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양사입니다.
영양사... 그래도 "士"자 붙은 직업이라고 남들보기 그나마 괜찮지 않나
싶은 그런 직업이지요..
하지만 어떤직업이든지 간에 실상을 들여다 보면 정말이지 별 볼이 없이
사람살고 일하는건 어디나 똑같다는 거 아시죠...
영양사라는 직업도 따지고 보면 분류가 많습니다.
저는 유통업의 직원식당을 책임지고 있는 영양사구요
위탁업체소속입니다.
유통업의 특성상 산업체도 아니고 오피스도 아니기에 참으로
어정쩡한 식단가를 가지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산업체는 1식 3찬(김치포함)이구요 오피스는 1식4찬(김치포함)입니다
식단가에 따라 찬수가 증가하거나 혹은 메뉴의 레벨이 달라지지요
흔히 영양사 하면 식단만 작성하고 무슨 할일이 있겠냐 하실겁니다.
그냥 표면상으로야 그렇지요.
그렇게 영양사가 짠 식단으로 식사들을 하시니까요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라는거..
위생문제,조리원 관리,업자관리,매출관리,식재료관리 등등등...
그중에 가장 골머리 아픈건 식재료와 매출관리인것 같습니다.
저는 오피스와 병원 영양사를 거쳐 지금의 직장에 왔습니다.
나름 일을 잘할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출발했는데,
역시 세상은 만만치 않은가 봅니다.
경기를 타네요..
요즘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것처럼 저희 업장도 매출이 계속 하향곡선을
치고 있답니다.
그것도 제 업장만요.
이룬...
본사에서는 매출을 올리고 식수인원을 증가시킬 방도를 찾으라하시고
재료비를 절감할수 있는 자구책을 내놓으라 하시지만,
도무지 방도가 안섭니다.
줄어드는 식수를 무슨수로 잡나요?
직원숫자가 줄어드는걸..
재료비, 그것도 아끼려면 한없이 아낄수 있지만,
그러자면 식단이 부실해 지는걸요...
예를 들어 식단가가 2000원이라면 그중에 얼마가 재료비로 사용될거라 생각하십니까?
직영(사업주가 직원후생복지를 위해 직접운영하는것)의 경우는 사업주 마음입니다.
하지만, 위탁급식의 경우 말이 달라지지요..
이건 말그대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입니다.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지요.
보통 평균적으로 노무비와 임대료등의 경비를 제외한 재료비(쌀,김치,농축수산물, 양념비등)를
43~45%정도로 책정합니다.
그렇다면 식재료구입에 사용할수 있는 금액은 900원인거죠..
900원에 밥,국,반찬3개에 김치까지..
요즘 쌀값,김치값,야채값 장난아닙니다.
시장에 나가보세요 900원에 식탁을 차릴수 있을런지...
식당에서 식재료만 구입합니까?
자질구레하게 들어가는 것들이 많아요..
식기세척기 세제나, 조리기구의 재구입등...
그런것 까지 합하면 재료비는 더 낮출수 밖에 없지요..
그러면 아시죠?
식사하시러오시는 분들 식판날라옵니다..
영양사는 최하위계급인것같은 느낌을받습니다.
세상의 어느 누구도 밥을 먹지 않고 살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사회적 통념상 하위층의 일을 하는 사람이라 하여도 고객으로 왔을때는
왕모시듯 해야지요.
저희도 서비스쪽에 가까우니까요.
전문직이면서 서비스직..
"난 이거 싫어하는데..."
"나 그거 안먹어요..."
"반찬이 되는걸 주세요"
"무슨 메뉴가 이래요?"
이런말 한마디 한마디에 상처받고 식권 휙휙 집어던져서 그거 주워
식권함에 다시 넣을때 속상하고, 열받고 ..
"잘먹고 갑니다."
"수고하세요"
이말 한마디에 감동해서 행복해 하는게 바로 영양사 입니다.
정말로 양질의 재료로 넉넉히 온몸에 유용하게 쓰일 피가 되고 살이될만한
메뉴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마음껏 양껏 하고 싶은 만큼 못하고 욕먹고 화내시는걸 사죄드리며
넘겨야 할때는 정말 비참하다는 표현 밖에 할말이 없습니다.
왜 하고 많은 직업중에 이 직업을 선택했는지...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다른 직종을 택해서 다시 적응하느니
그냥 계속하자 하는 심정으로 붙어있지만,
정말이지 하루하루가 곤혹입니다.
이글을 보시는 분들 실업자들도 있는데 이런소리한다 하시지만,
일하기 싫은게 아닙니다.
저도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어떻게든 돈을 벌어먹고 살아야합니다.
떳떳하게 제 힘으로 말이죠...
혹여 직원식당 가시거든, 영양사 너무 몰아 세우지는 말아주세요.
전국의 모든 영양사님들이 다 저와 같지는 않더라도 대다수의 분들이 저와 같은
고민을 하실것입니다.
그러니 제발 조금만 이해해주세요..
부탁입니다..
제 넋두릴 이리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