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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 [Particles] #6 진실의 열쇠

양광운 |2003.03.12 01:16
조회 290 |추천 1


- < 진실의 열쇠 > -

'당신은 머리가 좋은가?'

'당신은 똑똑한가?'

'당신은 아는 것이 많은가?'

“그럼 당신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 < 무뇌아 (Anencephaly) > -

"제 아이는 건강한가요?"

산부인과에서 검진을 받고 있던 예쁘장한 산모가 의사에게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아 네, 쌍둥이인데도 아주 건강합니다."

4년 만에 가지게 된 아이라 산모와 산모 남편 모두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더군다나 쌍

둥이라니.

"저기 ... 그런데 요새 들어 감기가 들었는지 자꾸 콧물이 나와서요?"

산모는 임신을 했을 때 마음대로 약을 쓰면 안된 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본인이 가진

사소한 질병이 아기에게 영향을 미칠까봐 매우 조심스런 모양이었다.

"음 ... 임신 중 이시라 감기약은 드시면 안 되실 것 같습니다. 정 괴로우시면 따뜻한 과

실 차를 드시고 푹 주무시도록 노려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임신 중에는 면역력이

약해지니 종종 있는 현상입니다."

의사의 말에 안심을 한 듯 산모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 오늘은 초음파 정기 검진이 있으신 날이니 3층의 초음파 실로 가시죠..."

의사의 지시에 따라 산모는 부푼 배를 소중히 손으로 보듬으며 간호사를 따랐다.

"아니, 이건..."

의사는 낮은 신음 소리를 냈다. 무언가 잘못 되었는지 그는 무척 당황하는 눈치였다.

"왜요? 태아 건강에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요?"

의사의 표정을 지켜 보며 내심 불안 해 하던 산모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색한 표정이 역력한 의사는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산모에게 말했다.

"아 ... 조금 더 관찰 해 보아야겠습니다 결과는 조금 있다 진찰실에서 의논하도록 하시

지요."


안경을 쓴 의사의 표정은 당혹스러움을 감추기 위해 이내 굳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산모는 의사의 진료실로 이동 했고, 산모를 담당했던 산부인과 의

사는 동료 의사와 레지던트들을 불러 모았다.

"이런 현상을 본 적이 있는가?"

"이게 무슨 현상이지요? 마치 군데 군데 갉아 먹은듯한 ... "

"아넨세팔리(Anencephaly; 무뇌증)하고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군요 …… "

"여기 태아의 삼차원 초음파 기록 동영상을 잘 보게나 …… "

의사의 지시에 따라 확대된 초음파 영상을 보던 동료들은 영상에 시선을 고정 한 채 경악

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태아의 뇌가 없는 게 아니라, 마치 무엇인가가 갉아 먹듯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것 같

군요? 그것도 영상을 통해서도 지속적인 진행이 관찰 될 정도로 빠르게 ……"


“이대로 아기를 출산한다는 것은 무리로 보이는데요 ……”

“쌍둥이 모두 뇌의 50%이상이 잠식 된 듯 보이는군요 ……”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어쩌다 저런 증상이 …… ”

조용히 의견을 듣고 있던 아까 그 산부인과 의사는 심각한 표정과 함께 잠시 고뇌에 빠졌

다.

'산모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까 ...... '







-< 자살 그리고 증발 >-


난자한 흔적이 역력했다.

25곳이 넘어 보이는 상흔과 몸 속의 피라는 피는 모조리 빠져 나간듯한 시체의 모습이 너

무나도 역겨워 보였다.

"세상에 얼마나 칼로 쑤셔 댔길래 ... 자살입니까 ?"

끔직한 현장에서 눈을 돌리며 강형사가 물었다.

"(1)주저흔이 있는 걸로 봐서 자살인 것 같습니다."

시체를 살펴 보던 의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자는 임신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뱃속의 양수는 다 터졌고, 아기도 무사한 것 같지

는 않습니다. 피해자의 칼이 아기에게 까지 들어간 것 같습니다만 … 찢어진 뱃속에는 아

기의 시체도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습니다. "

한국을 이끌어갈 33인의 과학자 부부라고 불리던 대덕 연구단지의 촉망 받던 신혼 박사

부부의 가정생활은 그렇게 상호간의 자해로 끝난 듯 보였다.


