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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 (Breathless, 2008)

류영주 |2009.06.16 20:19
조회 59 |추천 0


 

  한국 / 드라마 / 130분 / 감독: 양익준

  (★★★★★)

 

  2009년 제22회 싱가폴 국제 영화제 연기상-아시아 장편

  2009년 제 7회 피렌체 한국영화제 관객상

  2009년 제11회 도빌아시아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비평가상

  2009년 제38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VPRO 타이거 상

 

  의 '상훈'과 '연희'의 상처는 이 시대 가족이 가지고 있는 갖가지 형태의 아픔을 대변한다. 가해 대상의 차이 혹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자행되는 외면하고 싶은 아픔들이 를 통해 그 벌건 상처를 드러낸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인 '가족'을 이야기하는 영화 는 기존의 가족 영화와는 그 태생부터 달리한다. 는 정면으로 다루기 힘든 소재였던 '가정 폭력'을 지독할 정도로 노골이고 집요하게 담아내면서도 가족 안의 아픔과 상처에 대해 무조건적인 용서나 이해의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 즉 '핏줄'을 감정을 억누르며 운명이라 받아 들이고 포기해야 하는 대상으로 치부하지 않는 것이다.
  의 '상훈'은 어디서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물이다. 쓰리버튼 카라티셔츠에 기지바지를 입고, 묘하게 어울리는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상훈'은 자신에게 걸리적거리는 인물에게는 주먹부터 나가고, 하루를 '씨발놈아'로 시작해서 '씨발놈아'로 마무리하는 용역 깡패. '양익준' 감독은 관객들로 하여금 '상훈'이라는 캐릭터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만든다. '상훈'의 현재가 과거의 깊은 상처로부터 기인한 것임을 알게 된 후에도 관객들은 쉽게 '상훈'에게 공감하지 못한다. 이것은 '양익준' 감독이 관객들이 '상훈'이라는 캐릭터를 단순히 불쌍하게 여기거나 공감하게 되기보다는 '상훈'이라는 '괴물'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알게 되고 그것에 대해 고민하게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익준'은 '상훈'을 '지독한 놈'과 '불쌍한 녀석'의 경계에서 묘한 균형을 유지하며 연기해나간다.

  영문제목 'Breathless'가 말해주듯 도무지 숨이 차서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는 숨막히는 인생을 살던 '상훈'. 그러나 그가 숨을 고르고 다시 걷고 움직이고 싶은 이유는 자꾸만 그를 건드리는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이다.

  배다른 누나는 차라리 안 만났으면 좋았다. 제대로 살지도 못하고 남편한테 얻어맞다 결국 이혼한 배다른 누나. 그러나 누나의 아들 '형인'은 자꾸 '상훈'의 눈에 밟힌다. 굳이 핏줄이니까 가족이니까 등의 구구절절한 수식을 다는 건 소름 돋도록 싫지만, '상훈'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시키는 형인은 '평범한' 삶을 살아야 하는 필요성을 자꾸 환기시킨다. 
  '상훈'보다 네 살이나 많은 형이지만 그냥 친구 먹기로 합의 본 만식도 빼놓을 수 없다. '만식'은 '상훈'이 먹고 살 수 있도록 일도 주고 사람처럼 살라고 되도 않는 충고도 간간이 건넬 줄 아는 유일한 세상과의 통로다. 괴팍한 '상훈'의 성향을 알면서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건네는 '만식'은 '상훈'이 '아버지'라는 존재의 부당함과 씻을 수 없는 상처에 대해 단편적으로나마 얘기하고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 되어준다.
  깡 쎈 여고생 '연희'는 먼지로 꽉 찬 캄캄한 방에 갇혀 있던 '상훈'에게 가느다란 햇살 같은 존재다. 햇살이 들이 닥치자 방안을 떠돌던 먼지들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 먼지는 '상훈'의 아픔일 수도, 희망일 수도 있다. 가느다랗게 '상훈'의 삶에 들이닥친 햇살은 낯설고 어색하게 그 방을 밝혀가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가장 밝은 빛으로 방을 비추며 먼지들이 제 모습을 거리낌 없이 드러나도록 빛을 더한다. '상훈'에게 묘한 호기심과 알 수 없는 동질감의 대상이 되어주는 '연희'는 '상훈'이 세상 속으로 혹은 사람들 안으로 다가갈 수 있는 직접적인 용기와 온기를 더해주는 존재다.
  '상훈'이 사람을 향해, 세상을 향해 쌓아 둔 두툼한 마음의 벽을 허물어 낸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 남들에게 드러내지 못하는 상처 때문에 숨을 쉴 수 없는 상훈. 그러나 자꾸만 그의 삶을 파고드는 '사람들'이 그의 단단한 벽을 조금씩 조금씩 허물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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