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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 콤플렉스

선안남 |2009.05.20 23:16
조회 230 |추천 1

"저는요, 누가 저보고 착하다고 하면, 이젠 정말 싫어요."

 

윤주씨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저 말을 던졌지만, 그 모습에서 나는

몸을 흔드면서 싫다고 하는 사람보다

더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싫은 감정이 느껴졌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착하다는 말이 좋은 말인줄로만 알고 살아왔었다고 했다.

 

그녀는 세자매와 나이어린 남동생 사이에서 첫째 딸로써 어린 시절부터 맞벌이 하시는

집에서는 부모님께 어떠한 걱정도 안겨드리지않으며 책임감이 넘치는 순둥이 착한 딸로,

학교에서는 말썽피우는 법없이 항상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고 묵묵히 자기일을 하는 착한 학생으로,

친구들 사이에서는 부탁을 해도 거절의 위험없이 자신을 도와줄, 신뢰할만한 착한 친구로,

그렇게 살아왔었다.

 

누구든지 그녀를 '착하다'고 칭찬했고, 그녀는 '착하다'는 말을 당연하게 여겨왔고,

'착하다'는 말에 중독이 되었는 지도 모르게,

'착하다'는 자신의 특성을 키워왔다.

 

착하디 착한 그녀는 결코 화내지 않았고, 결코 요구하지 않았고, 결코 거절하지 않았다.

 

그랬던 그녀였는데, 이제 그녀는 '착하다'고 말하는 것이 가진 함정을 조금씩 느끼게 된다고 했다.

그걸 느끼면서 괴롭다고 했다.

 

부모님의 기대를 당연한 듯 채워드려야 하는 것도 지겹고,

동생들에게, 친구들에게 항상 양보를 해야된다는 것도 억울하고,

힘들게 다른 친구들을 도와주고, 예의바르게 행동해도

다른 사람들 역시 자신을 도와주고, 자신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되자

혼란스러웠던 거다.

 

그러면서 그녀는 '착하다'라는 것이 이제는 '너는 착해야 되'라는 압력처럼 들려온다고 했다.

항상 다른 사람들의 욕구를 먼저 생각하고 자신의 욕구를 누른 채로 생활하다보니

자신이 도대체 뭘 원했는 지도 잊어버리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남자친구에게 자꾸만 폭발적으로 화를 내게 된다고 했다.

다행히 남자친구는 마음이 넓은 편이라 자신의 마음을 조금은 다독여주고, 함께 화를 내지 않기는 하지만

남자친구에게 화를 낼 일이 아닌데 과민하게 화를 내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혼란스럽기도 하고, 화를 내고 나면 자책하게 된다고 했다.

 

윤주씨의 모습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의 전형적인 모습인 것 같았다.

그녀가 이런 콤플렉스를 가지게 된것은

그녀의 어린 시절 자라온 환경을 그대로 반영해준다.

 

맛벌이인데다가, 동생들이 많은 그녀의 가정 환경 속에서

그녀가 부모님의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란

크게 말썽을 부리거나, 지나치게 순종적이거나, 둘 중의 하나여야 만 했다.

 

그녀는 순종적으로 모든 지시를 따르고,

자신의 욕구보다는 타인의 욕구와 입장을 헤아려주고,

양보하고 책임지는 행동을 통해 부모님의 사랑과 인정을 받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 후 그녀의 모든 인간관계는 그런 방식으로 흘러갔다.

 

출처 | 자기싫어.졸려.졸린데, 자기싫어. 쳇. 졸려졸려.자

 

 

어쩌면, 지금 그녀가 혼란감을 느끼고, 화가 난다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얘기하는것은

매우 건강한 모습이었던 거다.

이제 겨우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그에 따라 행동하고 싶다는

아주 건강한 욕구가 나타나기 시작한 거였던 거다.

 

지금까지 화내본적도 없고, 요구해본적도 없고, 거절해본적도 없다고하는데

그게 과연 건강하냔 말이다.

 

나는 그녀의 그런 '변화'에 대한 건강한 욕구를 짚어주고, 그건 당연한거라고 지지해주고 응원해주었다.

지금 당장은 힘들고 혼란스러울 지 몰라도

그게 다 내 안의 '착한아이'가 '건강한 어른'으로 가는 길목에서

나를 갑갑하게 만드는 '콤플렉스' 덩어리를 해동시켜서

더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나를 찾아가면서 거치게 되는 진통이라고,

그 진통이 끝나면 더 이상은 '착하다'는 말에 대해서도 '안 착하다'는 말에 대해서도

지금처럼 마음 속에 맺힌 것이 많아서 동요하게 되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출처 | 피에로의눈물의의미..?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그 진통이 못내 힘든지 눈이 빨개졌다.

진통을 겪으면서 쏟아내야할 그녀의 눈물이 많을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지만

적어도 나는 희망적이었다.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녀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자유롭고 건강한 어른이 될거다.

 

추천수1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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