'자살의 원인이 대체 뭘까 … 가정 불화? 비관? 동기가 너무 뚜렷하지 않다.'

강형사는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그의 머리로는 풀 수 없는 문제 같았다. 이내 사체가 있

는 현장을 빠져 나온 그는 사건 현장인 아파트를 둘러 보았다.

부엌의 쓰레기통에는 크리넥스 휴지 뭉치가 잔뜩 버려져 있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튄

피의 흔적을 제외하면 별로 주목할 만한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타살의 흔적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 그럼 저는 나머지 처리는 감식반에 맡기고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무엇인가 마음속으로 크게 요동치는 것 같았다. 그건 오랜 형사 생활에서 오는 강형사의

직감이었다.


“아 잠시만요 형사님 …”

시체를 관찰하던 의사는 급히 강형사를 불렀다.

“무슨 일이시죠?”

불길한 느낌이 자꾸만 들었던 그였기에, 자기를 불러 세운 의사의 다음 한 마디가 무척

궁금했다.

“여자의 시체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 되었는데 … 아무래도 … 아기는 쌍둥이였던 것 같

습니다. 탯줄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걸로 봐서는 … 그런데 아기의 시체는 하나뿐입니다

… 이 점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네요 …”

의사는 갈기 갈기 찢겨져 나간 여자의 배를 들추며 말했다.

강형사의 직감은 점점 불길한 쪽으로 치닫고 있었다. 의사의 말은 사건에 대한 혼란만을

더 가중시키고 있을 뿐이었다.


“일단 보고서를 좀 작성 해 주십시요. 이 사건은 어딘가 모르게…”

일단 현장에서의 지시를 마친 그는 심란한 마음을 안고 현장을 빠져 나와 차를 몰고 서울

로 향했다.

'뭔가 좋지 않은 기분이 드는걸...'

지난번 생명과학연구소의 괴이한 연구원 시체 부검에 협조해 주었던 두 박사님으로부터

특이 할만한 단서가 포착되었다는 소식도 들은 김에, 그는 왠지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알 수 없는 죽음들에 대한 자문을 좀 구해서 사건의 실마리를 좀 잡아보고 싶었다.






- < 그녀의 포로 > -

나도 모르게 얼떨결에 그녀와 결혼해 버린 나는 포항으로 직장을 옮겨야만 했다.

물론 학창시절부터 내심 마음속으로 윤정이에 대한 연정을 품고 있던 나는 그녀와의 결혼

이 결코 싫지 않았다.

물론 남편과 사별한 여자, 그것도 사별한지 몇 달 되지도 않는 여자와의 결혼을 부모님

은 굉장히 반대 했지만 평소 큰소리 한번 내보지도 않았던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부모

님과의 ‘절연(切煙)’을 선언하고 집을 뛰쳐나와 버렸다. 그리고 나선 혼인 신고를 하

는 것 조차 집에 알리지 않았다. 물론 그런 저런 사연으로 인해 나와 그녀의 결혼은 반지

를 주고 받는 것으로 모든 절차를 완료 하였다. 하다 못해 허니문 여행을 할 틈도 없이

그녀는 박사 과정 입학을 해야 한다는 강한 주장 때문에 나 역시 그녀를 따라서 얼떨결

에 포항으로 내려 오게 되었다. 전에 다니던 직장에는 인사 할 틈도 없이 사표 한 장만

을 던져 놓고 말이다.

그녀와 같이 살면서 나에게는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 겠지만 그녀

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 몇 가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하나는 그녀의 강한 집착이었다. 그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결혼해서 살면서 까지 그렇

게 고집이 세고 집착이 강할 줄은 차마 몰랐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녀의 애교 띤 미소를

보며 나는 그녀의 고집과 집착에 순응 할 수 밖에 없었다.

