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대한문에 친구와 헌화를 하러 갔습니다. 어제 잠시 들렀을 때는 줄 끝을 찾는데만 30여분 걸릴 정도였는데 오늘은 평일 낮이어서 그런지 어제에 비해선 한산한 듯 하더군요.(퇴근 시간이 되면서 다시 행렬이 길어졌다고 하네요.)
대한문쪽은 여론의 비판 때문인지 어제보단 경비가 덜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하철 몇몇 출입구를 전경들이 막고 있었고 왜 막느냐며 소리 치는 어르신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시청광장은 여전히 전경 버스로 바리케이트가 쳐진 체 봉쇄되어 있었고 덕분에 경복궁과 시청 주변은 엄숙함과 슬픔.. 그리고 고압적인 느낌이 뒤섞여있는 듯 했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셨던 분을 국민들이 추모하겠다는데 마치 조금만 도발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한 분위기에 슬픔을 넘어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건 비단 저뿐만인 아니겠죠.
지하철 벽 곳곳에는 노대통령님을 추모하는 사무치는 글들과 현 정부와 조중동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섞여 도배되어 있었습니다. 아니 회한과 슬픔보다는 국민들의 원성이 더 높아 보였습니다.
사실 그때 놀란게 하나 있습니다. 저만 그런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노대통령님의 서거에 가장 슬퍼한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르신들은 보통 진보보다는 보수쪽에 더 가깝잖아요. 현장도 당연히 그럴줄 알았는데 의외로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많더군요. 그리고 지하철 벽에 붙인 수 많은 벽보들을 유심히 보고 계셨습니다. 세대간을 넘어선 많은 사람들이 그 많은 글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그 글들을 읽고 있었을까요? 사무치는 슬픔과 분노로 뒤덮인 그 많은 마음들을 보면서 단순히 슬픔의 눈물만을 흘렸을거란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마치 폭풍 전야라고 표현하는게 맞을 듯 합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소리를 지르기 보단 말없이 이 악물며 두 주먹 불끈 쥐는것처럼 말입니다.
지금이라도 국민들이 마음껏 노대통령님을 추모할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방황하는 이 민심이 어디로 흘러갈까 생각을하면.. 오늘 갑작스레 터진 북한 핵실험이 사태가 터진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앞으로 얼마나 더 악화되고 분열이될지 암담할 정도네요.
현정부는 대체 얼마나 못났길래 두손 두발 다 들어 받들어 모셔도 모자랄 국민을 무섭다고 추모조차 통제하고 압박을 하는 것일까요..? 이런식으로 애써 민심을 계속 외면한다면 그 끝은..예측할 수 없을정도로 소용돌이칠 것이란걸 현정부가 모르는건 아니겠지.. 하면서도 지금까지의 '국민과의 무소통' 전례를 보면 모를수도 있겠다 싶어 겁이나기도 합니다.
마치 폭풍전야 같았던 추모 현장.. 끝없는 추모 열기와 글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묵묵한 모습은 앞으로 현정부가 어떻게 하나 두고보자..라며 이를 악물고 있는것 같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너무 고요하기에 소름이 돋고.. 무엇보다도 슬픔과 그리움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마지막으로.. 노 대통령님.. 제 은사님 말씀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노대통령님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다행스러워 했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가시다니 너무 하십니다..
눈물을 흘리며..삼가 고인의 명복을 간절히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