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민은 여전히 앞만을 보고 있었다. 과연 그가 승희에게 있어 어떤 존재란 말인가... 저렇게
까지 신경을 써가며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은 역시나 결론은 하나.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니깐
"훗"
동민 자신도 모르게 콧방귀가 나왔다. 동석은 동민의 소리에 조금은 의아하다는 듯 동민을
돌아보았다. 동민 자신 또한 좀 겸연쩍었는지 곁눈질로 동석의 눈치를 살피고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뭐냐고... 벌써 20분이나 지났잖아.'
승희가 차에 오른 그 사거리에서 도착지점까지는 걸어서 많이 잡아도 20분이면 족히 도착
하고도 남을 거리였다. 그런데 40분이란 시간이 지나는 동안 반도 아직 가지 못하고 있었
다. 공연 시간에 늦어지고 있는 것도 늦어지고 있는 것이었지만 움직임이 거의 없는 차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 또한 좀이 쑤시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즐거이 떠들고 있는 것도 아니
고 다들 누가 더 오랜 침묵을 지키나 내기라도 하듯 입을 다물고 있는 그런 분위기에서는...
'하... 웬 놈에 차들이 이리도 많을까... 들고 뛰었어도 벌써 도착했겠다... 어이 거기 아줌마
신호 바뀌었는데 뒤로 좀 빼지?! 그래야 우리차가 나가잖아.. 에휴...'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밀고 들어오는 차를 보며 승희는 그렇게 소리라도 쳐 주고 싶었다. 하
지만 다들 조용히 침묵만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그런데..
"저 아주마이 보게 매너가 영 아닌데..."
동석이었다. 동석 또한 짜증이 났는지 어지간해서는 인상을 쓰지 않는 그였는데 지금은 인
상을 쓰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에 내려서 얌체처럼 끼어들고 있는 앞 차에 아줌마에게
한소리 하고 싶은 동석이었다. 하지만 전에 같았다면 동민이 먼저 짜증스럽다는 듯 한소리
하고도 남았을 일이었는데 지금은 자신 때문에 이렇게 된 걸 안다는 듯 그래서 미안하다는
듯 아무런 말도 없이 무표정으로 앞만을 주시하고 있는 동민 때문에 차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동석은 조심히 동민의 모습을 살폈다. 푹 눌러쓴 모자, 멍청해 보일 정도에 뿔테 안경, 상상
을 초월하게 했을 정도의 저 까만 점...
동석은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나도 갈래."
"어딜?"
"내일 간다는 곳."
"뭐? 어딜 간다고?"
"너랑 승희랑 간다는 곳. 나도 갈래."
승희를 버스 정류장에 내려주고 숙소로 가는 길에 대뜸 동민이 먼저 말을 꺼냈다. 동석은
어이없다는 듯 동민을 바라보았다.
"야 너 거기가 어딘지나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어. 젊음의 거리.. 대학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여유롭게 말하는 동민이었다.
동석은 그런 동민의 모습을 보니 더 기가 막혔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면서도 간다니...
"야 그럼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알아?"
"토요일."
동석은 기가 막히다 못해 코가 막힐 지경이었다. 젊은이들이 판을 치는 곳에 그것도 황금
같은 토요일 사람들이 더 바글바글 할 곳에 아무렇지도 않게 간다고 말을 하고 있는 동민을
보니... 동석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딱 잘라서 말했다.
"안돼!"
"돼!"
동민 또한 동석 못지않게 짧게 대답했다. 동석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옆으로 차를 세
웠다.
"야 동민아. 너 뭔가를잊고 있나 본데. 넌 그냥 평범한 보통사람이 아니야. 공인이라고. 공
인!"
공인이란 말에 잠시 동안 말이 없는 동민이었다. 동민은 공인이라는 동석에 말에 왠지 모르
게 씁쓸함이 느껴졌다.
'공인?! 공인이라...'
잠시 동안 동민의 눈빛이 서늘하다 싶을 정도로 날카롭게 변했다. 하지만 이내 눈빛을 바꾸
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동민이 다시 말을 꺼냈다.
