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Cute_zLol입니다.
스타는 전에 18편까지 연재를 했었습니다. 아마 새롭게 이 글을 접하시는 분들도 계실테고
전에 읽으셨던 분들도 계시겠지요.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두편씩 올리다보니 좀.. 양이 많아
서 지루하지 않으실까 걱정이 앞서고, 전에 읽으셨던 분들 역시 읽었던 글 다시 읽어야 하니
따분하지 않으실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일단 오전에 두편, 오후에 두편씩 하루에 4편 올릴거구요.
19편 부터는 하루에 한편씩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3>
도대체!!! 이 미친놈이 왜 여기 있는거냐고오-0-
말도 안되는 상황에 당황한 나는 입만 벙긋거리며 놀란 토끼눈을 하고 미친놈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미친놈은 어제의 술취한 멍한 눈이 아닌 무서운 눈초리를 나를 보며 말했다.
"여기서 뭐하냐?"
"그.. 그러는 당신은 여기서 뭐해욧!!"
"너 참 양심도 없다? 가난한 연극쟁이들이 무슨 돈이 있다고, 쟤네들 돈을 훔치려고 하냐?"
뭐? 내가 뭘 어쩌려고 해? 후.. 훔쳐? 돈을? 저 안에서 연습하고 있는 단원들의 돈을?
꼬로록~ 거품무슨 소리다-_-;;
이 미친놈은 지금 뭔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거냐고오!! 이 미친놈이 나를 도둑 취급하고 있는거야?
그때 내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쳐가는 한편의 영상....
"제.. 남자친구예요.. "
저 안에서 히포리타를 연기했던 저 여자는... 그때의 아릿다운 여자였던 것이다-_-;;;
이런 젠장 ㅠ0ㅠ 내가 이 극단에 들어가면 저 여자에게 필히! 미친놈과의 교재를 때려우치라고 충고
해 줘야겠다. 뭐 정안되면 지원이놈을 저 여자에게 넘길수 밖에-0-
일단 도둑의 누명을 쓴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하지만 이놈은 미친놈이었다.
미친놈에게 끌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는-_- 옛말이 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이런 놈은 일단 피하고 보는게 상책이었다.
쪼그려 앉아 있던 나는 슬며시 일어나 인사를 꾸벅했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것 같네요. 그럼 전 이만-_-;;; 볼일 보시고 가세요~"
될수 있는대로 미친놈의 눈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계단쪽만 응시한채 걷기 시작했으나 금새 나의 걸
음은 멈춰지고야 말았다. 그 이유는? 샤르르륵 걸어가는 나의 뒷덜미를-_-;덥석 잡는 그놈때문이었
다. 이놈은 뭐든지 잡고 보는게 취미인것 같다-_-;
"저에게 무슨 볼일이라도-_-;;; 있으신지요?"
"어딜 도망가?"
"도.. 도망이라뇨!"
"또 어디가서 남에 돈 슬쩍 하시게? 너같은 인간은 손을 확 짤라버려야되. 이리와!"
이놈은 이리오라는 말과 함께 여전히 잡고 있는 내 뒷덜미에 힘을주어 연습실 맞은 편에 '회의실'이
라고 써있는 방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
나는 분명 이놈의 미친짓에도 너그러이 용서했었다. 경찰서에 끌고가서 개망신을 준다음 다시는 그
런 짓을 못하게 이놈의 입과 거시기-_-;;를 싸그리 짤라 버려도 시원치 않았었겠지만 넓은 아량으로
이놈을 용서했었다. 그런데! 이놈은 그런 나에게 도둑 누명을 씌운 것도 모자라 내손을 자른다고 협
박까지 하고, 강제로 나를 끌고 가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충분히 참았다. 바다보다 넓고 콩쥐보다 착한 마음씨를 가진 나지만-_-;;더이상은 나도 못참겠
다 이말이다. 역시나 이놈은 힘이 좋았다. 나는 이놈의 손아귀에서 빠져 나오려 발버둥을 치며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야!!! 이 미친놈아!! 뭐가 어쩌고 어째? 니가 감히 나를 도둑으로 몰아?"
