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우리는 바보 인가봐??

샹훼 |2003.03.07 23:15
조회 803 |추천 0

 

늦은 오후 그이에게 핸디로 소식을 보낸다. 그이는 버스 안이라고 하면서 덜커덩 소리와 함게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이는 가끔 그렇게 타는 버스가 참 좋은 듯 하다. 우리 아버지가 버스를 자가용처럼 타고 다니던 때와 거의 비슷한 모습으로 가끔 내 남자도 그렇게 버스에 탄다.

-여보 어디야?
-음.. 다와가.
-저녁은?
-집에서 먹을꺼야.
-뭐해줄까?
-보신탕..히히
-이구.. 그걸 내가 어떻게 해?
-하하하.
-빨리와요.
-그래∼

내 남자는 버스 타고 오는 날에 출장을 다녀오면 늘 맛있는걸 먹고싶어 한다. 술이 한잔 곁들이면 더 좋아 하구 말이다. 고민을 잠시 한다. 무엇을 해서 즐거움을 만들어줄까. 정육점으로 달려갔다. 보신탕을 먹고싶다고 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얼큰한 것이 생각이 나는가 보다. 보신탕보다는 덜 무서운 육개장을 끓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연한 소고기를 반 근 사고 콩나물도 샀다. 어제 사놓은 대파 한 단이 풍성해 보인다. 모두 다듬어 한쪽에 잘 담아놓고 마늘도 듬뿍 깠다. 당면은 미리 뜨거운 물에 담가 놓고 맹물에 간장을 조금 넣어 끓인다. 물이 펄펄 끓어오른다. 작게 썰은 고기를 끓는 물에 넣는다. 다듬은 파를 조금은 넓은 볼에 손으로 죽죽 찢어서 향긋한 냄새가 나게 한다. 고기가 거의 다 익었으면 꺼내어 손으로 찢어야 한다. 칼을 대면 이상하게 맛이 없으니 뜨거워 손가락이 호들갑을 떨어도 할 수 없다. 찢어놓은 대파와 잘게 찢은 맛있는 소고기에 고춧가루와 콩콩찌은 마늘 듬뿍 그리고 소금 적당이 또 후추를 약간 넣는다. 그리고 진짜로 육개장의 참 맛을 내는 참기름과 깨소금을 적당히 넣어야 한다.

골고루 넣은 양념을 맨손으로 조물조물 주물러서 옆에 끓고 있는 물에 넣는다. 그리곤 이쁘게 씻어놓은 노랑색의 콩나물도 집어넣었다. 흠∼정말 맛있는 이 냄새. 육개장의 냄새가 어설프게 올라온다. 우리 신랑 얼마나 좋을까?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내 남자는 들어오며 기척도 없다. 그냥 애들 방만 삐죽이 들여다보고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럼 나는 명랑한 목소리로 "왔어요?" 하고 인사를 한다. 내 남자 가지고 들고 온 가방을 휙 하고 던져놓곤 다짜고짜 티비앞에 또 길게 눕는다. 이세상에 티비가 없었다면 우리 신랑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나 할 정도이다.

맛있는 냄새가 나는지 우리 신랑 주방을 기웃거리며 배가고파도 잘 참고 있다. 아주 맛있는 냄새가 코를 진동한다. 잘 끓은 육개장의 냄새는 정말로 기가 막히다. 이것저것 넣은 육개장보다는 오늘처럼 아주 간단히 끓이는 육개장이 나는 참 맛있다.

거의 끓었으면 미리 담가 놓은 당면을 집어넣는다. 이제 완전히 끝. 상차림을 앞에 두고 내 남자 젓가락을 먼저 들고 신나라 한다. 맛있게 무친 콩나물이랑 육개장과 잘 어울리는 신김치가 오늘 겁나게 맛있다. 먼저 국물의 맛을 본 내 남자 완전히 정신을 잃을 정도다. 내 남자를 위한 쌀밥을 푸고 아이와 나는 현미밥을 담았다. 현미밥의 참 맛을 모르는 내 남자 언제쯤 내가 두 가지 밥을 하지 않게 해 주려는지 원... 그래도 요즘은 콩쥬스도 잘먹고 그래서 다행이다.

내 남자는 육개장의 국물을 맛을 보더니 나를 한번 본다. 그리곤 내가 너무 이쁘단다. 정말 당신 육개장 끓이는 솜씨는 기막히다고 하면서 말이다. 아마도 무진장 배가 고팠는지 칭찬도 잘 해주는 내 남자 오늘은 더욱 이쁜 말만 골라서 나를 기분좋게 해준다. 한 그릇을 다 비우고도 조금 더 먹는 모습이 나는 참 좋다. 꼬맹이도 우리 아라치도 호호 거려가며 매운 육개장을 잘도 먹는다. 자연으로의 식생활덕에 아이들 반찬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좋을 만큼 우리 아이들은 아무거나 잘 먹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상차림처럼 여자를 아름답게 만드는 일도 없을 것이다. 먹여줄 사람이 없어서 음식을 하는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혼자 사시는 어른들을 보면서 아 이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걸 느끼기도 하고 아이나 남편의 상차림에 늘 짜증이 난다는 젊은 아녀자들을 보면서 또 이런 것도 사람마음이구나 하는걸 느낀다. 사람은 언제나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만족을 모르며 감사해 할 줄 모른다. 늘 자신의 처지를 힘들다고만 할뿐이다. 혼자사는 노인은 혼자사니 번거로움도 없고 누구 신경써서 음식을 안해도 되니 홀가분할꺼도 같은데말이다. 가족이 있는 주부들은 자신의 손을 간절히 바라는 아이들이 있으니 얼마나 행복할까 남편이 아내의 사랑스러운 음식앞에 미소를 보내 줄 것인데 왜 그걸 짜증으로 받아들인는지 원. 가끔은 반대로 느끼며 사는 것이 자신의 삶을 충만하게 할 것인데 우리는 왜 그땐 그걸 모르는 것일까? 아마도 우리는 바보인가보다.

늦은 밤 시간이다. 시장에 볼일이있다. 엄마의 약을 가지러 가야한다. 잠시 다녀오는 길에 창을 활짝 열어놓았다. 양쪽에서 들어오는 바람은 아까 먹은 육개장을 완전히 케이오시키고만다. 너무 시원하고 향기롭다. 비가 자주 온 탓인지 향기로운 풀 냄새가 한가득 넘쳐 난다. 시골 밤의 야경은 어느 도화지에 잘 그린 그림과도 같이 이뻐 보인다. 어느 꼬맹이의 이쁜색만 칠해놓은 듯 그렇게 말이다. 차가 다니는 도로를 절름발이 아줌마가 손수레를 끌며 뒹기적뒹기적 걸어간다. 프린스는 그 아줌마와 같은 템포로 천천히 따라가준다. 뒤에 차가 소리를 지르지만 못 들은 척 그 아줌마가 편안하게 벗어 날 때까지 그렇게 천천히 간다.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이 모든 베려의 마음은 내 남자에게 넘쳐나는 사랑을 받은 나의 넉넉한 마음이리라.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