"그게 어때서... 공인은 그런 곳에 가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
법이라는 말에 동석은 할 말이 없었다. 아니 없는 것이 아니라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왠
지 법까지 들먹거리고 있는 동민을 보니 안쓰럽다는 마음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
고 알아준다는 이유로 언제나 구속 같지 않은 구속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동민의 생활 때
문에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바라는 대로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곳에 선뜻 함께 가
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동석은 어떻게 해서든지 그를 설득해야했다.
"동민아. 너 그 곳이 어떤 곳이라는 거 알잖아. 특히나 내일 같은 주말엔 더 하다는 걸... 그
런데 그런 곳엘 네가 간다고?! 인마 누구 피 말라 죽는 꼴 보고 싶어서 그러냐? 사람들이
널 보고 그냥 놔둘 거라고 생각해 특히나 여학생들 아니 여자 팬들이? 너 막말로 생판 모르
는 여자가 네 입술이라도 훔쳐 간다면 그땐 어쩔 거야. 그래도 괜찮아? 어?!"
동민은 동석에 말에 피식 웃어버렸다. 그리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 동석에게 말했다.
"훗 입술을 도둑맞다... 그것도 괜찮겠네. 어차피 입술이야 얼굴에 붙어 있는 거니깐 날 사
랑해 주고 아껴주는 팬에게 입술 한번 선물 했다고 생각하면 되지. 안 그래?! 햐... 생각해
보니깐 그것도 재미있겠다. 어떠한 여자이냐에 따라 기분이 좀 달라지겠지만..."
동민은 그 상황을 떠올려 보기라도 한다는 듯 피식피식 웃어댔다. 동석은 할 말을 잃은 채
입만을 벌리고 있었다.
"인마 농담이야. 그 입 좀 그만 다물고 출발이나 해. 벌써 1시다."
"어?! 어.. 그래.. 하하하 그래 그래야지.. 정말 그런 곳에 갔다가는 큰일 난다. 잘 생각한 거야..
나도 빨리 갔다가 그냥 공연만 보고 빨리 올게. 하하하"
동석은 농담이라는 동민의 말에 한시름 마음을 놓으며 차를 출발 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걱정 마.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깐."
"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동석은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기어 넣던 걸 멈추고 다시 동민에게 물었다.
"내가 알아서 한다고..."
무엇인가 꾸미고 있는 것처럼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동민이 말했다.
"뭘 알아서 한다는 거야? 너 좀 전에 안 간다고 했던 거 아니었어?"
"훗."
아무런 대답 없이 웃고만 있는 동민이었다.
"야 말 좀 해봐. 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어?! 동민아."
"네가 걱정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게 내가 알아서 한다고..."
"야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그만 가자."
"야!!"
동석은 알고 싶었다. 아니 알아야 했다. 그래야 대처를 해도 해야 하는 것이니깐 하지만...
"내일 가서 보면 알게 될 거 아니야. 그러니깐 빨리 출발이나 해.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미리
말해 두는데 나 때놓고 혼자 갈 생각은 말아라... 알지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끼익"
동민은 마지막 말을 던지고는 협박이라는 듯 눈에 힘을 주며 목을 긋는 시늉을 해보였다.
"에휴..."
동석의 입에서 짧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참... 협박이고 뭐고 다 무시하고 일찌감치 혼자 나왔어야 했는데.. 아니 차라리 가지 않는
다고 가지 말자고 할 걸....'
동석은 불안했다. 과연 동민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지... 경호원도 없는 상황에서 달려들기
라도 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하늘에 비는 수밖에는 없었다. 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
지 않게 대 주시라고... 그리곤 다시금 생각했다. 저런 모습까지 해 가며 굳이 여기까지 따라
나선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여러 가지의 생각들이 겹쳐졌다. 동석의 입에서 작은 한숨 소리
가 다시금 나왔다.
'아무래도 이 자식...'
