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만 감사해요. ^-^* 항상 봐주시고, 리플 남겨 주시고...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람니다 ^^*
포트기를 코드에 연결하고, 물을 붓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노트북을 켰다. 이번엔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내용은 어떻게 하며, 어떻게 써야 빈후의 핀잔을 줄일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유정은 전에 자신이 출간했던 책들에게로 눈길이 갔다. 5~6권되는 책들을 모조리 꺼내어 읽어보기 시작했다. 내용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라서 빨리 읽혔으나 그뿐이었다.
이렇게 문제점이 잘 보일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3권 쯤 읽었을 때, 유정은 더 이상 읽고 싶지 않아졌다. 책을 덮고, 창가를 바라보았다. 다시 눈이 내리고 있었다.
유정은 모든 것을 덮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꽁꽁 얼려버려서 자신의 심장까지도 얼려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트기가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유정은 컵 라면을 뜯어내고 물을 부었다.
라면 면발이 퉁퉁 부을 때 까지 유정은 멍하니 모니터만 주시하고 있었다.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쓸 것이며, 어떤 식으로 전개해야만 독자들에게 호평을 얻을 수 있는지를,,, 유정은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나름대로 작가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글쟁이에도 못 미치는 책들 이었다. 유정은 라면도 먹지 않은 채 외투를 걸치고 밖을 나섰다.
걷고 싶어졌다. 그냥 터벅터벅 걸으며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었다.
놀이터 근처를 지나고 있을 즈음, 유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어디가?”
“어? 니가 이 시간에 웬일이야?”
유현은 쌩긋 웃으며 대답했다.
“웬일은? 누나보고 싶어서 왔지~ 오늘 방학했어! 우리 소주 한 잔?”
“기분도 꿀꿀하고, 눈도 오고,,그래 가자!!”
“누나가 쏘는 거지? 난 학생이라 돈이 없어요”
“대학생도 학생이라고.. 어디 갈건대?”
“포장마차! 매운 오뎅 집으로 고고!!”
유현은 빠른 발걸음으로 다가와 유정에게 팔짱을 끼며, 유정을 안내했다.
포장마차의 규모는 작았으나, 술 한 잔 하려는 사람들로 즐비했다.
두 사람은 자리를 잡고, 꼼장어와 소주를 주문했다.
“이야- 오랜만이다!! 누나랑 나 단 둘이 포장마차 오는 거! 그땐 정말 .. 아 그때만 생각하면!”
유현이 한 손으로 코끝을 잡고 두 눈과 코를 찡그렸다.
“너 혹시 사고 쳤어?”
유정의 질문에 유현은 정색하며 유정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사고라니! 내가 한두 살 먹은 애도 아니고,, 자! 하잔 받으면서,,”
유현은 소주를 따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누나.. 나 아버지 회사 들어가기로 했어..”
“뭐?”
유정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나 그렇게 놀랄 필요 없어.. 요즘 명문대 나와도 취업하기 힘드니까.. 전에 아버지가 찾아오셨는데,,,,”
“듣고 싶지 않아. 나 먼저 갈게”
“하지만 누나..!! 우리에게는 여러모로 이익이야, 내 생각도 들어 봐줘!!”
유현이 애원하듯 유정에게 말했지만, 유정은 포장마차에서 나와 집까지 걸어왔다.
문을 열고, 집에 돌아온 유정은 수면제를 찾았다. 오늘 같은 날.. 무언가 잊고 싶은 날, 유정은 수면제를 찾았다. 수면제를 먹고 며칠동안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곤 했기에..
유정에게 수면제는 곧 현실에 대한 도피였다.
수면제를 몇 알 털어 넣고,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유정은 잠이 들었다.
꼬박 3일이 흘러갔다. 아침이었다. 유정은 눈을 깜박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를 매 만지며, 삼일 전에 산 컵라면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차라리, 눈을 감고, 입을 막고, 귀를 막아버리면 지금보다는 덜 비참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은 왜 이리도 잔혹한 것인지,,
그때 가방 안에서 핸드폰의 진동소리가 들렸다. 소현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어, 나야, 소현이.. 그때 잘 들어갔어?”
“어, 넌 괜찮았어? 너희 엄마 화 많이 나셨는데, 나 때문에 참고 계신 것 같았는데..”
“내가 누구냐? 있는 애교, 없는 애교,, 막 떨었더니 엄마가 이번 한 번만 눈감아 주신다고..
그나저나, 너 선 봐야지!”
“선은 무슨,, 난 선 볼 마음 추호도 없다”
“어? 아닌데,, 엄마가 너 선본다고 그러셨는데? 우리 엄마가 널 끔찍이 아끼시잖아, 요번 주 토요일이라고 그러던데? 전화 안 되서 문자했다는데?”
“왜 내 의사는 안 물어 보시고,, 너가 보지 그러니..”
“내 스타일이 아니야!! 너한테 딱 이야. 딱!! 그러니까 꼭 나가.. !!”
“난감 하구나, 뭐 하는 사람인데? 나이는?”
“비밀이다, 친구야.. 그럼 그날 잘 보고, 전화 하렴”
통화는 끊어졌다. 소현은 그 애가 현빈이라고 말 할 수 없었다. 사실, 일주일 전 엄마가 사진을 들고 선을 보라고 했을 때, 소현은 아는 애라며 거절을 했고, 유정이가 남자친구도 없고, 곧 결혼도 해야 할 테니, 유정에게 선심 쓰는 척 하며 떠 넘겨버린 것이었다.
유정은 떨떠름하긴 했으나,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니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낯선 사람과의 선이라..
전에도 몇 번 선을 보기는 했으나, 내키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모두 경제적인 여건만 보았지, 취미나 성격, 사랑방식에 대한 것들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다. 능글맞은 늑대들 같으니라고!! 이번에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면 대충 둘러대고 나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선을 보기로 한 날이 다가왔다. 유정은 아껴두었던 옷을 꺼내입고, 향수를 뿌리고, 핸드백을 챙겨 소현의 엄마가 일러준 그 장소로 향했다.
카페에 들어선 유정은 긴장을 했는지 딸꾹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멈추지 않는 딸꾹질 때문에 물을 벌컥 벌컥 들이 키고 있을 때, 한 남자가 정중하게 소현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유정은 남자를 보자 물을 내뱉으며 당황하여 소리쳤다.
“이현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