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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 선생님의 첫 스승의 날

박진수 |2009.05.16 23:55
조회 85 |추천 0

처음으로 맞은 스승의날.

 

북적거리는 교실과 많은 학생들이 날 위해 꾸며준 교실. 그리고 선

 

생님 사랑해요라는 말과 요란한 풍선들을 생각 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학생 두명과 어제와 다름없이 깨끗한 교실.

 

7시반 학교에 출근과 함께 우리반 아이들도 등교를 한다.

 

부푼 기대를 안고 들어간 교실은 너무도 텅 비어 나를 사뭇 서운하

 

게 만들었다. 아침 학교 청소를 위해 다른 교실을 둘러봐도 스승의

 

날을 위해 일찍한 등교한 다른 반 학생들은 교실 꾸미기에 정신이

 

없다. 도시 학교에 있는 선생님들을 부러워했다. 나도 도시에 있었

 

으면 많은 선물들과 축하를 받았을텐데...

 

씁쓸한 마음을 가지고 다시 돌아온 교실..

 

탁자위에 아까 보지 못한 과자 두봉지가 올려져 있다.

 

칠판엔 우리반 태민이가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높이에 '선생님 사

 

랑해요. 죄송해요' 라고 써져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나에게 전해

 

주는 과자 두봉지. 짱구와 새우깡..

 

"선생님 저희 엄마 아빠는 새벽에 들어오셔서 새벽에 일하러 나가

 

세요. 그래서 다른 반 아이들처럼 선물을 준비 못했어요. 우리 둘 뿐

 

이라서 파티도 못해드려요... 죄송해요.." 라는 말과함께, 흘러내리

 

는 작디 작은 아이의 진주 같은 눈에서 흐르는 눈물..

 

처음으로 .. 처음으로.. 교사로서의 박진수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나는 무슨생각을 했던 것인가. 내가 꿈꿔온 스승의 날 때문에 이토

 

록 착하다 못해 바보같은 아이들에게 섭섭해 하고 씁쓸하게 생각하

 

였던, 덩치는 크지만 3학년 보다 작은 내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2시간이 걸려 읍내로 자전거를 타고 가서 사온

 

과자의 맛이란.. 도시에선 결코 느낄 수 없는 흔한 과자의 맛은 아니

 

였다.

 

교대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내 속의 뜨거운 교사의 피가 느껴졌다.

 

아... 교사를 하기를 정말 잘했다! 시골로 오기를 정말 잘했다!

 

내가 이곳에 얼마나 더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골 아이들의 순수함

 

을 경험한 오늘 나에게 귀향이라는 단어는 조금 멀어져가는 느낌이

 

다. 내가 꿈꿔 온 학부모 들이 주는 양주, 손수건, 만년필... 이것

 

들이 무엇이 중요하랴.

 

나에겐 내 피를 뜨겁게 해주는, 내 눈을 적셔주는 작은 학생 두명이

 

있다. 덤벼라 도시의 선생들아. 너희의 30명의 아이보다 똑똑하고

 

예쁜 마음을 가진 두명의 제자가 나에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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