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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서 찬바람이...

아줌마 |2003.03.13 17:39
조회 828 |추천 0

남편이 저녁에 나가야 한다고 했다

난 순간 또 피가 머리로 솟구쳤다

뭐하러 나가냐는 내 표독스런 물음에 비지니스란다

내입에서는 당연한 말이 터져나왔다

"니가 언제는 비지니스 아닌적 있었냐?

그래서 그딴짓 하고 돌아 다녔냐?"

남편이 긴한숨을 내쉬었다

난 아들 녀석 생각에 입을 다물어 버렸다

남편이 내 눈치를 보며 소주 한병만 마시고 일찍 올게라고 말했다

그리고 별로 취하지 않은 모습으로 일찍 들어왔다

난 독한 마누라가 아니다

남자들 술자리 이해 못하는 여자도 아니다

남편을 손에 쥐고 흔드는 여자도 아니다

난 올해 마흔살이 됐다

남편은 나보다 두살이 어리다

남편과 연애 3년하고 결혼해서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하는일이 잘못돼 힘든 상황도 여러번 있었고

친구와 술 좋아하는 남편때문에 맘고생도 많이 했고

별로 다정하지 못한 남편 성격에 상처도 받으며...

하지만 난 남편을 이해하고 믿고 받아주며 10년을 살았다

난 정말 너무 바보처럼 남편을 믿었었다

남편도 가끔은 그런내가 고맙다고 말을 하기도 했다

가끔 편지로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남편때문에 감동을 받으적도 여러번 있다

그런게 행복이라 생각하며 오로지 가정에 충실하며 살았다

그런데 남편이 날 무참하게 배신했다

나보다 나이가 8살 어린 여자랑 바람을 폈다

4달여전 남편이 새벽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근래에 일이 잘 안되서 술이 좀 잦은편이었는데 그날은 기분이 이상했다

무의식적으로 남편 메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들은 단순한건가... 비밀 번호가 너무 쉬운거였다

남편의 메일을 열어본 순간 심장이 멎는듯 온몸이 부들거리기 시작했다

여자와 주고 받은 메일들...

내용이 너무 충격이라 난 다시 읽고 또 읽고...

남편에게 휴대폰을 했지만 받질 않았다

문자를 남기고 음성을 남겨도 무소식였다

소파에 석고상 처럼 멍하니 앉아있는데 새벽 5시에 남편이 들어왔다

여보 왜 안자고 있어 라며 웃고 들어온다

너 그년이 누구야 라는 내말에 남편이 당황했다

그러더니 자기 지금 술취해서 얘기 못하니 다음날 술깨면 얘기하겠다고 했다

술취한 남편하고는 얘기가 안되는걸 알기에 밤을 꼬박새며 기다렸다

다음날 남편이 순순히 얘기를 했다

내가 통곡을 하며 그여자 찾아간다고 하니 그것만은 제발 참아달라고 애원을 했다

생각은 그여자 찾아가서 장사 못하게 난리치고 개망신 주고 싶은데 난 그냥 주저 앉았다

사실 난 그렇게 할 위인도 못된다

그리고 나한테도 자랑스런 일은 아니니까..

하지만 내 심정은 표현할 말이 없었다

그냥 내가슴에 칼을 꽂고 싶은 심정이였다

난 그날이후 남편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난 남편에게 하고 싶은말 내 심정 그런것들을 메일로 보내기 시작했다

남편도 답장들을 보냈다

자기의 어리석음을 용서해 달라고 했다

그여자한테 한말들은 모두 진실이 아니라고 했다

이세상 끌날까지 자기랑 갈여자는 나밖에 없다고 했다

앞으로는 매일 행복한 날들이 되게 해주겠다고 했다

내가 없는 자기 인생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만약 내가 자기를 버리면 자기는 어떻게 사냐고 했다

자기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제 깨닫게 됐다고 했다

그말들을 그대로 믿는다면 난 또 바보가 되겠지..

하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인데 내 상처는 걷잡을수 없이 커져갔고

남편에 대한 불신도 점점 커져가기만 했다

남편이 나름대로 노력하는게 눈에 보였지만 난 좋다고 웃을수는 없었다

난 혼자 생각하고 울고 가슴치며 그렇게 또 참고 있었다

처음에는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절대 이혼은 못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들때문에라도 이혼은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이혼을 생각하게 됐다

앞날을 생각하니 지금이랑 별반 다를게 없다고 생각됐다

남편한테 메일을 보냈다

그냥 조용히 지내다가 여건이 되고 때가되면 조용히 헤어지자고 했다

남편이 펄쩍뛰며 쓸데 없는 생각하지 말고 잘먹고 살이나 찌란다

그렇게 또 한달정도가 흘러갔다

어느날 남편이 정말 이혼하고 싶냐고 물었다

난 그렇다고 대답했다

남편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난 너 호강한번 시켜주기 전에는 절대 이혼 못해 아니 할수가 없어"라고...

지금은 남편이 밉지는 않다

내 눈치 보며 잘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어떤때는 측은하기도 하다

하지만 절대 이쁘지도 않다

어제밤에 남편이 맥주 한잔하자고 했다

요즘은 집에서 한잔씩 하는일이 많다

약간 취한 남편이 나한테 자기 구박하지 말라고 했다

자기한테 좀 잘해 달라고 했다

사실 요즘 내가 소홀하게 하기는 했지만 그건 당연한거 아닌가

그럼 내가 남편한테 지극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말인가

내가 남편한테 말했다

지금 나한테 뭘 더 바라냐고...

내가 더이상 어떻게 하기를 바라냐고...

지금도 가슴에서 피눈물이 솟구치는데 아무렇지도 않은듯 이만큼 버텨주면 되는거 아니냐고...

남편이 미안하다며 내손을 잡았다

자기는 너무 나한테 바라기만 한다고 미안하단다

앞으로는 날 여왕마마처럼 받들며 살겠단다

난 그말 믿지도 않고 기대도 않한다고 말했다

니가 그렇게 할 사람도 아니라고 말했다

남편은 정말 그렇게 할거라고 두고 보라고 말했다

엄청난 일을 겪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말을 들었다면 얼마나 기쁘고 감동이었을까...

지금은 모든것이 무의미 하고 덤덤하다

남편은 정말 노력하고 다짐하고 있는듯 한데...

지금도 자려고 누우면 모든것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남편이 한말들... 행동들...

언제까지 이러려나...

남편하고 사는동안은 사라지지 않겠지

남편이 그렇게까지 노력하는데 이제와서 이혼을 생각하는 내가 이상한건가...

어쩌면 난 또 당하게 될지도 모를 배신이 상처가 미리 두려운건지도 모른다

오늘도 난 이혼을 생각하며 한줄기 눈물을 흘리며 잠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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