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식사를 장인 장모님과 아이들과 함께 했다. 이 날이 장인어른 생신이어서 한 주 전부터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좀 특별하게 대접해 드리고 싶어서 인터컨티넨탈 호텔서 만나기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장인 건강검진 때문에 계획이 변경되었다. 장 내시경 예약이 되어 있어서 며칠 전부터 식사를 전혀 못하셨단다.
우리는 계획을 바꾸어 예배가 끝난 후 리센츠에 있는 댁으로 찾아갔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명절 때가 되면 휴일을 반으로 나누어 친가 부모님께 다녀오고 다음은 처가 집으로 다녀가는 일을 거른 적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인지 몰라도 이달 말 귀국하게 될 유학 가 있는 처남에게 친부모처럼 잘해드려 고맙다는 말 들으면 그 말이 오히려 낯설게 들릴 정도로 장인 장모는 내게 또 하나의 부모님 같은 분들이다.
두 아이들은 장인께 드릴 감사 편지를 편지지에 빼곡하게 적어 내려갔다. 기념일이 되면 늘 주고 받던 아이들 편지를 우리는 상자 한쪽에 차곡차곡 모아 두었다. 해가 바뀔수록, 아이들의 문체는 어른스러워 진다.
다음 달 초 처남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보내드자고 한 터여서 별다른 선물은 없었고 요즘 내가 재미 붙여 틈틈히 조립하고 있는 작은 목재 미니어쳐 풍차 하나를 가져갔다. 한 두 시간이 지나 조립이 완성되자 집에 두어도 손색 없을 정도로 보기 좋은 장식품 하나가 완성되었다.
선물을 드리는 우리나, 특별한 선물을 받으시는 장인 모두 웃음바다가 됐다. 아내 이야기로는 아마 아버지께서 하루 한 두 번은 풍차 돌리시는 재미로 이걸 쳐다보시며 소일거리 삼으실 거라 했다. 장식용 풍차 하나를 바라보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자식들 생각하고 마음에 웃음 한 번 지으실 수 있다면, 왕후의 진찬을 대접한다 한들 이것보다 부러울 것이 뭐 일까?
세상에는 평생 성을 쌓으며 사는 사람과 다리를 놓으며 사는 두 종류 사람이 있다. 한 부류는 작은 것에도 자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람들 사이에 영혼의 무지개 같은 즐거운 다리를 놓는 사람들 이고, 또 한 쪽은 아무리 높이 쌓아도 만족함이 없는 자기만의 성을 쌓는 사람이다.
가락시장에서 막 잡아온 큰 도미 한 마리가 식탁에 올라왔다. 우리에게 주시는 장모님의 사랑처럼 맛있는 저녁이다. 사랑은 참으로 넘쳐흐르는 강물처럼 우리의 배와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