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만났습니다
만나고 얼마되지 않아서 그 남자는 거의 저희집에서 저랑 시간을 보냈죠.(자취를 해서)
남자친구는 자신의 자취방에서 자는 날이 거의 없어서 월세가 조금 아깝기도 하고..
또 저와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짐을 옮겨서 같이 살기 시작했습니다
좋기만 했습니다
남자친구 학교가 집에서 좀 멀어서 학교근처 친구네 집에 자는 날도 꽤 많아서
지겨움이나..트러블 같은건 없었어요. 그 친구는 모르겠지만 저는 늘 설렜습니다
서로 영양가없는 말다툼 같은건 싫어해서
재미있고 즐겁고 서로 최대한 이해하면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하는건 서로에 대한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
그냥 제 마음속에만 담아두겠습니다
어찌돼었든 그 남자친구가 이번달에 외국으로 나가게 됩니다
형편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 친구 여러모로 똑똑한 아이여서 오히려 저도 많은 도움 받았습니다
워킹홀리데이로 돈을 벌러 나가지만 돈보다 그 친구 딴에는 인생에서 그런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어요
1년정도 생각하고 나가는 거구요.
저도 그것을 알기에 가지 말라는 얘기는 한번도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친구 외국 나가는 거 오히려 제가 더 밀어주고 싶으면 싶었지, 막고 싶지는 않아요
같이 가거나..그런 생각은 전혀 해본적도 없습니다.
그 친구가 지난 주에 짐을 친구네 집으로 옮기더군요
같은 집에서 계속 웃으며 지내다가 갑자기 외국 나가면 내마음이 너무 공허할까봐
유예기간이랄까.. 맨 처음 저희집에 왔던 것 처럼 손님으로 오고 싶다고.
제 딴에는 어차피 외국 나가면 거기에 다 묻힐꺼.. 그냥 같이 있다가 갔으면 좋겠는데..
어쨌든, 며칠이 지난 지금 그 친구의 속마음을 어느정도는 헤아려지더군요
저번에 그 친구가 제가 이제껏 받아보지는 못했던 비싼 목걸이와 귀걸이를 선물했어요
아주 비싼..
느낌이 왔어요. 아... 헤어지려고 하는구나.
그 마음 알고서도.. 그냥 서로 그마음 알면서도 그친구 외국나가기 전까지 기분좋게 해주려구요.
제가 참 부담스럽게 했어요
연락안되면 조바심 내고.. 바보같이 맨날 기다리는 모습 보이고..
서로 지금도 너무 좋아하는데 왜 이래야 되는지 모르겠지만..
사랑해서 떠난다는 그런말. 다 말장난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그 친구 마음 편하게 웃는 낯으로 보내줘야 하겠습니다
저도 차분히 그 친구 출국할때까지 제 마음도 찬찬히 들여보고
가는 날.. 가장 편안하고 멋진 모습으로 그 친구 배웅하려구요
역시 글은.. 보이지 않던 내 잘못을 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운한 마음으로 그 친구 불편하게 했던 저의 못난 마음꼴
스물 여섯 가을에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는 낙낙한 아량을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느덧 일년
작년 시월에 만나 또 그 시월에 작별합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아직 끝나지만은 않았다고 믿고싶은 저만의 욕심이 자꾸 비집고 들어오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