왠지 승희가 이유일거라는 생각에서 그쳤던 것이다. 그런 생각에 잠시 빠져있는 사이 혜화
동 입구 쪽으로 들어오면서 차들의 움직임이 좀 빨라졌기 때문에 동석은 거기서 생각을 접
어야 했다. 혜화동 입구에 들어서고 15분 정도 지났을 무렵 마로니에 공원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생각 했던 것보다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조차도 많은 사람들
때문에 어깨를 부딪치며 다닐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한 편으론 사람들이 많아서 다
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일어날까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세 사람은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큰길로 나오는 동안 세 사람은 말
이 없었다. 그냥 묵묵히 사람들의 틈에 끼어 들어가고 있었을 뿐 하지만 두 사람의 눈동자
는 쉴 새 없이 움직거리고 있었다. 동석과 승희. 혹시라도 마주 오는 사람들 중에 동민의 모
습을 유심히 보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불안 때문에 자신들도 모르게 경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뭐냐고요... 무슨 007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에휴...'
구경은커녕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는 승희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한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공원 쪽으로 가까워지자 왔던 거리와는 또 다른 모습들이 펼쳐져 있었
다. 음악을 틀어놓고 사람들의 시선일랑 아랑곳없다는 듯 땀을 뻘뻘 흘리며 춤을 추고 있는
어린 학생들 그 광경을 지켜보며 박수 갈채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
르고 있는 사람 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 한쪽 귀퉁이에선 화가로 보이는 사람들
이 모여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들 농구를 하는 사람들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 누군
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화장실이 만원인지 입구 밖가지 줄을 지어 있는 사람들 별에 별
사람들이 다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세 사람은 말이라도 맞춘 듯 멍하니 서서는 그 모습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야.. 무슨 사람들이 이리도 많이 모였냐? 사람들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한나절은 걸리겠다."
동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게요. 진짜 많이도 모였네..."
승희였다. 동민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말뿐만 아니라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있었다.
동민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많은 사람들
을 보게 되었고 내심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고 있었다. 혹시라도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야 근데 이 소리는 어디서 들려오는 거냐?"
동석이 자신의 귀에 들여오는 소리를 쫓으며 두리번거렸다. 승희와 동민은 어떤 소리인지
동석이 말해 주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박수 소리 속에서도
스피커를 통해 전해지는 그 소리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관심을 끌게 하고 있었다.
"저쪽인 것 같은데?! 야.. 목소리 한번 죽인다.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이런 목소리에 저런 가
창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동석이 한곳을 가리켰다. 그곳은 무대로 꾸며놓은 듯 담이 있어보였고 그 담으로 계단식의
객석이 앉을 수 있게 해 놓았는지 사람들의 모습이 차즘 아래쪽으로 기우려 지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다른 곳들 하고는 달랐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분위기 또한 진지하니 보
는 사람들마저도 열중하고 있는 듯했다. 승희는 누가 잡아당기기라도 하듯 그쪽으로 걸어갔
다. 동석과 동민 또한 승희의 뒤를 따랐다. 승희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무대 위를 살
폈다. 마이크를 쥐고 노래에 열중하고 있는 승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승희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띄워졌다.
<소년 소녀 가장 돕기 모금 공연>
동민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이 현수막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엊그제 보았던
그 자식이었다. 익숙한 듯 눈까지 감은 채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 남자인 자신이 보아
도 멋있어 보였다.
'훗 소년 소녀 가장 돕기라... 그럴 듯 하군.'
빈정거려선 안 되는 분위기였는데도 동민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모습을 보며 빈정거리고 있
었다. 왠지 그에 비해 자신이 작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승희는 앉을 만한 곳이 있나
찾아보았다. 다행히도 끝 쪽으로 세 사람이 앉을 만한 자리가 있었다. 위아래로 되어있긴 했
지만.. 승희는 동민과 동석을 이끌고 다른 사람들이 앉기 전에 서둘러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앉았다. 동민과 동석이 아래 계단에 나란히 앉고 승희가 위에 있는 계단에 앉았다.
