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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만원 때문에 비참해진 하루 ㅠ ㅠ...

adel |2006.09.11 04:19
조회 35,855 |추천 0

저는 결혼 2년차입니다.

내 평생 이렇게 치욕스럽고 모욕스러운 일은 처음인 거 같네요..

글을 쓰는 손이 바르르 떨릴 정도입니다..

 

남편과 저는 맞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남편 아이디로 들어왔답니다..지송 ㅡ.ㅡ)

결혼 할 때 양쪽 어른들께 손 안벌리고 최대한 우리 힘으로 하자고 뜻을 모아

집도 신랑이 모아놨던 거에, 대출 4천 정도 받고 지금껏 둘이서 열심히 갚고 있습니다.

 

빠듯한 살림이지만 그래도 둘이 주말에 어디 나가 외식하고 영화 볼 정도는 되니, 저는 그런대로 만족하며 행복하게 잘 살아왔더랬습니다.

 

그런데 사건은 오늘 낮에 시내에서 일어났습니다.

제가 다음주부터는 바빠져서 한달 동안 시내에 남편이랑 나갈 일이 없거든요..

오랜만에 신랑과의 시내 나들이라 기분 최고였습니다. 연애할 때 기분이랄까

 

밥 먹고 여기 저기 구경하며 다니다가 가방이 잔뜩 쌓인 가판대를 보게 되었습니다.

'하나에 만원'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여자들, 본능 아닙니까?

싼 물건 쌓여 있으면 일단 가서 한번 보기라도 하는 거...

 

저 역시 여자인지라 후루룩 뛰어가 가방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구경했드랬죠

참고로 제 쇼핑 스타일은 '비싼 걸 하나 사느니, 싼 걸 여러 개 사자'는 주의입니다

 

집에 있는 티셔츠 중에 만원 넘는 게 손에 꼽을 정도구요

가방도 2만원 넘는 게 없다고 자신합니다.

 

그렇다고 싸다고 아무거나 막 사는 게 아니라, 싸더라도 싼 티 안나고 예쁜 걸 사려고 하죠

그래서 한 번 쇼핑가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립니다.

물론 쇼핑 장소도 백화점이 아닌 할인마트나 시장이지요..

 

처음에 물건 살 땐 실수도 많이 했습니다. 비싼 건 엄두가 나지 않아 싼 것만 사다보니 디자인이 맘에 안들어도 싸니까 사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사회 생활 막 시작해서 돈 쓰는 법을 몰랐을 때...)

 

보통 싼 거는 반품이나 교환이 잘 안되잖아요? 버리기도 아까워서 갖고 있다가 시집 올 때 갖구 왔는데, 역시 잘 안 쓰고 장농속에 박아두게 되더라구요..

 

그러던 오늘 마침내 안 쓰는 장롱속에 가방을 꺼내 정리를 했습니다. 4~5개 정도 폐품이 나오더군요

제가 사회생활한지 7년차인데요  그동안 산 가방(핸드백 포함) 이 적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래도 가방 하나에 몇 십만원짜리를 명품이라고 척척 사는 아가씨들에 비해, 그렇게 과소비 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거 다 합쳐도 15만원도 안 될 테니까요..

 

근데 신랑이 가방 정리하는 걸 보고 "넌 왜 쓰지도 않고 쳐박아 둘 걸 샀냐"고 하더군요..

남자 입장에서 그럴 수 있죠.. 그냥 씨~익 웃었습니다. 설명하기도 귀찮고..

 

신랑은 쓸 데 없는데 돈 쓰는 걸 참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부분은 잘 맞는데, 그 부분 때문에 싸운 적이 종종 있었죠.

 

그런데 남자 입장에서 쓸 데 없는 거지, 여자 입장은 또 다르지 않습니까

제 입장은 무시되고, 자기 입장에서 쓸 데 없는 데 돈 쓴다 생각하니,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저랑 안맞아서 종종 싸웠더랬죠..

 

그 날도 그렇게 시작된 싸움이었습니다.

가방 4~5개를 정리하고, 큰 사이즈의 가방이 필요했던지라 하나 사야지 맘 먹었던 차에, 그 가판대를 본 것이었지요

 

맘에 쏙 드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얼른 집었는데 또 다른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나는 꼭 필요한 것이었지만, 하나는 신랑 표현 대로 안 사도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남자 분들께 진심으로 묻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가방 2개를 설레는 표정으로 꼭 안고 있습니다.

하나가 필요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그 2개가 너무 갖고 싶어 하는 게 역력히 보입니다.