또 한가지는 너무나 괴로운 것이었다. 그녀가 생물공학을 전공 해서 인지는 몰라도 "곤충

의 왕국" 인지 아니면 "자연의 나라"인지 같은 퍼런 풀들과 이상한 벌레 그리고 아프리

카 대초원 같은 것만 나오는 정말로 재미 없는 비디오를 자꾸만 내게 보도록 강요하는 것

이었다.

정말로 그걸 같이 보아주는 것은 내게 커다란 인내를 요구하였다.

그런 나의 고통과는 상관 없이, 언제나 그녀는 내 손을 꼭 잡은 채 티브이 앞에 앉아서

뭐가 그렇게 재미 있는지 자기는 킥킥대며 웃어 가면서 나에게 테이프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제발 테이프의 내용이라도 다른 것이면 덜 지루하겠거늘, 그녀는 몇 번이고 보

았던 내가 보기에는 아무 의미 없는 테이프를 자꾸만 내게 같이 보자고 했다. 마치 그녀

가 믿는 종교의 바이블처럼 그 화면을 그녀는 그토록 자주 틀어댔다.

덕분에, 나는 이제 그녀가 그 테이프를 보면서 나에게 설명을 해 주는 말은 거의 외울 정

도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물론, 두 시간 남짓한 테이프에 나오는 화면은 아예 머리 속

에 하나의 ‘파노라마’처럼 각인 되어 버리고 만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그녀와의 삶에서 또 한가지의 색다른 변화라 하면, 내 살이 좀 빠졌다는 것이다. 평

소 나는 다소 방만한 생활로 아랫배가 불룩 나온 전형적인 공대생 특유의 배불뚝이의 스

타일이었는데, 그녀와 결혼을 한 후에는 식욕이 다소 떨어지고 체중이 줄어 들게 되었

다. 다른 사람들은 결혼하면 몸무게가 늘어 난다던데, 난 반대의 상황을 겪었다. 아마도

그녀와 패턴을 맞추는 식생활의 변화 때문인 것 같았다. 요샌, 음식을 보면 아무리 맛있

는 것이라도 별로 입맛이 잘 돌지 않았다. 다만, 냉장고 미니 바에서 흘러 나오는 시원

한 냉수만이 내 속을 달래 줄 뿐이었다.

그 외에 내가 그녀에 대해 몰랐던 사실은 그녀의 음식 섭취량이 굉장히 작다는 것이었

다. 흔히들 말하는 ‘입이 짧다’라는 표현이 적합 한 지는 모르겠지만, 물을 마시는 것

외에 먹는 것은 굉장히 소량이었다. 또한, 야채류만 선호하던 그녀의 식단은 고기류에는

손도 대지 않는 한국인으로서는 보기 드문 베지테리언[Vegetarian]이었다.

최근 나도 음식에 대한 성향이 그녀를 닮아 가는지 점점 먹는 양도 줄고 그나마 선호하

는 음식도 채식 위주로 많이 바뀌었다. 그녀가 바꿔준 나의 생활 패턴 중에는 꽤나 긍정

적인 변화 중에 하나였다.

그렇게 우리의 부부생활은 원만했다. 다만, 가끔 그녀가 나와의 밤 생활을 때론 거부 한

다 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릴 뿐 우리에게는 별다른 큰 트러블이나 문제가 없었다.

그렇긴 해도, 그녀와의 밤은 거의 내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황홀 하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난 그녀가 간혼 피하는 나와의 밤이 무척 속상하게 느껴지곤 했다.


그녀와의 뜨거운 밤은 정말로 그 어떤 여자와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만약 내 몸을

송두리째 뽑아서 마약에 푹 담그었다 꺼낸다면 이런 느낌일거라는 생각조차 들곤 했다.

그러나 의외로 그녀와 보낸 밤의 황홀함은 느낌으로만 그렇게 남을 뿐, 항상 내가 리드

할 기회를 주지 않고 그녀가 날 리드 해서 그런지 별다른 나의 육체적 유희의 기억들이

자리잡고 있진 않았다.