내 외침에 이놈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돌아봤고,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있던 단원들도 밖으
로 달려나왔다. 젠장! 어제랑 똑같은 상황이잖아!
내 이럴줄 알았다. 엘레베이터에서 지원이놈을 만났을 그때부터! 내 이런 재수없는 일이 생길줄 알
고있었다고오 ㅠ0ㅠ
나는 훌쩍거리며 감독이라는 사람이 준 휴지로 눈물과 콧물을 닦으며 회의실에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내 옆에는 감독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앉았고, 맞은편에는 지원이놈보다 백배는 더 재수없는
그놈과 히포리타를 연기했던 머리 빈 아릿다운 여자가 함께 앉았다.
나의 한맺힌 얘기를 다 듣고는 감독이 그놈을 보며 말했다.
"실장님이 실수하신것 같은데요."
그렇다. 감독은 저놈을 실장님이라고 불렀다. 말이 되는가? 저놈이 이 극단의 실장이라는 사실이?
저놈의 아버님은 젊은 시절 연극 배우를 꿈꾸셨으나 집안의 반대로 꿈을 접으셔야 했단다. 그래서
개인 사업을 하시는 지금 그때의 미련때문에 이 극단을 만드셨다고 한다. 그리고 아들인 저놈에게
배우가 되기를 강요하셨으나 끝끝내 거부한 저놈의 현실은 이 극단을 맡아 일하는 조건으로 실장자
리를 꿰차고 앉은 이 상황인것이다. 그럼 그렇지. 네놈이 무슨 재주로 실장씩이나 하고 있겠어!!
니가 실장이면 난 회장이다! 흥!
"심부름때문에 왔으면 그렇다고 말을 해야 알지. 니가 그런말 안했잖아?"
이런 싸가지로 밥말아먹고 옵션으로 재수로 도배할놈을 봤나-_-;;
"그쪽이 언제 말할 시간이라도 줬어요? 다짜고짜 연습하는거 구경하는 사람 도둑이라고 끌고가려
고 했잖아요. 그리고 언제 봤다고 자꾸 반말이세요?"
회의실안의 분위기는 티비에서나 본듯한 경찰서의 취조실을 연상시켰다. 굉장히 어두웠고, 형광등
의 빛은 언제 꺼질지 알수 없을만큼 약했다. 이 방을 사용이나 하는지 의심이 될만큼 지저분하고 이
상한 냄새가 나는것도-_- 같았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이슬비 아닌가? 절대 기죽지 않고 또박또박
그놈에게 말했다. 이제 날 도와줄 감독도 옆에 있다 이말이다!
"나보다 나이 많아?"
"그쪽이 몇살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욧!"
"너 몇살인데."
"스므살이요! 왜요!"
"애기네."
"-_-"
이런 젠장-_-;; 나이 마니 먹어서 좋겠다. 늙은 미친놈아!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마음속으로 외칠 뿐
이었다.
실장이라는 그놈을 노려보고 있는 나에게 감독은 상황을 종료시키려는 듯이 어느새 내 손에서 꾸깃
꾸깃 구겨진 대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게 박선생이 전해주라는 대본인가?"
"네? 아.. 네.."
나는 손으로 쓱쓱 대본을 문질러 아까보다는 상태가 좋아진 대본을 감독에게 건냈다.
"박선생님 말로는 극단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던데.. 맞나?"
"네."
"최감독. 저런걸 여기다 집어넣겠다는 말이야?"
