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있을 때 잘하라는 말..실천할 수 있게 해줘, 아빠!

불효녀 |2006.10.29 18:55
조회 4,612 |추천 0

아빠가 너무 너무 싫었어요..

 

맨날 술 2병 3병에.. 지난 8월에는 엄마보고 일 안나간다며

 

거진 한달을 싸우면서 나와 내동생 엄마 셋을 피말리더라구요.

 

저희 집이 작은 빌라를 사면서 대출 받은 게 있어 빚이 2천 정도 있는데

 

아빠 월급으로는 살림하기가 빠듯해서 엄마도 벌어야 하거든요.

 

빚이 짐이 되고 회사에서도 일이 꼬이니깐..

 

가족들만 들들 볶더라구요.

 

조금만 자기 맘에 안 들어도 폭발..

 

착한 사람인데 술만 먹으면 그러고.. 너무 괴로워서 내가 자살미수 쇼라도 부리면

 

정신 차리지 않을까.. 증오와 분노를 담아서 유서도 써보길 몇 차례..

 

그래도 그 인간은 변하지 않을거라고 엄마의 말..

 

그냥 없는 인간 취급하자.. 아빠 죽기만을 기다리자..

 

엄마가 점을 몇 차례 봤는데 명이 짧다 하고 맨날 술 먹고 담배 피니 일찍

 

죽겠지.. 어리석게 그런 생각하면서 지난 2달을 보냈어요.

 

술 기운에 나한테 이년 저년 욕하고 다 큰 처녀한테 소주 심부름 시킬 때는 정말

 

속이 썩어들어가고.. 같이 있으면 긴장성 스트레스에 울화.

 

가슴이 막히고 숨도 잘 못 쉬겠더라구요.

 

쉬는 날 끼니도 챙겨 주지 않습니다. 술 먹고 자기만을 바라고 없는 사람 취급했어요..

 

엊그제도 알바 갔다 온 나를 불러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자꾸 시도하는데..

 

저는 또 짜증을 내며 "아 왜 또.." 혼잣말로 "짜증나게.."를 덧붙이면서..

 

마주봤는데.. 돈뭉치를 주면서..

 

"엄마 생일이 음력으로 내일이라더라.. 내가 안 들었으면 모르지만 엄마가 그렇게

 

말하는 거 듣고 안 챙겨줄수가 없겠어.. 보니깐 엄마 지갑이 다 떨어졌다고 보여주는데..

 

엄마 지갑 10년도 넘은 거 내가 알어.. 이 돈 갖고 니가 엄마 지갑 좀 하나 사서 줘.."

 

하는데 순간 울컥 하더라구요.

 

" 돈이 없어서 아는 사람한테 십만원 빌렸어.. 내가 백화점 갔는데 뭘 알아야지..

 

지갑 하나에 20만원 30만원 달라고 하고.. 난 물건 볼 줄 모르니깐 니가 엄마 맘에

 

드는 걸로 .."

 

반으로 접힌 돈뭉치 주면서 그러는데..백화점도 잘 안가본 사람이.. 가서 얼마나

 

해맸을것이며.. 초라한 몰골의 우리아빠.. 사람들이 혹시 제대로 상대도 안해주진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 백화점.. 엄마한테는 영화 보여준다고 둘이서만 몇 번 갔었는데.. 아빠와는 한 번도 같이

 

가지 않았던 곳인데..  

 

술만 안 먹으로 이런 사람이 대체 왜 그럴까..

 

전에도 내가 아빠한테 술 그만 먹고 나랑 내 동생 효도 좀 받으면서 오래 살아야 되지 않겠냐..

 

해도 자기는 일찍 죽을거라 하고.. 엄마도 술 좀 먹지 말라고 울었지만.. 달라진 점 없어서

 

포기했는데..

 

그렇게 술 먹고 일찍 죽으려고 한 사람이라면.. 이런 일 하지 말지..

 

이렇게 가슴에 애잔한 정 같은 거 남기지 말지..

 

그냥 술먹고 나한테 욕하고 술병 깨고 그냥 그렇게 살다가 죽으면..

 

원망만 하면서 살 수 있게 ...

 

가족은 버릴 수 없고 있을 때 잘해야지 죽어서 후회하면 뭐하냐라는 말들 다 흘려버렸어요,

 

그냥 나는 엄마만 있다.. 아빠 죽으면 엄마한테나 잘해야지.. 했어요.

 

엄마만 불쌍하다고..

 

그렇게 깔끔하게 선을 긋고 살았는데..

 

아빠 죽으면 후회할 것 같네요.. 땅을 치면서..

 

있을 때 잘할걸.. 아빠랑도 영화보고.. 아빠 좋아하는 회도 사주고 그럴걸..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조금은 더 애정을 갖고 싶어요.

 

돈을 줘서가 아니라 엄마를 생각해주는 그런 행동들 때문에..

 

아빠를 버릴 수가 없어요..전부터 아빠가 갈비 먹고 싶다고 둘이 같이 가서 먹자고 했는데..

 

식당에서 술먹고 나오면 또 어떻게 변할지 싫고 무서워서 이 핑계 저 핑계 댔어요.

 

알바월급 나와도 엄마랑 나 동생먹을 피자나 치킨만 사먹고.. 아빠의 기호는

 

다 엄마가 챙겨야 할 몫으로 떠 넘겼어요..

 

지금도 이 글을 쓰는데 눈물이 나네요.. 어쩌면 몰라요.. 일주일 뒤에 또 아빠가 증오스러워질지도.

 

저 인간은 왜 안죽나..하지만 그래도 이번엘 기점으로 후회하지 말자는 일념으로

 

..증오를 묻고...노력하려구요. 일주일 뒤에 회사에서 받은 건강검진 결과가 나오는데..

 

저렇게 술먹고 담배피니..걱정 되요. 전에도 간수치가 높았는데..

 

아빠는 힘들다고 마시는 술인데.. 핑계라고만 여겼는데..

 

좀 줄이고 나랑 내 동생 대학 졸업하고 회사에서 열심히 벌은 돈으로 효도 좀 받으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전에 엄마한테 대체 왜 엄마는 아빠랑 이혼 안하냐고.. 물었을 때 엄마는 그래도 아빠가 좋대요.

 

가족이란게 그런가봐요..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