그렇지만, 밤의 그녀의 적극 적인 리드는 나에게는 굉장한 의외의 사실이었다. 그렇게 청

순한 나의 부인이 밤엔 그런 ‘요녀(妖女)’같은 모습을 보일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저런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난 그녀와의 밤의 부부생활을 눈 빼고 기다릴 정

도로 점점 밤의 그녀에게도 중독 되어 갔다.


결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가 수업을 받으러 학교 가는 시간이 무료하기도 하

고 당분간 우리 부부는 각자의 일을 위해 아기를 갖지 않기로 다짐 했던 것도 있고 해서

예쁜 포메라니언 강아지를 한 마리 사게 되었다. 그런데, 이놈이 나를 참 잘 따랐다. 그

녀가 항상 강아지 밥을 챙겨주는 데도 불구하고 그 놈에게 그녀는 항상 찬밥 취급을 당하

곤 했다.

그렇게 자식 같던 그 귀여운 뽀메(우리의 포메라니언 강아지의 이름을 ‘뽀메’라고 지었

다.)는 몇 일도 살지 못한 체 원인 불명의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뽀메가 죽었던 날은

그녀가 실험한다고 늦게 들어온다고 하여 적적했던 내가 안방에 뽀메를 데리고 와서 같

이 잤던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제 태어난 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은 작은 우리

의 강아지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고 죽어 있었다.


내가 자면서 깔아 뭉갠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잠잘 때 별다른 잠버릇이 없

는 나로서는 그랬을 것 같지는 않았고, 강아지의 몸에도 별다른 외상이 없어 보였다. 아

마 작고 어린 개이다 보니 다른 질병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개를 팔았던 집 욕만 실컷

했었다. 그렇게 욕을 해서 화풀이를 하기는 했지만, 귀여워 하던 개가 죽었던 그날은 너

무나 슬퍼서 그 놈을 집 앞마당에 묻어주곤 혼자 침울해 했었다. 그녀는 그날 저녁 늦게

들어와 그런 나를 위로 했고, 나를 달래 주겠다는 구실로 그 지겨운 비디오를 틀어서 보

면서 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날 토닥거렸다.


하지만, 그런 찝찝한 날마저 그녀를 위해 비디오를 같이 보아주기 싫었던 나는, 나의 우

울한 표정을 무기 삼아 그녀를 방에 끌고 들어가 초저녁부터 황홀한 밤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날 그녀는 나를 달래 주려고 했던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부부 관계가 당

시 좀 뜸해서 그랬던 것인지 그녀는 더욱 적극적이었고, 나는 다른 날 보다 더더욱 정신

을 못 차리고 그녀 속으로 빨려 들어 갔다.

그날 그녀의 입술은 마치 내 피부를 파고 들어 직접 나의 말초 신경을 자극 하는 것 같았

고, 그녀의 혀가 내 입안에 들어 왔을 때는 마치 향기로운 환각제를 계속 입으로 밀어 넣

는 듯이 정신이 몽롱해져 갔다.


나의 온 몸의 감각은 그날 그녀에 의해 그렇게 더욱 더 길들여져만 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격렬히 그녀와 사랑을 나눠서 평생 잊지 못할 만큼의 황홀경

을 맛보았던 그날 밤 역시 나의 동물적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이 전혀 나지를 않았

다. 그냥 그렇게 나를 감싸 안았던 쾌락의 느낌만이 뇌리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내가 말로 표현 할 수 있는 그때의 느낌은 ‘인간이 소유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쾌락’

을 다 맛본, 심지어는 음식을 배불리 먹었을 때의 포만감 마저도 밀려오는 듯한 그런 강

한 자극이 나를 휘감는 듯 했다는 아주 추상적인 기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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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저흔 : 타살이 아닌 칼과 같은 날카로운 물질에 의한 자살일 경우, 일반적으로 사
람들이 자해를 하면서 느끼는 고통과 두려움 때문에 한번에 상처를 내는 것이 아닌 여러
번 혹은 상처의 흔적에서 머뭇거린 듯이 주저한 흔적이 남는다. 이런 ‘주저흔’의 존재
를 죽은 시체의 자살과 타살 여부(與否)에 대해 검증하는 자료로 종종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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