비싼 것도 아니고 겨우 만원 차이입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쓸 데 없는 데 돈을 쓰는 게 문제라고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묻고 싶습니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본인의 고집대로 쓸 데 없는 데 돈을 쓸 수는 없으니 하나를 포기하라 하시겠습니까?

아님 그렇게 갖고 싶다는 데 하나 사주시고 마시겠습니까?

 

사람이 돈을 쓸 때, 꼭 쓸데가 있어서, 꼭 필요하기 때문에 돈을 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배가 불러도 지나가다 호떡이 맛있어 보이면 사먹지 않습니까?

신발이 있어도 예쁘고 싸면 한 컬레 사고 싶은 게 여자 마음입니다.

 

그렇다고 저를 쇼핑 중독으로 보지 마실길..

저번달 제 카드값 5만원 정도 나왔습니다.

오늘 그 가방도 몇 달만에 사달라 한 것입니다.

 

그런데 저희 신랑 안된다고 무자르듯 자릅니다.

저번 할인마트에서도 9,900원짜리 맘에 드는 가방 있었는데 쓸 데 없다고 안 된다고 해서 알았다고 포기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가방 만큼은 포기가 안되더군요

꼭 그 2개가 정말 갖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오빠 나 이거 정말 갖고 싶어. 사주면 안 돼?" 계속 졸랐습니다.

신랑, 쳐박아 둘걸 뭣하러 사냐며 화를 냅니다.

옆에 있는 가방 가게 주인 아줌마 뻘줌하게 저 쳐다 봅니다.

저 챙피하고 민망스러웠지만, 그냥 한 개만 사고 후딱 그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계속 애원했습니다.

"오빠 나 정말 갖고 싶어. 응? 사 줘..."

 

신랑 화난 표정으로 저 혼자 걸어가 버립니다.

나를 그 가게에 남겨 두고, 저 혼자 유유히 멀어져 갑니다.

나 가게 앞에서 바보가 됐습니다.

하나라도 사야 겠단 생각에 황급히 신랑을 불렀습니다.

"알았어. 하나만 살 게"

신랑이 돌아와 만원 짜리 한 장을 지갑에서 꺼내 제게 줍니다.

 

보통 둘이 시내 나오면 지갑을 신랑한테 맡겨 놓거든요. 들고 다니기 귀찮아서..

그게 정말 뼈속깊이 후회가 되더군요.

주인 아줌마에게, 오빠 에게 받은 그 만원을 주고, 가방 하나만 받습니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봤던 아줌마의 표정... 아...... 정말 죽고 싶습니다.

 

그렇게 우여 곡절 끝에 그 가방을 갖고 가는데, 신랑은 뭘 구경하는지 거기 서있고 저만 혼자 앞서 나가다... 갑자기 눈물이 뚝 떨어졌습니다.

아가씨 였으면 그냥 샀을 가방을 20여분 걸려 그렇게 치졸하고, 모욕스럽고, 거지같은 기분으로 샀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콱 막히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군요.

것두 몇만원 정도 하는 가방이었으면 모를까, 남자들 술 한 번 먹는 값도 안 되는 돈일텐데...

아무리 쓸 데 없어서 안 사주는 거라지만, 그래도 너무한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랑은 그저께 옛날에 같이 일하던 후배가 놀러왔다고 나가서 새벽이 다되 들어왔는데, 명색이 선밴데  그 날 돈을 하나도 안 썼겠습니까? 저 얼마 썼냐고 묻지도 않았습니다.

쓸 데 없는 걸로 따지자면, 그 돈은 쓸 데 있게 쓴 돈인가요?

현재 같이 일하고 있는 후배도 아니고, 예전에 같이 일했던 후배인데, 앞으로 뭐 얼마나 볼일 있다고 나가서 돈을 쓰고 옵니까?

게다가 신랑은 토요일마다 무협지를 꼬박꼬박 5~6권씩 빌려서 봅니다. 만화에다가 돈 쓰는 건 쓸데 있습니까? 푼 돈이지만 1년으로 따지면 큰 돈입니다. 참 생산력있는 데 돈을 써서 좋겠습니다 신랑은...

 

그러고보니 아까 낮에 가방 사건 있기 전에 시내에서 밥먹으면서 제가 "나온 김에 영화 한 편 볼까?"

하니, 컴퓨터로 다운 받아 보라고 한 게 생각나네요...

이나영, 강동원 나온거 보고 싶었는데 그건 비디오용이라나..

뭐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일리가 있는 말인지라 알겠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습니다. (정말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그 때는...)

 

제가 울고 있으니 신랑이 와서 보고는 언짢아합니다.

겨우 가방 하나 때문에 그러냐고 화를 냅니다.

