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요즘엔 매일 아침 헬스클럽에서 그를 만난다.
운이 좋을 때는 저녁에 만화가게에서 한번 더 만나기도 한다.
만화가게에서 만나는 그가 '묵뚝뚝하고 터프한 남자'라면
헬스클럽에서 만나는 그는 '귀여운 근육맨'이다.
그는 남들 두배 이상의 무게를 번쩍번쩍 들어올린다.
근육이 터질듯이 부풀어 오르고 비오듯 떨어지는 땀이 가슴 사이를
흘러 내린다. 덤벨을 들어 올리는 그는 야성미가 철철 넘치는 사나
이가 분명하련만 나와 눈이 마주치기라도하면 여리디 여린 '귀여운
토끼'처럼 '쪼그려 앉아 뛰기'자세로 애교를 떤다.
풋! 저 자세는 분명 내게 예쁘게 보이려는 몸부림일 거야!
<그 남자>
요즘엔 매일 아침 헬스클럽에서 그녀를 만난다.
언제나처럼 모자를 깊숙히 눌러 쓰고 하얀색 면티에 하얀 '브라'를
하고 런닝머신에서 달린다. 난 그녀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운동을 한다. 물론 그녀의 아름다움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그녀의 엉덩이는 무지하게 섹시하다. 땀에 흠뻑 젖어 팬티 라인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걷기만 하는데도 엉덩이가 씰룩씰룩 움직이는
데... 야... @#$%@#$%@#$%@#% 하고 싶다니깐...
그녀의 엉덩이보다 더 압권인 것은 그녀의 가슴이다.
아... 미리 이야기하지만 그녀의 가슴은 그리 크진 않다.
보통 크기다. 다만 그녀의 어깨가 너무 좁고 몸 자체가 아담해서
가슴 사이가 야무지게 파였고 가슴의 선이 이쁘다는 게 특징이다.
특히 그녀의 땀방울이 가냘픈 목선을 타고 가슴 사이를 흘러 내릴
때... 하얀 면티가 촉촉히 젖어 가슴 사이의 계곡의 브라 사이로 땀
방울이 사라지는 게 느껴질 때... 아... @#$@#$@#%$@#$%$@
(18세 미만을 위한 모자이크 대사 처리-_-)
그렇게 넋을 놓고 보다가 그녀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난 얼른 '쪼그
려 앉아 뛰기'를 해야 했다. 왜냐구...? 다 알잖아... 성난 녀석을
허벅지 사이로 숨겨야...쿨럭-_-!
<그 여자>
삼촌한테 연락이 왔다.
필리핀 원주민 여자랑 눈이 맞아 거기 눌러 앉겠단다!
"삼촌! 만화가게는 어떻게 하라구!"
"만화가게? 니가 알아서 해라"
삼촌 말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양아치 백수로 들끓는 만화가게에 이십대 초반의 여성 CEO라니...
<상황상상>
동네 양아치가 만화가게 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양아치 : 여기 만화가게 주인이 여자라며! 그것도 이십대 초반!
나 : (바싹 쫄아서) 무슨 일이신데요...
양아치 : 겁대가리 없이 여자 혼자서 만화가게를 운영하다니!
앞으론 우리가 여길 접수하겠다! 넌 라면이나 끓여!
돈은 우리에게 상납해!
나 : (오열하면서) 흑흑! 흑흑흑!!
너무 슬프다! 서럽다! 힘없이 나약한 여자로 태어난 것이 이렇게 서
러울 줄이야!
... 한참을 울먹거리고 있는데 가게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섰다.
"아!......"
근육맨이었다!
믿음직하고 정의로운 근육맨!
지구를 들어 올릴만큼 힘세고 튼튼하지만 내 앞에선 쪼그려뛰기를
하는 귀여운 근육맨!!
그래! 저 근육맨이 나와 이 가게를 지켜 주리라!
저이와 결혼 한다면 양아치와 백수건달들에게서 나를 지켜 주리라!
나는 소망을 한껏 담은 눈으로 근육맨을 쳐다보며 말했다.