저런걸?-_-;; 그래. 좋다. 마음껏 말까고 재수없게 굴어라! 신이 주신 축복이라 생각했던 너의 높은
콧날을 내 언젠가 와르르 무너지게 만들어 주마!-_-;;
내가 그놈보다 어려서 반말을 하는건 착한 내가 백번 천번 참아준다고 쳐도 그놈은 우리 작은 아버
지뻘 되보이는 감독에게도 말을 놓고 있었다. 지옥불에 살짝 데쳐먹어도 부족할 놈같으니라고-_-;;
"뭐 어차피 새 작품도 들어가야되고 오디션도 한번 봐야 하니까 일단 실력이나 한번 보죠."
최감독님이라고 하셨죠? 제가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극단을 만들어 최감독님을 저희 극단으로 스
카웃하겠습니다. 저만 믿고 조금만 참으세요ㅠ0ㅠ 저런 놈 밑에서 고생하셨소ㅠ0ㅠ
"그래. 이름이 뭔가?"
"이슬비..입니다."
"푸하하.. 이슬비래-_-; 니 동생은 가랑비냐?"
저런 유치한놈-_-;; 지금 저걸 유머라고 한건가? 기본 상식도 없는 놈-_-;; 성이 이씨인데 어찌 동생
이 가씨가 될수 있단 말이냐-0-
역시 감독이란 사람은 좋은 사람이 분명했다. 저놈의 유머라 부르기엔 유머에게 미안해지는 저따위
말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얘기를 계속했다.
"연기가 뭐라고 생각하나?"
"연기는... 그냥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연기다?"
"네.. 물론 잘보이기 위해서 이런저런 수식어로 꾸며댈수도 있겠지만요, 저의 솔직한 생각은 연기는
단지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한 인물에 대해 연기를 하는 순간 만큼은 내가 아닌 그 인
물이 되어 새로운 삶을 사는것이죠. 하지만 연기가 끝난 후에는 그 새로운 삶도 끝이 나고 마는 것
이니까요. 왜냐하면...또 다른 연기를 할때는 또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거니까요. 연기는.. 말그대
로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논리정연한 얘기를 들으며 그놈은 혀를 끌끌차며 비웃고 있었다.
"그래. 그럼 슬비양은 연기를 할때 무슨 생각을 가지고 하는가?"
"아직 연기를 해본 경험이 많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특별한 생각을 가지고 하는것 같지는 않습
니다. 하는 대사에 따라서 대사의 느낌을 최대한 느끼고 살려서 연기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해보게."
"네? 여기서요?"
"안되나?"
꼬투리만 잡을 생각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는 저놈 앞에서 연기를 하라고? 나를 아테네의 한 복판에
있다고 느끼게 만들만큼의 연기를 했던 머리 빈 저여자 앞에서 연기를 하라고? 감독님..그건 아니라
고 봐요-_-;;
"다른데서... 아니, 저분들은 나가시라고 하고.. 하면 안될까요?"
"이슬비양. 슬비양이 배우가 되서 공연을 할때 무대와 관객을 골라 놓고 할껀가?"
"그건.. 아니지만..."
"가보게."
최감독님은 내 심장이 철렁거릴 정도의 냉정한 표정으로 가보라고 하셨다.
"네? 아니요. 할께요! 할께요.."
나는 급히 일어나 딱히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항상 머리 속에 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를 선택
해 연기를 시작했다. 나는 곧 내 사랑을 알면서도 받아주지 않아 속마음을 털어놓는 알마가 되었다.
"날 위로할 필요는 없어요. 일대일로 얘기하러 왔으니까요.
솔직하게 얘기하자면서요? 좋아요, 그러죠 털끝만치도 부끄러움 없이 진실을 얘기하죠.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은 이젠 누구나 다 아는 얘기죠. 숨길 필요가 뭐 있겠어요.
비밀로 여겼던 적은 한번도 없었으니까. 돌로 만들어진 천사의 이름을 읽어 달라고 했던
그 순간에도 난 당신을 사랑했어요.
어렸을 때 당신 친구들이 당신과 놀자고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됐어요. 발성에 조금 문제가 있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내가 이 극단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는 이미 넘칠 정도로 많았다.
