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엄마! 나 통장 만들었어!"
집에 돌아온 나는 엄마에게 자랑스럽게 말했다. 엄마의 대답이 나의 귓구멍에 파고 들었다.
"이번에는 제발 좀.. 저금 좀 해라.. 응?"
"..-_-네."
그랬다.
사실 나는 통장을 많이 만들어봤다.
초등학교 때 한개-_- 중학교 때 한개.. 고등학교때 한개-_-;
푸하하. 세개 씩이나 만든거단 말이다. 푸헤헹.
문제는.
통장만 만들고 돈은 하나도 넣지 않았다는 거다.
그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_-;;;
그..글쎄..
-_-;; 기억안난다.
분명.. 오락실 가거나 피씨방 가거나.. 뭐. 그랬겠지.
-_-
이제 돈을 벌어야 할 차례였다.
아버지 한테 가서 싹싹 빌어야 겠다.
***
미칠듯한 스피드로 피씨방에 도착한 나.
"아부지!!"
카운터에 계셔야 할 아버지는 보이지 않고 카운터와 제일 가까운 곳에서
연신 마우스를 클릭하고 계신 아버지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음.. 역시.
"아부지."
"지금 바뻐!! 말시키지마! 보스몹 잡는단 말이닷!!"
"...-_-;"
한참 뒤에야 아버지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용건이 뭐여?"
"나, 여기서 아르바이트 할께."
"공부는 어쩌고?"
"돈이 좀 필요해서. 오래는 안할꺼야."
아버지는 잠시 생각하시는 듯 하더니 인자한 미소를 지으시고는 말했다.
"그래. 시간당 1500원."
"...소비자보호센터에 신고한다.."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하는 아버지.
"..가족끼리 자비심이없구만."
"아버지야 말로!-_- 시간당 2천원만 받을께!"
백번 양보한 금액이었다.
요즘 시간당 2천원 짜리 아르바이트가 어딧다고.. 적어도 2500원은.. 줘야지..
뭐, 그래도 집안일 한다고 생각하고 하는 거니깐 뭐.
"뭐, 그래 좋다. 시간은?"
"아버지가 게임에 몰두하느라 새벽에 잠을 못자니까 내가 아침까지 콜할께. 4시 부터. 9시까지.."
"오오오.. 역시 내 아들. 대단해!"
"응. 그럼 내일 새벽부터 출근할께."
역시 우리 아부지는 화끈하시다니깐. 크흘흘.
시간당 2천원에 하루에 만원.
좋았어. 그래. 하루에 만원만 저금 하는거야.
근데.. 새벽 4시에 일어날 수 있을까-_-
내가 이 시간을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8시 30분에 문여는 은행.
9시에 일을 마치는 나.
하루 일당으로 챙겨 받은 뒤에 그대로 그 돈을 들고
바로 은행에 입금해버리는거닷.. 캬하하.
그러면 은별씨 얼굴도 보고~ 돈도 저금하고!! 이런걸 바로 사자성어로 일석이조! 라고 하는 것이지!
푸하하하.
-_-
첫쨋날.
아르바이트를 끝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서는 은행으로 향했다.
그렇지 않아도 폐인 스러운 몰골인데.. 밤셈 덕분인지 더욱 폐인이 되어버렸다 -_-
난 익숙한 솜씨로 번호표를 뽑아들고서 은별씨 앞으로 다가갔다.
"꺄아아악!"
"헉. 왜그러심니까!"
"얼굴이 왜 그래요!?"
"-_-;;;;; .....그..그런 식으로 질문하면..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참 난감합니다...-_-"
"..아.. 죄송해요."
"일하느라.. 이렇게 됐어요. 자요. 여기 만원!"
"아..네.."
이제 어느정도 은별씨와 대화도 가능하다. 감격. ㅠ_ㅠ
그래.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는거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난 그날도 퇴근을 하고서 곧장 은행으로 향했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은행문이 닫혀있는게 아닌가!
알고보니 일요일이었다.-_-
이런.
아버지한테 말해야겠다.
토일은 그냥 쉬겠다고.-_-;;;
그러길 한달이 흘렀다.
이제 어느덧 은별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내가 찍접대는 대사를 날리지만 않으면 그녀와의 대하는 손쉬웠다.
그냥 일반적인 대화로는 말이다.
그러는 가운데, 그녀를 향한 내 마음은 점점 더 커져가기만했다.
그날도 퇴근(?)을 한 뒤에 곧 장 은행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횡단보도를 건너야하기 때문에 신호등이 파란불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이라 차들도 별로 없고, 오늘따라 높기만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최근, 내 생활패턴은 많이 달라졌다.
게다가 매일 새벽 같이 일어나서 피씨방에 들러서 공부를 하고 있던 나.
아침 시간대엔 손님이 별로 없다. 그래서 가능했던 것이다.
그녀를 생각하면서 공부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능률도 오르는게 아닌가?
머리도 식히면서 가끔 인터넷도 할 수 있었고.
왜 진작에 이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
이윽고 파란불로 바뀌고 난 뒤에, 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옴겼는데..
갑자기 옆에서 달려오는 검은색 승용차.
파란불이니까 당연히 멈추겠거니 했는데..
이 차가 멈추지 않은거다. 그냥 무작정 달려오는 자동차.
그리고 어쩔 줄 몰라 이리저리 주춤하는 사이..
'으아아악!!!!'
쾅!!!!!!!1
차의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아서 크게 다치진 않을 것 같았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상황이라 그런지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여보세요! 정신 좀 차려보세요!
여보세요!
주위의 웅성되는 소리와 '여보세요'라고 하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
처..천사?
하얀색 옷을 입은 아릿따운 천사가 날 깨우고 있었다.
헉.. 죽어버린건가?
... 아.. 근데 천사는 정말 이쁘구나...?
그런데 천사가 말했다.
"여보세요!!"
나는 무심결에 이렇게 중얼거렸다.
"여보세요? 누구십니까?"
"-_-;;"
잠깐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짓더니 천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봐요. 괜찮아요? 정신 좀 들어요??"
응? 이 사람은 뭐라는거지..? 괜찮냐고? 정신?..
아..!!!
.......자..잠깐. 나 교통사고 났었지 참-_-;;
갑자기 아픈척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왜 티비보니까 사고나면 막 아프다고 난리치고 그러더만??-_-
"아아아! 아파요 아파요!~!"
"...병원가요 우리!"
"누구세요-_-?"
"...제 차에 부딪히셨잖아요."
"...네?"
뭐야-0- 이 여자 천사가 아니었구나.
병원.. 차... 아.. 아직 죽은게 아니구나.
갑자기 기뻐서 눈물이 흘렀다-_-;
그러자 이 천사...아니 이 여자가 안절부절 못 하면서 날 일으키려고 애썼다.
"에에?? 왜 울고 그래요? 아악ㅠ_ㅠ!!"
"..-_-;;아.. 저 괜찮아요. 안 죽어서 기뻐서 흘린 눈물이라구요."
"네..? 지금 당신 몸에서 피나요."
"네?-0-.... 아 뭐.. 괜찮아요?... 이정도 쯤이야..."
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난 뭔가 잘 못 됐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생각한 대로 몸이 움직여 주질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뭔가 이상이 생긴 것만 같았다.
by 도도한병아리
사랑을 믿으세요? 뭐가 사랑이예요? 사랑이 뭔지 아세요?
모르기 때문에 사랑하는거야.. 그게 왜 사랑인지 모르니까..믿으니까... 사랑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