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자.5
"..누가 그래??"
사장님은 잔뜩 굳은 표정을 하고 나에게 물었고, 나 역시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당황하고 있을 때 자주 가게에 들르시던 손님 한 분이 오셨다.
"어? 사장님 계셨네요."
사장님이 직접 만든 수제케이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손님이었기에 사장님을 보곤 반가워했다.
"아..예..오셨어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안색이 별로 안 좋아보이시는데.."
"아뇨..어제 잠을 좀 설쳤더니 그런가..하하..오늘은 무슨..."
"저번에 사갔던 단호박케이크 맛이 좋더라구요.오늘 집에 손님을 초대해서 그런데 지금 단호박케이크 좀 사갈 수 있나 해서요."
"아..그러시구나..지금 당장은 좀 곤란하고 시간이 좀 걸려도 괜찮으세요?"
"저녁 7시 정도면..괜찮을 것도 같은데.."
"그럼 제가 7시 전까지 만들어서 이 친구에게 보내드릴게요."
"네 그럼 부탁 좀 할게요."
손님은 사장님이 나를 가리키자 한 번 쳐다보고는 웃으며 돌아갔고 다시금 어색해진 분위기 속에서 사장님의 단호박 케이크는 만들어졌다.
"영민이가 말한거야?"
단호박을 익히는 중에 사장님은 침묵을 깨뜨렸고 더 이상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주머니 든 명함을 꺼내 보였다.
"후..그래..영민이가 주고 간 모양이군.."
"..제가 잘못한거에요?"
"..아니 써니는 잘못한거 없어..단지 내가 미안할 뿐이지..그동안 속여왔던것들..."
"속이다뇨..?"
"나한테 오해를 하고 있었던것 같은데...화나지 않았어?"
"아뇨..제가 화를 내는게 더 우스운거 아니에요..?"
내 대답에 사장님은 고개를 끄덕였고 들고 있던 명함을 내게 다시 돌려주시며 말했다.
"그럼 정식으로 내 소개를 다시하지..잘 들어둬."
나는 명함을 돌려받은 뒤 잠시 망설이는 사장님을 보고 있었다.
사장님이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단호박이 잘 익었음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고 우리는 그렇게 다시 케이크 만들기에 열중해야만 했다.
"자주 가봤던 길이니까 갈 수 있겠지?"
"그럼요."
"그럼 다녀와..가다가 모르겠으면 전화하고."
사장님은 내게 휴대전화와 손님의 집주소를 쥐어주었고 나는 예쁘지만 단순하게 포장 된 단호박 케이크를 들고 길을 나섰다.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보니 6시 40분이었다.7시까지 맞춰가려면 넉넉한 시간은 아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 길을 걷다가 육교를 건너 다시금 동네골목길로 접어들었다.
부촌이라 그런지 가로등 조명이 빵굼터 조명과 비슷했다.어느덧 시간은 6시 50분을 지나고 있었고 마침 대문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신 손님이 보였다.
"수고했어요.차라도 한 잔 마시고 갈래요?"
"아뇨,괜찮아요."
"미안해서 어쩌죠..?"
은근한 미소를 짓는 손님은 늘 그렇듯 인자한 어머니와 같았다.
중후한 느낌이 잔잔하게 퍼지는 동안 손님은 케이크값을 지불하려고 지갑을 펼쳤다.
"5만원 맞죠?"
"네."
다른 제과점보다 배로 비싼 빵굼터의 케이크에는 그에 맞는 이유가 있었고 다행히 손님들은 별 불만없이 값을 지불하고 맛을 음미했다.
"그럼 잘가요."
"네.안녕히계세요."
손님은 케이크를 전해받고 대문안으로 사라졌다.
나는 케이크값을 소중히 지갑에 넣은 뒤 다시 그 거리로 돌아왔다.
"길은 헤매지 않았어?"
사장님은 어느덧 갓 구워낸 단팥빵을 진열하고 있었고 나는 금고에 5만원을 넣어둔 뒤 사장님을 거들었다.
"오늘도 수고 많았어."
"사장님이야말로 저땜에 수고 많으셨어요."
"뭘 내가 좋아서 하는일이니 수고랄것까지야...후..이제야 차 한잔할 여유가 생겼네...커피마실래?"
사장님과 나는 저녁시간을 넘긴 밤에 테이블에 마주앉아 차 한잔을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아참..아까 못한 말 지금 해야지.."
