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옮긴다. 철커덕. 발이 걸린다. 역사와, 이념이 만든 족쇄가 흔들린다. 다시 발을 옮긴다. 차락. 법과 제도로 이어진 쇠사슬이 어지럽다. 그그긍. 돈으로 된 철구가 구른다. 무겁다. 사내에게, 세상 그 무엇이, 발에 잠긴 족쇄보다 무거울 수 있으랴. 시간의 모래밭에서 걸음을 옮긴다. 지나온 길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죽을 힘을 다해 걸어온 자욱들은 옛 바람에 모두 지워졌다. 살아온 흔적과 사랑한 추억이 사내의 사막에 비처럼 내리건만. 모래는 젖지 않는다. 비는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 적막히 바스라진다. 긴 긴 밤은 까맣게 타오르고 사내는 그래도 발을 옮긴다. 한 걸음. 내 딛을 때마다 치열한 삶의 고통이 햇살 같이 온 몸을 때려대지만. 사내는 걷는다. 힘겹게. 다시 한 걸음.
죄를 지었나. 사내는. 아니. 무슨 죄를 지었나. 발아래 으깨어진 시간이 소리를 지른다. 사내는 사막에 두 발을 내딛으며, 원죄를 부여받았노라고. 어둠에 섞인 죽음이 귓가에 속삭인다. 사내는 삶에 이끌렀기에, 死의 방문을 예고 받았노라고. 사내는 대꾸하지 않는다. 시간의 목소리에도, 죽음의 속삭임에도. 듣지 못하는 저 존재의 반대편, 無처럼 대꾸하지 않는다. 존재자체가 사내의 죄라도 혹은 사내의 죄가 아니라도. 사내는 시간의 모래밭을 속죄하며 걸었으리라. 발에 채이는 쇠사슬이 없었더라도. 사내는 죄인처럼 사막을 걸었으리라.
왜?
사내는. 끝없이 펼쳐진 사막위에서서, 저 멀리 반짝이는 자유로의 탈출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사내는 보았다. 사막 어딘가에 빛나는 희망의 오아시스에서, 꿈으로 가득 찬 영롱한 단물 한 모금을 마실 수 있다면, 창공을 가르는 한 마리 새가 되어,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답게 하늘을 질러, 자유로, 자유로, 자유로 날게 되리라. 사내는 믿었고, 믿고 있으며, 앞으로도 믿는다. 불현듯 사랑이 심장을 찢으며 가슴을 관통하더라도. 극한의 통고가 칼날이 되어 날아들어도. 자유를 향한 걸음을 내딛었다.
사내는 말했다.
살아서는 새가 되고, 죽어서는 비가 되겠소. 내 새가 되어, 그대 세상 어디에 있던 날아가. 그대 발아래 앉겠소. 내 비가 되어, 그대 세상 어디에 있던 떨어져. 그대 발아래 머물겠소. 내 영혼을 태워 그대의 앞을 밝히고, 내 심장을 내어 그대의 앞을 닦겠소. 그대여. 내 가진 전부를 내어 드릴 테니 부디 그 자리에만 있어주오. 그렇게 내 사랑하게 놓아두오.
사내는. 가슴에 품은 마지막 사랑을 위하여. 사내는 자유를 취하고, 주머니 가득 꿈을 담아, 사막을 건너, 사내의 情人 곁에 머무르고자 그렇게 사막을 걷고 또 걸었다.
사내의 죄는 곧 사랑이었으므로.
- 안녕, 안녕히.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에게 빛나는 시간이 함께 하기를.
그리고 걸어가는 길에 아름다운 이가 함께 하기를.
다시 바람은 부니,
내일을 위하여 어제에 인사를 보내기를.
Bye. By my yesterday.
GEM By Woo H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