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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조카 그리고 나...

조카사랑 |2006.08.28 00:28
조회 1,634 |추천 0

"방학 내내 눈이 짜개지자마자 비됴보고, 나가서 놀고, 집에 들어와서
또 놀고, 또 비됴보고, 자기전에 막간을 이용해서 또 놀고, 시도 때도
없이 전자오락하고 어쩌구 저쩌구..."

 

위의 내용은 형수님이 저에게 준 정보였습니다.

 

형수님:삼촌, 우리 솔민이가 공부를 잘 안 해요. 말도 안 듣고.

 

나: 에이~ 애들이니까 그렇죠. 공부는 할때가 되면 다 해요.
제가 한번 솔민이를 점검해 볼께요.

 

나: 박솔민! 교과서하고 빨간펜 가져와 봐.

 

뜨아~! 교과서는 아주 깨끗했고 빨간펜은 거의 손도대지 않았는지
교과서보다 더 깨끗했습니다. 한달에 한번씩 오는 문제진데 우째...

해서, 시험을 보기로 했습니다.

 

나: 솔민이 방은 컨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삼촌방에서 시험을 본다.
지금이 7시니까 9시까지 문제를 다 풀도록.

 

시험이 끝나고 채점을 하는 순간. 삼촌인 저는 할말을 잃었습니다.

 

나: 얌마! 너 지금 이걸 시험이라고 본거야? 두개 맞고 하나 틀려도
화가 날 판에 한개 맞고 세개씩 틀리다니 너 이렇게 하면서도
공부하라고 하면 신경질 내는 거야?

 

결국, 회초리로 조카의 종아리를 열대나 때렸습니다.

 

솔직히, 솔민이가 시험을 잘 치를 거라는 생각에 상을 줄 생각으로
용돈을 준비했었는데...

 

나: 이제 개학이 며칠 안남았으니까 공부에 신경쓰도록 해.

말은 따끔하게 했고 회초리까지 댔었지만 속은 왜이리 불편한지.
이놈의 다음 행동들이 더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종아리를 걷어 들고 다니는데 파랗게 매자국이 생긴 모양새가
두눈에 가득 들어왔고 쇼파에 앉다가도 "아야" 하며 벌떡
일어서는 녀석의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형수: 거봐 진작에 공부를 했으면 삼촌에게 혼나지 않아도 되잖아?

 

조카: 낼 목욕탕 가는 날인데 내일까지는 낫겠지...?

 

저는 어여쁜 조카가 셋이나 있습니다. 너무나 예쁜 여자 조카인
혜민이와 수민이 그리고, 유일한 사내 조카녀석인 솔민이.

그 중에서도 솔민이와는 참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 덕택에 가장
눈에 밟히는 녀석이 되어버렸지요. 장난감을 봐도, 맛난 음식을
대할 때도 ´솔민이´가 먼저 떠오릅니다.

 

가끔, 머리를 쥐어박거나 등어리를 한차례씩 때려주고는 했지만
이렇듯 종아리를 많이 때린 적은 없었는데, 막상 때려놓고 나니
제 가슴이 더 아파왔습니다.

 

나: 솔민이 일루 와.

 

조카:(겁을 먹은 듯) 네.

 

나: 엄마가 약 발라 주셨어?

 

조카: 네...

 

"네"란 존대말은 솔민이가 잘못을 했거나 겁이 날 때 쓰는 평소에는
아주 듣기 어려운 말입니다.

 

나: 삼촌이 밉지? 솔민이는 공부하는게 싫은데 억지로 강요하니까?

 

조카: 아니. 내가 못해서 그랬는데 뭐.

 

녀석은 금새 잊어버렸습니다. 녀석은 잠시후 "삼촌!"하면서
제 방문을 박차고 들어올테고, 전자오락 하자고 조를 것입니다.

 

옛날에, 어머니께 회초리를 맞은 기억이 되살아 납니다. 어머니는
단호하셨고 저의 종아리를 표정하나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30대도
더 때리셨습니다. 공부보다는 노는 것이 더 좋았던 저의 좁은 마음
으로는 공부만 강요하는 어머니가 밉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날 밤, 퉁퉁 부어 오른 내 종아리를 어루만지시며 늦게까지
잠을 못 이루시고 가슴 아파해 하시는 어머니의 사랑을 종아리에
떨어지는 따듯한 액체로써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는 아니지만 그 때 어머니의 마음도
이러셨겠구나...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솔민아,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란다. 너에게 회초리를 들었던
삼촌의 마음도 언젠가 너도 삼촌처럼 느낄 때가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니...? 최선을 다하는 삼촌과 조카가 되자꾸나.
이건 비밀인데 말이야. 삼촌은 세상에서 우리 솔민이가 젤루
자랑스럽고 젤루 사랑스럽단다.

 

오늘은 저도 졸린 눈을 부벼가며 조카녀석의 종아리를
어루만져줄 겁니다. ^_^

http://www.dayogi.org/?doc=bbs/gnuboard.php&bo_table=walk&page=1&wr_id=101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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