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7세의 직장인입니다.
예전에 1년 반 동안 다녔던 "A사" 를 나와서
지금은 협력업체였던 "B사"에 입사한지 오늘로써 한달이 되었습니다.
먼저 다녔던 "A사"는 전부터 알고 지내는 형이 다니던 회사였습니다.
취업 준비중에 팔까지 다쳐 쉬고 있던 저에게 어느날 연락이 오더군요.
사람이 필요한데, 네가 들어오면 자기가 하던 팀장 자리를 곧 주겠다
아니면 한동안 아르바이트 좀 해 달라는 전화였습니다.
전 팀장은 관심없으나, 아르바이트 몇 달은 도와줄수 있으니 출근 하겠다 했지요.
그 곳은 캐릭터 인형 회사로써, 제품의 조립 및 가공을 하는 일이었습니다.
나중에 원형 제작이나 캐릭터 분야 진출로써의 전망도 있다는 말에
처음 생각보다는 오래 근무하게 되었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을 쏟다보니
결국, 1년 뒤엔 정직원에 팀장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매출이 줄어들자 분위기도 어두워지고 일 역시 줄어들게되어
임원과 직원들 간의 마찰도 생기고, 업무환경도 많이 산만해 지더군요.
놀면서 월급만 받아먹는다는 나태한 생각에 강한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더 늦기전에 적성에 맞는 다른 일을 배우고자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건축모형 회사쪽으로 취업을 알아보던 중 어느날
"B사"의 임원분들과 연락이 닿아 작은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B사"는 예전 "A사"의 협력업체로, 타사의 제품들도 생산하고 있었고
임직원 분들과 저와는 개인적인 친분도 있었습니다.
긴 취업활동에 지친 저에게 "B사"의 구직찬스는 매우 솔깃한 기회였지요.
비록 "B사"는 지금 당장 충원 계획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임원분들이 저를 예전부터 좋게 보셨는지, 제가 하려는 의사만 있다면
예전 "A사"와의 문제도 해결해 주고, 고임금의 직원채용을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전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하겠다'고 합의를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표면적으로는 견습기간이네, 수습사원이네 하는 말을 했지만,
"B사"에서 저에게 어떤 파트의 어떤 업무를 맡겨줄 것인지를 확실히 몰랐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러가지 일을 시켜보고 싶다는 "B사"임원분의 말도 있었습니다만...
실제 입사 전의 얘기와 입사후의 상황은 많이 다른 것이었더군요.
입사전 얘기는...
"... 매장을 지키면서 우리 제품에 대해 좀 알아보고, 타회사의 제품과 시장관계 등을 시간날때마다 컴퓨터로 알아봤으면 좋겠네, 학교 공부도 하고... 다른 곳 면접 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다녀와도 좋고, 회사와 집이 멀어서 힘들어도 어차피 매장은 오픈시간이 늦으니까... 그리고 일본어도 할 줄 안다고 했으니 해외 캐릭터 행사 등에도 같이 참여해. 앞으로 여러가지 일을 시켜 볼 생각이야...."
지금 상황은 이렇습니다.
일단 매장은 없었습니다. 마치 지금 실제로 있는 듯, 곧 오픈 할 것처럼 말하던 매장은 없는 것이었구요. 계속 자리를 알아보던 중이었는지, 공사중이었는지 자세히는 모릅니다.
그리하여 첫 출근 하던 날. 제가 간 곳은 생산실이었습니다. 합성수지와 각종 기계들로 캐릭터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었지요. 생각치도 못 한 상황이었지만 평소에 궁금하기도 하였거니와, 처음에 이것저것 시켜본다고 했으니 일단 배워보자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물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업무라 실수도 많이 하고, 직원들 텃세와 피곤함에 머릿속도 복잡했지만 견뎠습니다(여기 분들은 제가 A사에서 왔다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 했습니다). 허락을 받고 하루를 쉬었는데도 난리가 나더군요. 이 회사는 결근이란 없고, 다들 아프지만 아픈척을 안하니 눈치껏 행동하라는 설교를 들었습니다.
오늘... 제가 출근한 지 정확히 한달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우연하게도 오늘은 이 회사의 결산 날이더군요. 오전 시간에 결산 내용을 들으니 지난 한 달간 복잡했던 머리가 다시 복잡해져 오는 기분이었습니다. 결산 내용이란, 매장 오픈은 무기한 연기되었으며, 따라서 XX씨(본인)는 계속 생산실에서 근무 할 것, 앞으로도 회사 사정이 나아지지 않으면 업무장 축소 및 인원 감축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해 지더군요. 충원 계획이 없는 회사에 들어와서, 언제 생길지도 모르는 매장을 기다리며 일 해 왔는데, 이제는 감원설이 돌고 있습니다. 전 그야말로 꿔다 놓은 보릿자루도 안 되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군요. 이 모든일이 입사한 지 한달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A,B사"의 양쪽 분들과 인연을 끊을 각오를 하고 이 곳을 뛰쳐나오고 싶은 심정입니다. 애초에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않고 막연한 동경심에 "B사"를 선택한 제 잘못은 인정합니다. 어렵지만 확실할 것이라고 생각해 내린 결정이 지금에 와서 이렇게 희미해 질 줄은 몰랐네요.
이 회사... 계속 붙어 있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