에는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던 거다.
현대 사회에서도 나르키소스의 비극은 우리 안의 심리 속을 흐르고 있다.
거울과 사진은 필연적인 과학 문명 발달의 행로 였으며,
고도의 과학 기술과 핵가족 사회, 자기 PR시대,
그리고 누구나 이 세상의 주인공으로 우뚝 솟아 오를 수 있는 이 시대에는
누구든 나르키소스가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더 많이 노출된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가끔 자기 자신 외에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 수 없고
그 누구도 온전히 사랑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로 발견하고 발달시키고 찬양해 온
중세 시대의 신 만큼이나 멋진 인간 군상들이
현대의 도시를 활보하고 다니는 거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스스로가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 현대인 들이
각종 심리적인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니 말이다.
아마도 우리는 슬슬 나르키소스의 죽음이 의미하는 바를
곱씹어 보면서
빵빵하게 팽창되고, 항진된 나
절대로 꺽여지면 안되고, 지면 안되고, 물러서면 안되고, 가려지면 안되는 나
라는 개념에 대해서 재정의를 내려야 할 시기가 온게 아닌가 싶다.
상담에 오는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최고가 되고싶고,
최고로 멋지고 싶고,
최고로 능력있고 싶고,
최고로 인기가 많았음 하고,
모든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주고
모든 사람이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고,
모든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고,
모든 사람이 자신의 노력에 보답해줬으면 한다고.
그리고 절대로
그런 공식이 깨지지 않고
그래도, 온전히, 오롯히
보전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
허나 그 공식은 절대 지켜질 수가 없다.
그런 공식을 안고 있는 사람은
자꾸만 그 공식이 깨어지니
그 속에 자신이 쪼그라드는 것만 같아서 아프고,
그 공식을 깨뜨리는 사람이 미워서 억울하다.
그리고 그 공식이 불러오는 가장 큰 감정은 바로 외로움이다.
첨부된 파일은 자기애성(narcissistic) 성격척도를 알아보는 검사이다.
만약 이 검사에서 자꾸만 '예'라고 대답하면서
겸연쩍은 웃음을 몰래 지을 수 밖에 없다면
호숫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고
결국 잡히지 않을 수 밖에 없는
환영과 같은 멋진 자기를 붙잡기 위해
자살아닌 자살을 하게 된 나르키소스를 생각해 보자.
물론, 건강한 자기애는 필요하다.
허나, 외로움을 불러오는 자기애란 심리적 자살 행위다.
첨부파일 : 자기애적성격척도.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