일단! 이 극단의 단원들과 함께 연기를 하고 싶었다.
잠시 봤던 연습만으로도 내 혼을 쏙 빼놓았던 연기를 보여주었던 단원들과 꼭 함께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꼭!! 히포리타를 연기했던 머리 빈 저여자보다 더 멋지게 히포리타를 연기하고 싶었
다. 감독님역시 무서운 분이시긴 하지만 좋은 분임에 틀림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저놈의 콧대를 꺽어야만 했다. 이 극단에서 최고가 되어 저놈이 내 앞에서 무릎꿇
게 만들거다 이말이다. 내스스로 다짐하듯 큰소리로 열심히 하겠다고 감독님께 말하자 용기가 불끈
솟아 나며 이미 벌써 저놈이 내 앞에 무릎꿇은 것만 같았다.
"발성부터 바로잡으려면 서로 고생 좀 해야겠네. 음... 나중에 박선생 통해서 연락주겠네. 오늘은 이
만 가봐."
"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슬비양은 극단에 들어오기도 전에 우리 극단에서 스타가 되버렸네? 아까 그 대소동으로
말이야-_-;;"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도 어쩔수 없었다구요. 그대로 끌려가서 멀쩡한 제 손을 짤리게 생겼는데.."
"그래..껄껄껄.."
내가 그 얘기를 꺼내자 인상을 쓰며 벌떡 일어나 나가버리는 실장이라는 미친놈-_-;;
그래. 열좀 받을거다. 내가 이 극단에 들어가게 생겼으니!! 두고보라고! 넌 이제 죽었어-_-;;
그놈이 나가자 머리 빈 아릿다운 여자도 나에게 살짝 고개를 까딱이고는 회의실 밖으로 나갔고, 감
독님은 나에게 악수를 청하시고 내 팔을 툭툭 두번 쳐주신후 밖으로 나가셨다.
솔직히 무진장 긴장이 되었었다. 머리는 비었다고 쳐도 연기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을수 없는 아릿
다운 여자와 완벽하기에 무서우신 감독님 앞에서 나의 어설픈 연기를 보인것이다.
물론 발성이 약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는 만족스러웠던 오디션이었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
며 회의실 밖으로 발을 옴겼다.
털석!
이런 제길-_-;; 나는 무언가에 걸려 또 넘어지고 말았다. 그것도 철퍼덕...-_-;;
아직도 밖에 서있던 감독님과 아릿다운 여자의 키득거리는 모습이 살짝 고개를 든 내 시선에 포착
이 되었고, 여전히 연습실 앞에서 웅성거리던 단원들의 웃는 모습도 정확히 포착되었다. 그런데 그
놈은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 심하게 부딪힌 무릎과 팔뚝이 아팠지만,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이 무지하
게 쪽팔리지만 그래도 그놈이 없다는게 어딘가-0- 민망함에 나는 베시시 웃으며 일어났다.
"아.. 뭐 별거 아니예요. 제가 원래 잘 넘어져요-0- 호호호~"
"푸하하하~"
나의 어색한 웃음보다 더 큰 웃음소리. 이 웃음소리의 정체는.... 그렇다. 그놈이었다. 사건의 진실
인 즉슨, 그놈이 회의실 문옆에 서있다가 나오는 나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 것이다.
한손은 배를, 나머지 한손은 허리를 부여 잡으며 신나게 웃어대는 그놈. 나는 부들 부들 떨며 그놈
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놈의 웃음은 쉽사리 멈출것 같지 않았다.
온 몸에 털 하나하나를 쪽집게로 뽑아줘도 시원치 않을 나쁜노무자식!!!!
그순간! 번뜩 뇌리에 스치는 어제의 사건. 나는 그 놈을 향해 정확히 세 발자국을 걸어간 후 천천히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유치한 장난을 좋아하시나봐요? 그래서 어제도 저한테 같이 자자고 하신건가요? 아니면.. 제가 그
렇게 마음에 드셨나요? 여기서도 저랑 자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바닥에 눕힌거예요?