그렇게 세 사람은 승우의 노래를 감상하고 있었다. 세 사람 뿐만 아니라 그곳에 모여 있는
모든 사람들이 승우의 목소리에 매혹되어 있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와 주셨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낯익은 얼굴들도 보이고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아마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군에 입대를 했거든요. 그래서
한 동안 이 자리에 서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다 엊그제 첫 휴가를 나왔고 보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다시 이곳을 찾았습니다. 그 동안 저희 멤버들이 이 자리를 지켰다고 하던데.. 잘
하던가요? 하하하 잘 했을 거라고 믿고 싶네요... 자 그럼 다음 곡은.. 혹시 듣고 싶은 곡
있으신 분 있으세요? 항상 찾아 주시는 분들게 특별히 드릴 건 없고 노래로라도 선물을 드
리고 싶은데..."
"비처럼 음악처럼 이요."
"헤어진 다음날이요."
"하하 네 비처럼 음악처럼, 헤어진 다음날. 예 다 좋은 노래들이네요."
여기저기에서 자기들이 듣고 싶은 노래의 제목들이 나오고 있었다. 승우는 마냥 즐거운지
미소를 머금은 채 연신 주위를 살피며 제목들을 듣고 있는 듯 했다.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
던 승우의 눈과 승희의 눈이 마주쳤다. 승우는 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승희에게 손을 흔들
어 보였다. 승희 또한 아무 생각 없이 승우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리고 잠시 뒤 승희는
자신이 실수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던 자리라 그런지 승우의 행동
에 반 이상에 사람들의 시선이 승희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시선의 반은 승우를 보기 위
해 온 많은 여자들의 질투어린 시선이었기 때문에 쉽게 걷히질 않았다. 그것을 느낀 승희
는 얼른 고개를 숙였고 그로 인해 동석과 동민 또한 고개를 숙인 채 잔뜩 긴장하게 되었다.
그렇게 위아래 모여 있는 세 사람은 고개를 숙인 꼴이 되었고 보는 사람들 눈에는 더 이상
하게 보였다. 승우도 그것을 이상하다 느꼈고 누나와 함께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고 보니 한 남자는 학교에서 촬영했을 때 보았던 사람이고 또 한
사람은 모자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알아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왠지 직감으로 그가 누구
인지 알 것도 같은 승우였다. 승우의 얼굴에 얄궂은 미소가 띄워졌다. 그가 누구인지 안
것이다.
'차 동민...'
승희는 고개를 들어서 주위를 살펴보고 싶었다. 하지만 눈으로 보지 않아도 느낄 수가 있었
다. 사람들의 시선을...
'차 승우. 저 웬수...'
승희는 속으로 승우를 원망하며 앞에 앉아 있는 동민을 보았다. 그런데... 없었다. 붙어 있어
야 할 점이 그의 얼굴을 커버해 주어야 할 그 점이... 승희가 앉아 있는 위치는 아까 차 안에
서 동민이 앉아 있던 위치와 자신이 앉아 있던 위치가 같았다.
'신이시여 제발 사람들이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게 해 주시옵소서...'
하지만 그녀의 기도가 들리지 않았나 보다 조금 있으니 주위에서 웅성대는 소리들이 커지
고 있었다. 자신의 귀에 들릴 정도로...
"야 저 사람... 어디에서 많이 본 사람같아."
"저기 모자에 안경 쓰고 있는 사람. 어디에서 많이 본 사람 같지 않니?"
"야 저기 저 사람 탤런트 누구하고 닮은 것 같지 않냐?"
"야 저 사람 차 동민하고 닮은 것 같지 않어?"
차 동민?! 마지막에는 동민의 이름까지 들렸다. 승희는 허탈한 표정으로 동민을 보았다. 그
런데...
'으... 저 바보...'
