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올해 열일곱 여고생이에요~
제가 중학교 2학년 추석때 겪은 일인데, 추석연휴라 다시금 생각이 나서
한번 써봅니다.
전 부산에 살고 있습니다.
어쩌다 친구들이랑 연휴라 놀다보니 가족들 먼저 할머니댁에 가시고
저 혼자 늦게 할머니댁에 가게 되었습니다.
늦게까지 신나게 놀았더니 피곤했나봅니다.
버스에서 졸아서 할머니댁이 연산동인데 부산 롯데백화점에서
버스 기사분이
" 학생~ 안 내려? " (막차였습니다.)
"예?... "
어안이 벙벙... 자다가 어딘지도 안 물어보고 후다닥 뛰어내렸습니다.
..
주머니엔 노느라 돈이 한 푼도 없고 잡히는건 하나로 카드뿐..
지나다니는 건 택시뿐이더군요..
다행히 서면이라 안 무서웠지.. 주택가였으면 덜덜...
핸드폰 약이 하나도 없다는 건 알았지만 혹시나 한 맘에 켜봐도 소용이 없엇져..
이런.. ㅅ...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멍.. 하니 서있는데 웬 삼촌뻘되는?
얼굴은 오빠뻘되는 택시기사 분께서 말을 건냅디다.
"아가씨~ 택시 안 타세요?"
(제가 당시 나이 열다섯이였지만 키가 170에 좋게 말하자면 조숙해보이는 거지만
삭았습니다... 겉나이는 최대 스물넷으로도 봤죠...)
"아.. 그게.. 돈이 하나도 없어서..
.."
뭐 유치원때부터 낯선 사람이 말 걸면 경계하라는거 쯤은 알았지만
그 택시기사분 참 선량하게도 생기셨습디다..
"어디가시는데요?"
"여..연산동이요..;; "
"아~ 저희집이 거제리라서 가는 김에 태워다드릴게요
"
저 순간 봉 잡았다.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우더니 낼름 탔습니다.
"아가씨~ 남자친구있어요?"
"에.. 있는데요
"
자꾸 뭐 질문을 던지기에 의심은 더 해만 갔습니다.
저보다 3살 많은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연락하고 싶어도 연락 못하니 죽을 맛이더군요..
그 택시기사분 연산동쪽으로 가지 않고 갑자기 어린이대공원으로 갑디다..
"아가씨 몇살이에요~?"
"열다섯살이요."
"엥? 적게봐도 고등학교 2학년이구만
어디서 구라를..."
"
..."
갑자기 차를 어린이대공원 쪽으로 모시더군요.
저 깜짝 놀랐습니다
..
"제 애기 좀 들어주세요
"
"저기요~ 저 시간이 없어요.. 추석이라 가족한테 가봐야하거던요..."
그 아저씨 나이는 25이고 여자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고 고아에다
혼자 추석보내기 그렇다고 저를 잡습디다..
으슥하고 사람도 안 다니는 새벽 1시 .. 뭐 일이 일어나도 일어날 분위기였죠
..
"아가씨 키스해봤어요?"
"
..전 아가씨가 아니라 학생인데요... "
경악 그 자체였습니다.
머리 속으로 스치는 생각은 곧휴를 차고 냅다 뛸까.. 이 색히 뭐냐...
저 검도 2단입니다..
넌 이제 죽었다.. 나 건드리면 너 초상나는 줄 알아라..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었져..
택시기사 아저씨 말로는 뭐 가족이 없고 여자친구도 없고 고아에다가
명절 혼자보내기가 참 씁쓸하다며 신세한탄을 하는겁니다..
열다섯살짜리 꼬맹이를 옆에 앉혀두고는 말이죠..
..
그러더니 한번도 키스를 못해봤다며 징징 우는겁니다..
..
미칠지경이더군요.. 아저씨 신세한탄 들어주고 달래줘서 눈물 뚝 그치자
"저.. 집에서 부모님 기다리시거든요. 명절이라 친지분들 잠도 못 주무시고 저 기다릴텐..."
뭐 착한 순딩이 아저씨는 절 할머니댁까지 곱게 데려다주시더군요.
절 보내면서 미안하다며 연신 꾸벅거린뒤
용돈이라며 5만원도 주셨습니다.
벙...
택시 창으로 손 흔들면서 슝 가버리시는 아저씨
..
그냥 추석이니 그 분 생각이 나네요~
아저씨! 명절이라 또 외로우시져!?!! 힘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