"기다리고 있었어여..."
근육맨은 '흠칫!'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마치... 그의 눈빛은...
'아니!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지현씨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리는군요!
어떤 악한 무리가 당신을 눈물 흘리게 만들었습니까! 내 도저히
그냥 두지 않으리라! 내 정의의 이름으로 그를 처단하리라!!
나가자 그! 뉵! 맨!!!'
난 그이의 눈빛에 답변의 눈빛을 보냈다...
'아니예여! 당신의 그런 각오만으로도 저 지현이는 행복해질 수 있
어여! 악의 무리를 제발 처단하지 마세여! 당신의 그 고귀한 주먹을
더러운 놈들로 인해 사용하지 마세여! 그저! 제 옆에서 근육만 한번
움찔거려 주시면 되여! 지금처럼! 바로 지금처럼!'
근육맨은 차마 벌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듯 내게서 멀어져 갔다.
그가 만화책을 고르는 동안 난 주방으로 달려가 그를 위해 라면을
끓였다. 마치 쇼파에 길게 누워 하품을 하며 만화책을 읽는 남편을
위해 간식을 준비하는 아내처럼... 앞치마를 두르고 휘파람을 불며
파숑숑 계란탁 보글보글 맛있는 라면을 끓였다
라면을 끓여서 그에게 가져간 나는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계란 두개 넣었어여. 계란이 근육 키우는데 만빵이래요 *^^♡"
그렇게 말한 나는 그의 반바지 사이로 내비치는 허벅지를 쳐다
보았다.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 맞아... 그이는 더 이상 근육을
키우지 않아도 돼...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들킬세라 난 얼른 주방으로 도망쳤다.
그리고는 떨리는 가슴에 두 손을 모았다... 그래... 결정했어...
난 저이의 토끼같은 아내가 될거야...
<그 남자>
요즘엔 만화책에 푹 빠져 산다. 군대 가 있는 몇 년 동안 못봤던 만
화들을 다 보느라 거의 날밤을 새고 있다.
오늘도 학교 끝나자마자 만화가게로 달려갔다.
만화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아...!"
알바하는 녀석이 날 보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그 큰눈에서 믿을 수 없을만큼 빛나는 한 줄기 눈물이 볼을 타고 흘
러 내린다!
"기다리고 있었어여..."
허어어어어어억!!
저 새끼 뭐라고 말하는 거야!!
날 왜 기다려!!
난 만화책 연체한 것도 없고 외상값 떼어 먹은 적도 없다구!!
녀석의 칙칙한 눈빛을 뒤로 하고 만화책을 골랐다. 만화를 골라
자리에 앉아서 녀석의 동태를 살폈다. 녀석은 마치 기지배처럼
앞치마를 두르고 룰루랄라 휘파람을 불면서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마치 쇼파에 길게 누워 하품을 하며 만화책을 읽는 남편을 위해 간
식을 준비하는 아내처럼...
한참 만화책을 보고 있는데 녀석이 라면을 들고 내게로 걸어온다...
어라... 난 라면 시킨 적이 없는데...
"계란 두개 넣었어여... 계란이 근육 키우는데 만빵이래요"
녀석이 내 허벅지를 쓱 쳐다보더니 얼굴이 빨개져서는 주방으로
마구 뛰어가는 게 아닌가!!
뭐야 이거!!
설마... 저 녀석이...
설마... 저 녀석이...
호.......................................................................
모.......................................................................
'콰콰콰콰콰콰콰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
머리 속에서 번개가 친다!!!!!!!!
호모 새끼였단 말이더냐!!!!!!!!!
<그 여자>
며칠에 걸쳐 모든 짐을 만화가게로 옮겼다. 앞으로 이곳이 내 삶의
터전이 될 거다.
근육맨 오빠가 요즘 만화가게에 오질 않는다. 운동도 못 가서 며칠
동안 못 보았더니 잠잘 때 꿈 속에 나타난다. 내일 운동 가서 오빠를
만나야지...