동민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드는 것이었다. 꼭 붙어 있지도 않은 자신의 점이라도 보
라는 듯 승희는 살짝 그의 등을 찔렀다. 동민이 느꼈는지 살며시 승희를 돌아보았다. 자신을
보는 동민을 향해 승희는 어설프게 미소지어보였다. 그리곤 자신의 얼굴에 손가락을 들어서
찍었다. 동민의 얼굴에 붙어 있어야 할 점이 있던 위치에... 동민의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뭐?' 라고 묻는 듯... 승희는 좀 더 크게 웃으며 힘주어 자신의 얼굴을 찔러보였다. '점이 없다
고 점이..' 라고 말을 하듯. 동민도 그때서야 무엇인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지 천천
히 자신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는 것이었다. 모자 때문에 확실히 볼 수는 없었지만 눈으로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당황해 하는 동민을... 분명 얼굴이 약간 찌그러져 있겠지...
동민은 그를 계속 보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뒤에 있는 승희를 발견했는지 반가운 듯 환
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이는 그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뒤에서도 손을 흔들어 보이는
승희도 느껴졌다.
'훗 대단하시군.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웃으며 손까지 흔들어 주고...'
또 다시 속으로 빈정거리기 시작했다. 그가 조금은 부러웠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당당하
게 자신의 여자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는 그가... 자신이었다면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었
을까 동민은 고개를 숙인 채 생각해 보았다. 과연 자신이라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떳떳하게
자신의 여자에게 손을 흔들어 줄 수 있을 것인지... 참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동민의 결론
은 노였다. 이유는 그녀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그런데 그런 생각도 잠시 주위에 시선들이
자신들이 있는 쪽으로 향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도 예리하다 하는 여자들의 시선들이...
동민은 긴장 되었다. 만일 자신이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지켜야 한다는 승희나 동석. 둘 다
에게 힘겨운 일이 벌어질 것이 안 봐도 뻔한 일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동민의 내면에서는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반응하고 있었다. 앞에 있는 저 얄미운 자식에게 자신이라는 것을 밝
히라고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그녀를 위해 함께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떳떳하게 밝혀 보
이라고...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눈치 채지 못한다 하더라도 저 녀석에게만은 확실
히 밝혀 두라고... 동민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승우를 바라보았다. 약간에 미소를 지으며
그런데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라도 한다는 듯 그 또한 자신을 보며 야릇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 자식...'
동민은 모자고 안경이고 다 벗어 던지고 그의 옆에 서고 싶었다. 과연 자신이라는 것을 알
게 된 사람들의 반응이 어떠한지 지금의 그를 보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그때 가서도 그에
게 머물러 있어 줄지... 동민은 자신을 억눌렀다. 아직은 안 된다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아무런 방패 막도 없는 이런 곳에선 그녀를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이라고 동민은
생각했다. 동민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동민은 다시 고개를 숙이려고 했다. 그런데
뒤에서 자신을 찌르는 것이 느껴졌다. 동민은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보고 있는 승희였다. 왠지 그런 승희의 모습도 마음에 들지 않
았다. 꼭 자신의 남자가 어떠냐고 물어보기라도 한다는 듯 미소 짓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
문이었다. 동민은 불쾌해 지는 기분을 숨기며 모르겠다는 듯 그녀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런
데 왠지 더 환하게 웃어 보이는 그녀였다. 멍청해 보일 정도로 동민은 그때서야 무엇인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에 가
져다 찍는 것이었다. 동민은 손을 들어서 승희가 찍은 곳에 가져가 보았다. 점이... 없었다. 아
무래도 오는 길에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떨어져 나간 것 같았다. 당황스러웠다. 조금씩 웅성
거리는 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어 저 사람... 어머! 어떻게 차 동민 같아..."
"어떻게, 어떻게 차 동민이다."
"어머 야 저 사람 차 동민이야..."
동민은 난감한 심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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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셨는지요... 송꾸락임다.
좀 진전있는 내용으로 올린다 했는데
또다시 이렇게 내용만 늘려놨슴다.
넓으신 마음들로 이해해 주셔요... 그럼 한주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시기를 바라면서 전 이만 물러감다.
담 내용도 빠른 시일내에 얼른 올리도록 하겠슴다. 그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