사장님은 커피잔을 내려놓곤 나를 보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난 한 때 한국호텔에서 일하던 이성모, 지금은 빵굼터라는 작은 가게의 오너이기도하지."
"저는 빵굼터에서 제 꿈을 위해 공부하고있는 써니라고 합니다.본명은 조선희지만 지금은 써니가 더 편하네요.반갑습니다."
"하하하하..."
사장님은 이제야 마음이 편하다는 듯 크게 웃었고 그렇게 한 잔의 차를 나누며 사장님과 종업원의 유대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그럼 내일은 쉬도록 하고, 맘대로 이것 저것 만지면서 공부를 해도 좋아."
"정말요??"
"대신 월요일날 재료가 없어서 빵을 만들지 못하는 불상사는 없도록 신경 좀 써주고."
"네~!!고맙습니다."
"잘 되면 갚아야 돼 무조건!"
"그럼요!!!그럼 들어가세요 사장님!"
"그래, 문 잘 잠그고..영민이는 아까 왔다갔으니까 나가면 바로 문잠궈 알겠지?"
"네??"
"어제 밤늦게 찾아왔던 남자말야..이름이 영민이야..강영민."
"아...네...."
"써니가 직접만든 단팥빵하고 전병 포장해 둔 것 줬어."
"아..네;;"
"내일은 그 녀석 찾아오지 않을거니까 맘 편히 푹 늦잠이나 자라구."
긴 하루가 지났다.
사장님은 집으로 돌아가셨고 나는 가게문을 잠군 뒤 장부를 정리하고 있었다.
가게 전화벨이 울렸다.
"사장님?"
"팀장님."
"네??"
"아가씨 정말 귀가 어두운 모양이야."
"아..영민.."
"세상에 아씨도 있던가..? 난 강영민이라고."
"네..어쩐일로.."
"거참 쌀쌀맞은 아가씨로군."
"내일은 빵 안만들어도 된다고 들었는데..."
"그래 대신 우리 집에 좀 와줬으면 좋겠어."
"네..??"
"물론 아침 일찍 괴롭히려는건 아니고 할아버지께서 당신을 좀 보고싶어하시거든."
"할아버지께서요..?"
"그래, 그럼 내일 점심이나 같이 한다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었으면 좋겠어.난 기다리는걸 잘 못하는 성격이라."
"저 내일은.."
"곤란하다는 건가..?"
"..그게..."
"별 말 없으면 내일 12시까지 가게로 가지. 그럼."
전화가 끊기고 나는 다시 멍하니 앉아 생각에 잠겨야만했다.
나를 보고싶어한다는 할아버지도 궁금했지만 매번 이런식으로 나를 대하는 강영민이라는 사람에게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도대체..이 사람 정체가 뭐지..?"
다시금 장부를 정리한 뒤 오랜만에 깊고 단 잠에 빠져들었다.
제빵일을 배우기 시작한 뒤로 한 번도 꿈꾸며 자 본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그립던 사람들이 하나 둘 내 꿈에 찾아와 안부를 전하고 갔다.
"..으음.."
단잠에 빠져 눈이 떠졌을 때는 어느덧 12시를 향해 힘차게 달리는 초침을 비롯한 분침과 시침이 자리잡은 벽시계가 보였다.
"...흐암...도대체 몇 시간을 잔거야.."
제법 부어오른 눈살을 찌뿌려 거울을 보았고 서둘러 샤워를 마치곤 오랜만에 외출복을 골라 입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12시를 훌쩍넘긴 시간이었고 12시에 오겠다던 사람은 오지 않았다.
기다려보자는 생각으로 사방에 블라인드가 쳐져 안은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 밖이 보이는 가게로 나갔다.손목 시계를 들여다보니 시간은 1시가 다되어가고 전화 한 통 없이 늦는 남자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개그우먼꾸[주저리]
전 편은 제가 생각해도 참..짤막한 이야기였어요.
죄송해요, 그래도 이해해주시고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네요^^
하루에 두 편정도 꾸준히 올릴 계획이니 꾸준히 지켜봐주시는 분이 계셨음 좋겠어요.
전 몸튼튼 마음튼튼 내용튼튼한 글 다시 들고 올테니 독자분들께서도 건강하고 건전한 명절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좋은 주말 오후시간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