이런.. 어쩌죠? 제가 너무 일찍 일어났네요. 다시 누워드려요?^-^"
또다시 웅성거리는 극단의 단원들. 그리고 무슨 소린지 몰라 당황하는 그놈. 그리고 무슨 소린지 너
무나도 잘알고 있어 당황하는 머리 빈 아릿다운 여자. 푸하하하! 나의 승리다 이거야!
나는 다시 한번 회심의 미소를 지어주고는 뒤를 돌아 또각 또각 소리를 내며 유유히 극단을 나왔다.
비록 철퍼덕 넘어져 찬 바닥과 짧은 입맞춤을 했으면 어떠하리~ 이놈아! 이제 넌 아무 여자한테나
같아 자자고 하는 그런 놈이 되어버린 것이다! 푸하하하~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거리
에 사람이 많은 관계로 생략!
밝게 빛나는 햇살도 나를 맞이하여 주는구나....가 아니다. 비가 오려나-_-;;
시간을 보니 대성이와의 약속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나는 극단 건물을 향해 생략해버린 만세대신
허리에 두손을 얹고 큰소리로 한번 웃어주고는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4>
신촌역에 도착한 나는 사람들이 쳐다보거나 말거나 트윈케익을 꺼내어 거울을 한번 본후 주위를 둘
러보았다. 그때 떠오른 생각! 아차차-_-;; 신촌에서 만나기로만 했지, 정확한 장소를 정하지 않은 것
이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내가 먼저 대성이에게 전화를 해봐? 아니면 기다려봐?
신촌역을 빠져나와 현대백화점 앞에 서니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다들 누군가를 기다리는듯 핸드폰
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고, 또는 전화를 하며 짜증을 내고 있었다. 나는 그 무리에 끼어 여전히 고민
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첫 데이트인데 내가 먼저 전화를 할수는 없지. 암~ 그렇지. 나는 핸드폰을 꺼내어 며칠전에
다운받은 고스돕을 치기 시작했다. 오예~ 오늘 따라 패가 짝짝 붙네-0- 아싸! 고도리~-_ -;;;
한참을 고스돕에 열중하던 나는 벌써 30분이 지남을 깨달았다. 설마 대성이가 바람을 맞추...에이~
설마. 이미 엘레베이터에서 지원이를 만난 액땜은 그 미친 실장놈을 만나 충분히 치뤘기에 나는 다
시 핸드폰에서 들리는 패 돌아가는 소리에 고스돕으로 시선을 돌렸다.
잠시후..
뻴렐렐렐렐레~
대성이의 전화였다. 하필 이놈은 오광을 앞에둔 이 시점에 전화를 건단 말이냐ㅠ0ㅠ
"여보세요?"
"어디냐?"
"나?..."
어디라고 할까.. 왜 이렇게 늦었냐고 화를 내볼까? 아니다.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면 내가
자기한테 목메고 있는지 알겠지? 그럴수야 없지! 암~ 그렇고 말고!
"미안.. 나 지금 가고 있는 중이야^-^ 내가 좀... 늦었지? 어디니?"
여자의 이정도 거짓말은 기본 센스 아닌가-0- 나를 기다리며 애태우고 있었을 대성이가 버럭 화라
도 내며 빨리 오라고 투정부린다면 이 얼마나 환상적인 일이냐 이말이다.
"와우~ 이슬비! 거짓말이 아주 수준급인걸? 표정하나 안바뀌고 술술 나오네-0-"
얼레-0- 이놈이 지금 뭐라는거야-_-;; 표정하나? 지금 나의 표정을 보고 있단 말인가? 오마이갓!!!
"무슨.. 말이야?"
"야. 나 지금 옆에 KFC에 있어. 치킨먹느라 손에 기름 뭍어서 니가 하겠지 하고 전화 안했는데.
