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루한 달구지
먼저 밝혀두자면, 자동차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는 응당 존경 받을만하다. 1876년에 선보인 최초의 자동차 ‘페이턴트모터바겐’부터 근래에 개발된 수소연료 차량까지, 수세기에 걸친 발명품 중 기술혁신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에어백, ABS, VDC 등 안전에 직결된 장치들은 자동차 역사상 최고의 옵션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노고에 대해 박수만 보낼 일은 아니다. 우리의 입에서 하품 나오게 만드는 기능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글/이경빈 kblee@designjournal.co.kr
일러스트레이터/조우직
토요일 정오면 TV에서 미국드라마 를 방영하던 시절, 어디 상상이나 했었던가. 요즘 자동차는 스스로 간다. 거기에 앞 차량과의 거리를 유지하고 장애물을 감지하며, 마치 ‘배트맨카’처럼 자동 주차되는 능력도 발휘한다. 좋은 기능 같기는 하지만 더 이상 우리가 운전대에 앉아서 할 게 없으니, 뭔가 씁쓸하다. 게다가 사라져가는 운전의 재미 말고도 옵션의 단점은 많다. 차량 기능을 컴퓨터가 제어하니 차체 구조는 더욱 복잡해졌는데 결함이라도 발생하는 경우 유지비용의 상승은 자명한 논리이다. 아무튼 기술의 대단한 발전으로, 이러다가는 비행하거나 로봇으로 변신되는 자동차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래서야 차라리 비행기를 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지금부터 서두에서 밝혔던, 우리의 자동차 생활을 지루하게 만드는 기능들을 나열하겠다. 단, 각 옵션들은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견해차가 클 수 있다.
정속 주행장치 (Cruise Control)
이 기능을 사용하면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량이 자동으로 주행된다. 또한 앞 차와의 간격을 설정, 충분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운행된다. 그러나 국내사정 상 고속도로 3, 4차선은 시속 80km도 채 안 되는 트럭들이 다니며 그렇다고 1,2차선에서 100km/h로 정속 주행하면 뒤에서는 비키라고 난리를 쳐대니, 우리나라에서 정속 주행장치를 써먹을 데가 대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러한 기능은 컴퓨터로 제어되는데 불량이 발생되면 그것 참 피곤하다. 실제로 2003년에 포드자동차의 익스플로러 모델, 정속 주행장치는 기능 해제 시 정상복귀가 되지 않아 한국에서만 121대가 리콜 조치됐다.
자동주차기능 (Smart Parking Assist System)
간혹 자동차 제조회사에서는 이것을 가리켜 여심(女心)을 사로잡는 기능이라 표현했다. 설마 여성의 주차능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닐 테고, 대략 난감하기 그지없다. 자고로 주차는 스스로 연습하여 실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에 힘입어 자동 주차장치에만 차를 맡길 거라면 매번 ‘발렛’ 서비스를 받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참고로 2006년에 도요타가 ‘주차보조(Parking Assist)’라는 이름으로 개발했던 이것은 영국에서 700달러에 팔렸던 옵션이다. 지금은 설치가격이 좀 더 낮겠다만 꽤나 비싼 발렛 서비스임은 틀림없다.
우적 감지 와이퍼 (Rain Sensor Wiper)
우기에 빗물의 량을 감지하여 자동으로 와이퍼를 작동하는 장치이다. 원리를 들여다보면, 앞 유리창에 달린 센서의 LED가 빛을 발산, 유리를 통과해 다시 센서를 돌아오는 사이의 파장을 감지한다. 빗물이 고이지 않은 유리는 빛의 흐름이 정상적이나 빗물이 일정량 이상 맺히면 난반사가 일어나 센서에서 이를 감지하게 된다. 같은 원리로 빗물의 양을 판단해 와이퍼의 작동속도를 자동조절 해준다. 참 대단한 기능이 아닐 수 없다. 보통 자동차회사의 홍보 담당자는 이 기능을 언급하며, 운전 중에 와이퍼 조절로 인한 운전자의 시야가 분산되지 않아 ‘안전지향 기술’이라 말한다. 그런데 말이다, 와이퍼를 작동할 시에는 운전자 대부분 습관에 의해 손가락만 까딱이지 절대 눈 돌리는 일은 없다. 그러므로 뛰어난 기능은 맞지만 없어도 무관한 게 사실이다.
전동 시트 (Automatic Sit Control)
물론 세상이 발전하며 인류는 편안한 생활을 영위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까지 전기와 기계의 힘을 사용해야만 할까? 손 하나 ‘까딱’ 하지 않고 싶다면야 또 모르겠다만, 버튼으로 조작하든 손으로 레버를 당기든 간에 별반 차이도 없는데 말이다. 과연 이 기능을 1년에 몇 번이나 사용할 지 의문스럽다.
전동 틸트 (Automatic Tilt Control)
운전대의 위치가 변경된다는 것은 한 차량의 운전자가 여러 번 바뀌어야만 있을 법한 일이다. 사람의 앉은 키와 팔 길이에 따라서 핸들의 각도와 높낮이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고로 승용차의 경우, 한 번 조절 해놓고 폐차시킬 때까지 바꾸지 않는 경우가 태반인데 과연 비싼 돈을 들여서 이 장치를 달아 둘 필요가 있을까?
월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