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추모 행렬이 말하는 것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열기가 갈수록 뜨겁다.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 추모객만 어제로 7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초 김수환 추기경 선종 당시 명동성당을 찾은 40만명을 넘어선 최대 규모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93개 공식분향소와 서울의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 등 300여개 분향소를 포함하면 영결식 전날까지 200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신드롬’이라 할 만한 추모 열기다.
추모 열기는 복합적이다. ‘서민 대통령’의 애통한 죽음이 ‘부자 정권’이라고 비판받는 이명박 정권의 독선·독주로 소통 공간마저 빼앗긴 현실과 맞물리면서 분노와 울분이 분출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자각이고, 배반 당한 삶에 대한 항거일 수도 있다. 입으로는 애도한다면서도 사과 한 마디 없고, 책임질 사람도 없는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의 표출도 엿보인다. 요컨대 국정 운영에 대한 대전환이 없는 한 더 큰 저항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경종으로 볼 수 있다. 꽉 막힌 세태에 대한 억눌렸던 감정이 되살아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네’가 아닌 ‘내’ 문제로 받아들인 결과라 하겠다.
우려스러운 것은 정권의 대응이다. 서울의 덕수궁 앞 시민분향소는 경찰 버스로 막았다가 시민들의 항의를 받고서야 나흘 만에 풀었고, 서울시청앞 광장을 노 전 대통령의 추모 공간으로 열어달라는 시민들의 호소도 끝내 외면했다. 국민의 분노와 울분만 키우고 있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정권 안위 차원에서만 바라본 탓이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접하고도 진정한 애도보다는 열기가 가라앉기만 바라는 듯한 정권의 모습이 안쓰럽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어제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다. 소요 사태가 일어날까 걱정”이라고 말해 여권 인식의 단면을 노출했다. 수많은 인파에도 불구, 평온하고 경건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애도 물결속에서도 불순세력, 배후세력을 떠올리는 공안적 발상이 엿보인다. 이 정권이 진정 추모 열기가 제2의 촛불로 타오를 것을 걱정한다면 그런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2009년 5월 28일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