거기서 혼자 뭐하냐?"
이런 젠장-_-;; 그렇다면 대성이는 약속시간이 무려 45분이나 지난 지금까지 저 옆에 KFC에서
고스돕을 치는-_- 나를 보며 치킨을 먹고 있었다는 말인가-0-
그렇다. 나는 연기를 공부하는 예비 배우다. 나는 조금 놀라보이는 액션을 취하며 말했다.
"어머! 대성이였구나? 미안~ 다른 앤지 알았어. 귀찮게 따라다니는 애가 있는데 자꾸 만나자고
해서.. 떼어버리려구^-^ 그리고 너 너무했다~ 이렇게 기다리게 하기야?"
이 얼마나 빠른 상황 판단력과 대처 능력이란 말이냐. 거기다 귀엽게 살짝 화를 내어주는 센스!
나는 내 자신의 완벽한 연기에 감탄하며 대성이의 대답을 기다렸다.
"전화하면 되지. 미련하게 거기 계속 서있냐? 기다려. 나갈께."
"그래-_-;;"
이런 스카치 테이프로 꽁꽁 묶어 63빌딩에서 떨어뜨려도 부족할 놈이 있나-_-;;
밖에서 기다리는 나를 보며 치킨이 목구멍으로 잘도 넘어가더란 말이냐. 혼자 치킨 먹은것도 부족
해서 나에게 미련하다고 했겠다? 나는 와드득 이를 갈았다. 젠장할!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내 배는
대성이의 치킨얘기에 밥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배야..조금만 참아ㅠ0ㅠ 착하지? 참을수 있지?ㅠ0ㅠ"
내 배를 쓰다듬으며 배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때 대성이가 KFC앞에서 나를 불렀다. 나를 부르는 소
리에 고개를 들자 대성이는 두명의 친구들과 KFC앞에서 인사를 나눈후 나에게로 걸어오고 있었다.
배 위에 얹어놓았던 손을 떼며 나는 대성이에게 손을 살짝 흔들어 보였다.
"치킨은 맛있게 먹었니?"
"아니. 느끼해."
"풉^-^ 손은 꺠끗히 씻었어?"
"내 손 걱정하지말고 니 얼굴 걱정이나해-_-;; 너 평소에 거울 전혀 안보냐?"
"아니? 왜?"
"니 눈에 마스카라... 눈꼽처럼 꼈다-_-"
이런 예리한놈 같으니라고-_-;; 그말을 남기고 앞으로 뚜벅 뚜벅 걷는 대성이의 뒤를 따라가며 몰래
거울을 꺼내 얼굴을 확인했다. 새로운 화장법이라고 뻥치기엔...눈꼽과 함께 뭉쳐 끼어있는 검은색
의 덩어리...아까까지만 해도 없던 것이 언제 이렇게 성장하여 있는거냔 말이다ㅠ0ㅠ
차라리 점이라고 할껄-_-;;
나는 얼른 손으로 검은색 덩어리를 해치운 후 대성이의 옆으로 총총 달려갔다.
"영화 뭐 볼래? 보고싶은거 있냐?"
"글쎄? 넌?"
"너는 내 운명 보자."
"그래^-^"
이놈아! 지금 니가 내 운명이건 니가 내 팔자건 그게 중요한게 아니란다. 이몸은 배고파 돌아가시
겠다 이말이다! 나는 혹시나 내 배가 밥달라는 신호음을 보낼까봐 살짝 배를 꾹 눌러주고 있었다.
그때 내 두눈에 번쩍 띄인 것이 있었다. 그래! 저거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편의점이었다. 내 평생 편의점이 이토록 사랑스럽게 보일줄이야-0-
나는 다행히 오늘 치마를 입고 나온 것에 감사해하며 옆에서 걷고 있는 대성이 몰래 엄지 손가락과
검지 손가락을 이용해 스타킹에 압력을 가했다-_-; 한번에 해결될줄 알았던 일이건만 나의 고탄력
스타킹은 나의 힘에 대응하여 버티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스타킹에 힘을 가했다. 곧 스타킹은
힘없이 주루룩~ 찢어지고 말았다.
