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삼림이라는 영화는 워낙 유명해서 중국영화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한두자씩 인용하는 그런 영화였다. 그런데 난 중경삼림을 얼마전 처음보았다. 이래뵈도 영화에 대한 편식이 심한 터라 조금만 느낌이 안좋거나 그닥 그때 땡기지 않으면 세기의 명작도 마다하는데 불쌍하게도 중경삼림이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 불쌍한 건 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경삼림(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1994)
중경삼림이라는 영화는 굉장한 시대적 감각이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미 십수년도 더 된 이야기하는 건 별로(사실 귀찮아서)라서 넘어가고 어째건 이름이 그냥 흘려듣기에 좀 무림틱하다고 할까?
대놓고 그냥 옛날 배경에 전설적으로 날라다니는 건 좋아도 현대적인 곳에서 그런 건 별로라는 주의라서 보지 않는게 첫번째 이유이다. 중경삼림의 배경인 청킹빌딩은 홍콩에 갔을 때 내가 자는 곳 근처라서 그리고 손에 든 가이드북에서 유명하다고 하니깐 가보긴 했다.
<청킹 빌딩>
중동인 형님 한분이 나를 보며 "시계! 시계! 진짜같아! 싸! 진짜싸!" 연발한 기억이 선명하다. 돈이 있었다면 그 진짜같다는 시계하나 사서 정말 진짜같은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가뜩이나 환율때문에 빠듯한 시기였다.
청킹빌딩에 갔을 때 분위기 참 좋았다. 소액을 잘 바꿀수 있는 환전소도 많았고 상품들도 저렴했다. 그냥 이 빌딩안에서는 막살아도 될 꺼 같다는 분위기가 몸을 휘감는다. 물론 그럼 안된다. 범죄다.
임청하의 작품으로는 동방불패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저 때려부수고 날라다니는 영화였다고 기억하는 분도 계시지만 나에게는 꽤 시사하는 바가 많았던 영화라...조금 딴지 걸자면 미의 기준은 정말 시대에 따라 변하는 거라고 생각된다.
금성무 안녕! 일본배우중에 좋아하는 금성무상. 중국배우라고 오해를 받을 때가 많지만 일본인이다. 나도 얼마전에 스윗레인보면서 알게되었다. 어쩐지 일본어를 너무 잘하신다 싶었어. 좀 촐싹거리는 거 같으면서도 깊은 연기를 많이 한다.
이 분이야. 무간도에서 눈빛연기 보여주시다 한번 노출을 해주신 양조위님. 금성무나 양조위 모두 늙어도 아니 늙을 수록 깊어지는 연기자 같다. 양조위는 이때도 분위기있다. 그것도 많이.
저 인형은 가필드였던가? 음.
실연과 사랑의 시작. 그리고 상실적인 배경으로 다가오는 중경삼림. 마음 한구석이 쓸어내려간다고나 할까. 좀더 일찍보았으면 더욱 진한 영화가 됐을 것 같다. 어떤 한줄평에서 10대때, 20대때, 30대때 볼때마다 느낌이 틀린 영화라고 했었는데 그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점점 실연과 사랑에 대한 의견은 세월이 지나남에 따라 바뀌는 법이니까.
막연히 끌어당기는 영화같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예전영화를 볼 때 느끼는 촌스러움도 거의 없고 촬영할때 사용했던 각도나 움직임도 시선을 잡기에 충분한거 같다. 보는 내내 한번도 쉬지않고 본 영화는 극장에서 아니면 꽤 드문데 중경삼림이 그런 영화였다.
실연은 아프다. 하지만 곧 다른 사랑도 시작된다. 새로운 사랑이 실연을 치유해준다는 고전적인 메세지와 그것들을 바라보는 관점들. 그리고 여러가지 설명하기 힘든 매력들이 있는 영화.
이것이 중경삼림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