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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의 러브 토크] 당신의 "애완남"이 되긴 싫어!

신범준 |2009.07.17 16:31
조회 405 |추천 0


여자들이 나에게 연애상담을 많이 해오는 편이다. 아무래도 남자의 심리를 알고 싶다 보니 남자인 나를 찾아오는 것 같다. 이들이 궁금해 하는 건 늘 비슷하다. 바로 '남자의 바람기를 어떻게 다스리느냐'는 것이다.

영화에서 답을 한 번 찾아볼까. 1989년 상영됐던 프랑스 영화 '내겐 너무 이쁜 당신'. 프랑스의 국민배우 제라드 파르디유가 주연을 맡고, '007'의 본드 걸을 연기했던 캐롤 부케가 그의 아내를 연기했던 영화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완벽한 조건의 남자가 있다. 좋은 직장, 아름답고 우아한 아내, 화목한 가정. 남편은 그런데도 바람을 핀다. 그것도 뚱뚱하고 못생긴 자신의 비서와. 영화를 보는 내내 묘한 배신감이 느껴진다. 어떻게 저토록 완벽한 아내를 두고 비교조차 불가능해 보이는 여성과 바람이 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을 흔히 '쿨리지 효과'라고 설명한다. 미국의 30대 대통령인 캐빈 쿨리지와 그 아내가 휴가 때 농장으로 놀러 갔다. 마침 왕성한 정력을 과시하는 수탉을 보고 영부인인 아내가 물었다. "저 수탉은 하루에 몇 번이나 교미를 하나요?" 농부가 대답했다. "글쎄요 한 12번 정도." 아내는 옆의 남편을 쳐다보며 농부에게 말했다. "제 남편에게 좀 알려주세요." 그러자 쿨리지 대통령이 이렇게 물었다. "매번 똑같은 암탉과 교미를 합니까?" "아니오, 암탉은 매번 바뀝니다." 의기양양해진 쿨리지 대통령은 아내를 보며 농부에게 말했다. "제 아내에게 그 대답을 전해주세요."

'내겐 너무 이쁜 당신'에서 제라드 파르디유가 납득할 수 없는 바람기를 보였던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바람이 나는 건 그 여자가 여자친구나 아내보다 더 매력적이어서가 아니다. 단지 내 것이 아닌 다른 여성에 대해 맹목적인 욕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영화 속엔 또 다른 심리 이야기가 하나 더 숨어 있다. 남자의 사랑을 완벽하게 만드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의 결핍'에 있다는 것. 가까운 친구 이야기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다. 친구가 어느 날 전화를 걸어와서는 흥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만난 여자는 말 그대로 완벽해. 성격, 직장, 외모까지! 이제야 진짜 사랑할 사람을 만난 것 같아!" 그런데 몇 달이 지나서 친구는 심드렁한 목소리로 이렇게 투덜거렸다. "그 여잔 술값도 계산하고 운전도 직접 해. 모든 걸 다 하는 여자야. 난 할 일이 없어. 마치 혼자 우두커니 그 여자의 연애를 관람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야…." 결국 그 연애는 오래가지 못했다. 주변 친구들은 "못난 놈"이라고 그 친구를 힐난했지만, 난 친구를 보면서 월터 힐 감독의 영화 '스트리트 오브 화이어'를 떠올렸다. 주인공 마이클 파레는 갱들에게 납치된 다이안 레인을 구출한 후 이런 말을 남긴다. "당신 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 것도 없지만 다시 당신이 나를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돌아오겠소."

남자는 참 묘한 동물이다. 여자를 통해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하려고 하고 거기서 쾌감을 얻는다. 비록 회사에선 무능한 직원이라도 여자 친구 앞에 서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겠다고 허풍을 늘어놓는다.

다시 '내겐 너무 이쁜 당신'으로 돌아가 보면, 제라드 파르디유가 아내에게 느꼈던 좌절감이 무엇인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자신을 보잘것없어 보이게 하는 완벽한 아내보단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요구하고 조르는 비서가 더욱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이제 답이 어느 정도 나온 것 같다. 지금 당신에게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면 무엇인가를 요구해라. 열심히 해낸 남자에겐 과장된 몸짓으로 "역시 자기가 최고야"라고 한 마디 해주면 된다. "당신은 내겐 없어선 안 될 사람" "당신이야말로 진짜 남자"라는 식의 유치한 말일수록 효과적이다. 어깨가 으쓱해진 당신 곁에 오래도록 머물면서 무언가 또 여자를 기쁘게 해줄 일이 없을까 고민할 것이다. 남자를 곁에 묶어놓을 수 있는 꽤 효과적인 전술이다.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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