"어머. 대성아. 나 편의점좀.. 갔다 올께."
"왜?"
"저기... 나 스타킹이...."
나는 부끄러운듯 고개를 살짝 숙인후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 말에 대성이는 내 다리쪽으로
시선을 내려 심하게 찢어져 버린 스타킹을 발견했다.
"어디서 싸우고 왔냐?-_-"
"아니-_-;;"
"사다줄까?"
"아니야. 내가 가서 사올께^-^"
어울리지 않는 친절을 베풀려는 대성이의 말에 나는 놀라 급하게 편의점으로 향했다.
대성아! 니가 편의점에 가면 나의 계획은 어쩌란 말이냐-0-
당당하게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커피색 고탄력 스타킹을 손에 집어들었다. 아니지.. 고탄력
스타킹이 이렇게 질길줄이야! 혹시 모른다. 일반 스타킹을 사자.
그리고 카운터로 향하는 길에 나는 빠른 손놀림으로 진열되어 있는 초코바를 잡아챘다.
"빨리 계산해 주세요!!"
혹시 대성이가 안으로 들어올지 몰라 나는 카운터에 스타킹과 내 사랑 초코바를 놓고 밖에서 기다
리고 서있는 대성이를 확인하며 다급히 계산을 마쳤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날리며 친절하게 인사를 한후 가방에 스타킹과 초코바를 넣고 밖으로 나온 나.
"샀냐?"
"응. 극장 화장실가서 갈아신어야 겠다. 빨리 가자^-^"
"그래-_-"
스타킹 코나간 여자치고 너무나도 행복하게 웃는 나의 모습을 의아하게 쳐다보던 대성이는 이내 고
개를 돌리고 극장으로 향했다.
표를 사고 온다는 대성이와 극장 내부에 있는 베스킨라빈스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는 유유히 화
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행복한 나의 미소는 아무도 막을수 없었다.
한줄서기로 차례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 뒤에 서서 나는 나 차례를 기다렸다. 드디어 내 차례!
나는 횡하니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변기에 앉았다. 그리고는 가방에서 스타킹과 내 사랑 초코바를
꺼내어 초코바의 봉지를 조심스레 뜯었다. 혹시라도 초코바에 흠집이라도 생길까 싶어 조심조심 정
성을 다해 봉지를 뜯어냈다. 그리고 내 입안으로 밀어넣는 순간... 행복은 이미 내 안에 있었다.
씹는 것도 아까워 나는 초코바를 쪽쪽 빨아 먹다가 애타하는 내 배의 강력한 반응에 이기지 못해 꼭
꼭 남김없이 씹어 먹었다. 그리고는 얼른 스타킹을 갈아 신고 내 손에 남아있는 초코렛의 정체가 탄
로날까봐 깨끗하게 손을 씻은후 대성이가 서있는 베스킨라빈스 앞으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존재할까-0- 만약 더한 행복이 존재한다면 그 행복은 거짓
임이 분명하다.
"들어가자. 시간 딱 맞혀서 왔다."
"그래? 다행이다^-^"
"뭐 좋은일 있냐?"
"아니? 왜?"
"아니야-_-"
행복한 티를 너무 많이 냈나보다-_-;; 혹시라도 이놈이 내가 이렇게나 자기를 좋아하고 있다고 착각
하면 어쩌지? 표정관리를 좀 해야겠다.
어두운 극장 안으로 들어가 표를 보며 자리를 찾는 대성이를 쫒아 지정된 우리의 좌석에 앉았다.
우리가 자리에 앉자 스크린에서 나오던 광고가 끝나고 다른 영화의 예고편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서너개의 영화 예고편이 끝나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전도연과 황정민의 순수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에 한껏 빠져들었다.