저 역시 눈물 섞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내 말이 그거야.. 겨우 가방 하난데..."

 

신랑, 짜증이 나는지 그냥 집으로 가자고 하더니 먼저 가버립니다.

저, 뒤에 따라가면서 계속 눈물이 흐릅니다.

엄마가 보고 싶고, 아가씨 때가 너무 너무 그리워집니다.

 

주차장에 와서 제게 다가와 그러더군요.

"가방을 꼭 2개 씩이나 사야되냐고. 쓸 데 없이 쳐박아 둘 거면 뭣하러 사냐고. 너 아까 버린 가방들 중에 한 번도 안쓰고 버린 거 2개나 된다고"

 

저 대답하고 싶습니다. 그건 옛날에 내가 쇼핑할 줄 잘 모를 때 산거라 실수로 산 거라고. 너무 싼 것들이라 교환이 안돼서 그냥 갖고 있다가 그렇게 된거라고. 이 가방들은 그렇게 쳐박아 두지 않을거라고

정말 너무 너무 갖고 싶었다고

 

그러나 제 입에서 나온 말은 겨우 "자기 그 후배 만나서 얼마 썼어?" 였답니다.

신랑, 어이가 없는 듯 관두자 말합니다.

저도 그 말이 왜 튀어 놔왔는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저도 더이상은 말하기 싫어서 관뒀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계속 냉전입니다..

솔직히 신랑하고 화해하고 싶지도 않고, 정이 확 떨어졌습니다.

 

제가 집에서 노는 것도 아니고, 같이 일하는데, 비싼 것도 아니고, 겨우 만원짜리였는데

 

쓸 데 없는데 돈 쓰면 안된다는 본인의 경제 윤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자기 아이를 낳아 줄, 자기와 죽을 때까지 함께 할 와이프의 쓸 데 없는 (?) 작은 욕심이 그렇게도 언짢은 것이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나는 만원짜리도 안되냐고 멱살을 잡고 따지고 싶습니다.

 

저는 선물이란 상대방이 그 물건을 쓸데 있게 사용할 것인가 따지고 주는 게 우선이 아니라

그 사람이 그 선물을 얼마나 기쁘게 받을 것인지를 생각하고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신랑이 그 가게에서 제가 가방을 2개 들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쓸 데 없이 돈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지라도, 

"니가 그렇게 갖고 싶어하니 그냥 사자. 니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오빠도 좋다. 대신 다른 데 아껴쓰자. 더 사주면 좋을텐데 그러지 못하는구나"

라고 말해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만원의 행복이라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제가 이런 걸 물어볼만한 남자가 없어서,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여러분이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겠습니까?

 

참고로 그 가방이 2만원만 됐어도 사달라고 조르지 않았을 겁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제가 너무... 뭐랄까... 뭐랄까 한없이 초라하다고나 할까...

 

애기를 낳더라도 반드시 직장 생활을 사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같이 벌어도 이런데, 오빠 혼자 벌면 어떨지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흠......

 

p. s;  첨엔 넋두리나 좀 해볼까 하고 썼는데, 막상 이렇게 된 거 오늘의 톡에 뽑혀서 네이트 홈에 올려졌으면 좋겠네요... 그 인간 좀 보게... 이거 보면 뻔히 지 얘긴 거 알텐데... 오빠가 이거 톡 잘 보거든요.. 내가 하고 싶은 말 다 썼으니, 이거 좀 보고 내가 왜 울었는지 깨달으라고.. 지금도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거 같아요.. 서로 쌩까고 있습니다.... 헐...

 

 

 

  급호감 아이비 최근! 너무 예쁘죠?

추천수0
반대수1
베플사쿠라기|2006.09.11 13:16
아이구...남편분...여자맘좀 알아주시지....아무리 결혼후 18개월이 유효기간이라고 해도 그렇지....연애때였음 세개도 사줬을거 아니냐구요... 님도...서운한게 있으면 그때그때 차근차근 조목조목 진지하게 님 마음을 털어 놓으세요...참으면 병됩니다...
베플남편분..|2006.09.16 09:06
그저께 만났던 후배랑 술마시던날 소주한병과 담배값만 아꼈어도 마누라 가방은 하나 사줬겠네~ 거 하나 얼마한다고..이제 결혼 2년찬데.. 쯔쯧.. 결혼 20년차에는 가방이고 뭐고 비닐 봉지 하나 들고 다니라는거 아닌가 몰라..
베플내가 |2006.09.16 12:15
사줄게요...어디살아여? 택배로 붙여드릴게요.담배 몇갑 안피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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