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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만만한게 여자 연예인? (펌글)

쵸코파이 |2003.03.02 23:27
조회 3,017 |추천 0

[칼럼] 만만한게 여자 연예인?

여성 연예인들이 당하는 수난을 자세히 보면 한국 여성이 겪는 고난의 파노라마가 보인다.

가수 백지영과 탤런트 이태란의 경우가 우리 사회의 미혼 여성이 당할 수있는 치명적인 폭력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면, 남편에게 구타 당하고 쓰러진 개그맨 이경실 사건은 우리 사회의 기혼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일상의폭력을 보여준다.

알다시피 미혼의 청춘 남녀가 자유롭게 섹스를 하고, 동거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혼의 여성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런 개인적사실을 악의적으로 공개 유포하는 범죄다.

그러나 백지영과 이태란 파문이 일어났던 당시에 여론은 범죄를 규명하고규탄하는 것보다 그녀들을 손쉽게 손가락질하는 대중 심리에 더 신경 썼다.

왜 그랬을까? 만만한 미혼 여성이고, 게다가 만만한 연예인이니까!

반면 연일 신문, 방송에 오르내린 이경실 소식을 접하면서 적잖은 부부들이 이런 동문서답을 나눴을 것 같다. 남편 왈 “당신도 내가 저러면 이경실처럼 경찰 부를 거야?” 아내 왈 “당신도 그 남편처럼 나를 야구 방망이로 때릴 생각을 했어?”

정당한 비난이든 고질적인 의심이든 무의식적으로 폭력의 고삐를 풀어두는 쪽은 이렇듯 주로 남성들이다.

특히 남편들은 폭력을 행사하는 순간 발생하는 아내의 인격적 파괴 앞에서 그 어떤 진실도 하찮아진다는 사실을 쉽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왜?내 마누라고, 집안 일이니까!

‘미혼의 여성 연예인에 대한 공개적 농락은 괜찮다’는 왜곡된 보상 심리와 ‘부부 문제를 까발리는 짓은 점잖지 못하다’는 편의주의는 폭력을정당화한다. 이렇게 합리화된 폭력이 이미 우리 사회에는 팽배해 있다.

대체로 그 무덤덤한 가해자 편에는 남성들이, 분노하는 피해자 대열에는이 사회의 엄마와 아내와 딸 그리고 여성 연예인들이 서 있다.

다행히도 이들 용기 있는 여성 연예인들이 ‘사실은 시인하되 진실은 가리겠다’며 정면으로 맞섰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허울을 한 두 꺼풀씩 벗을 수 있는 사회적 계기를 갖게 됐다.

연예인이자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겹겹의 부당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 사회의 만연한 남성주의적 이중성을 부끄럽게 하고, 낄낄대며 속 편하게 관객 노릇하던 우리 모두에게 자신의 속물 근성과 비겁함에 대해 돌아보도록자극해준 그녀들에게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다.

앞막?우리는 또 어떤 여성 연예인의 고통을 보게 될지 모르지만, 아무쪼록 수난이 있을 때마다 더욱 굳건해지고 당당해지는 여성 연예인들이 많아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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