옆에 있는 대성이도 영화에 집중한듯 보였고, 사람들도 가끔 주인공들의 모습에 작은 웃음을 터트
리며 영화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꼬록~
그렇다. 나의 배는 초코바 하나로 만족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불만족의 표현으로 밥달라는 신호
음을 보낸것이다. 다행히 어리숙한 황정민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올때여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
다. 옆에 앉은 대성이 조차도....
하지만 내 배는 점점 더 강하게 불만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일을 어쩌면 좋단 말이냐ㅠ0ㅠ
내 배의 신호음은 더 짧은 간격으로 표출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때마다 큰기침을 하며 위기를 모면
했다. 가끔은 한번의 헛기침으로.. 가끔은 목청이 찢어져 나갈듯이 콜록 콜록 켁켁....
주위에 앉은 사람들이 나의 소음에 나를 쳐다보곤 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야. 시끄럽게 왜그래-_-"
"미안. 자꾸 기침이 나오네..."
"좀 참아봐-_- 쪽팔리게-_-"
이런 죽어서 썩지도 않을 놈을 봤나-_-;; 걱정은 못해줄 망정 쪽팔리다니! 너의 사랑을 나의 고운 마
음으로 받아주려고 했건만! 생각좀 해봐야겠다. 넌 일단 보류야! 흥-_ -;;
대성이에게 삐져있던 것도 잠시.. 나의 배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영화도 클라이막스에 다다라 전도연과 황정민은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내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좋다. 바로 이거다! 역시 하늘은 나의 편인 것이다.
또 다시 나의 배는 꼬록~ 소리를 내려 했고, 나는 적당한 타이밍에 작전개시를 했다.
"으엉 ㅠ0 ㅠ 엉엉 ㅠ0ㅠ "
결국... 대성이는 내 손을 덥석 잡고 극장 밖으로 끌고 나왔다-_-;;;
"야! 이슬비! 너 왜그래-_-"
"미안... 내가 감수성이 좀 예민한 편이라.. 너무 슬퍼서...."
뭐 어쩔수 없었다. 첫 데이트인데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었다고 솔직히 고백할수는 없는 노릇아니겠
는가? 아무렴~ 그렇지!
대성이는 인상을 쓰며 나를 보고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 됐다. 집에나 가자. 너 집 어디야?"
"나? 신림동.."
"뭐타고 갈건데?"
"음..."
당연히 지하철을 타고 다니던 나이기에 지하철을 선택해야 했지만, 번뜩 내 머리에 스친... 버스 정
류장 옆에 줄지어 있는 화려한 떡볶이 가게들....
"나는 버스를 타고 갈 생각이란다아-0-"
나는 새빨간 떡볶이를 생각하며 황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가자."
"응?"
"가자고. 바래다 줄께."
아니, 이놈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_-;; 대학로에서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쓸쓸히 택시에 오르는 나를 쳐다도 보지 않던 놈이-_-;; 이놈아! 니 갈길을 가거라!!!
하지만 벌써 대성이는 버스정류장으로 걷기 시작했고, 절망한 나는 대성이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며
힘없이 따라갔다.
'삐릭~ 삐릭~ 대성아.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어서 뒤를 돌아 너의 갈길을 가렴. 삐릭~ 삐릭~'
재수없는 지원이놈에게도 통하지 않던 나의 텔레파시는... 역시나 대성이에게도 통하지 않았다.
어느덧 버스정류장에 선 대성이와 나...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있는 나에게 보이는 것은... 오로지 화려한 떡볶이
가게들 뿐이었다. 떡볶이의 힘은 위대했다. 담배 냄새.. 매연 냄새.. 온갖 냄새를 뚫고 정확히 내 콧
속으로 침투 했다. 나는 점점 정신이 혼미해졌다.
나 아무래도 오늘 119에 실려갈것 같다ㅠ0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