<그 남자>
며칠 동안 만화가게를 가지 않았다. 며칠이 아니라 앞으로 그 만화
가게는 절대 가지않을 것이다. 그 호모새끼를 안 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
그러나...
"으아아아악!!!"
며칠 동안 계속 악몽에 시달렸다. 헬스장의 그녀랑 키스하려는 행복
한 꿈을 꿀 때마다 그녀의 얼굴이 알바새끼의 얼굴로 변한다... 아...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러고 보니... 그녀와 알바 새
끼랑 상당히 닮았다... 마치 쌍둥이처럼..
그녀가 며칠 째 운동을 하러 안 온다. 혹시 저녁 시간으로 옮긴건가
<그 여자>
며칠만에 운동을 하러 나갔다. 근데, 근육맨 오빠가 오지 않았다.
런닝머신에 올라가서 뛰었다. 그러나 기운이 나질 않았다...
왜 그러지... 오빠가 없어서 그런가...
운동을 그만두고 가게에 왔다. 수많은 손님들이 들락거리는데
그 중에 오빠는 없었다... 오빠가 너무 보고 싶다... 오빠... 내가
이렇게 간절히 바라는데... 이렇게..
가게문을 닫을 시간이 되었는데 오빠가 오지 않았다... 오늘도
오빠는 오지 않으려나 보다...
손님이 모두 가고 텅빈 가게에 혼자 앉아 있었다. 가게를 치울 기운
도 나지 않는다.
왜 그러지... 며칠 동안 무리해서 감기가 걸렸나... 온 몸에 힘이 하
나도 없다...
이럴 때 오빠라도 보면 힘이 날텐데... 아... 쓰러질 거 같아... 몸에
서 막 불덩이가 치밀어 오르는 거 같아...
너무 몸이 힘들고 아파서 문만 닫고 자려는 찰나,
"쾅!!"
누군가가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 모습을 보고 난 숨이 멎
는 줄 알았다!
문을 열고 들어선 사람은... 바로... 오빠였다...
<그 남자>
그녀는 더 이상 헬스클럽에 오지 않는가... 그녀가 이렇게도 보고 싶
은데...
어제밤에도 여지없이 악몽을 꾸었다. 그녀와 완벽한 키스를 하려는
찰나에 알바새끼는 '내가 아직도 그녀로 보이니' 하며 날 기겁하게
만든다. 이러다 병 나지 싶다...
오늘은 운동하는 시간대를 밤으로 옮겨 보았다. 그녀가 혹시 밤으로
옮겼을까 해서 옮겼지만... 그녀는 결국 오지 않았다...
운동하는 내내 그녀의 얼굴과 알바새끼의 얼굴이 오버랩 되었다.
너무 오락가락해서 나중엔 그녀 얼굴이 진짠지 그자식 얼굴이 진짠
지 헷갈릴 정도였다.
도저히 안 되겠다. 만화가게에 가서 그 알바새끼를 작살내 버려야겠
다. 꿈에 나타나질 말던지 호모를 때려치던지 단판을 지어야겠다.
운동이 끝난 다음 만화가게를 닫을 시간에 쳐들어갔다. 문을 걸어
잠근 다음, 녀석을 흠씬 두들겨 패서라도 호모짓을 관두겠다는 다짐
을 받아야겠다.
"쾅!!"
기선 제압을 위해 가게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아... 오빠..."
호모새끼가 이젠 날 보고 대 놓고 오빠라고 그런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내게 팔을 벌린다!!
참을 수 없었다!! 난 그새끼 멱살을 잡고 가게 벽으로 밀어 붙혔다!!
그리고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자식아!! 넌 왜 세상을 이렇게 나약하게 사냐!! 세상은 험하
다구!! 이런 정신 상태로 어떻게 살아가려구 그래!!"
"그래여... 난 너무 나약해여... 난... 며칠 동안 숨이 막히는지
알았어여... 오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몇 번 말도 못 나눠 본
오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내가 이렇게 나약한 사람인지...
저도 이제야 깨달았어여..."
"너 임마... 그러면 안돼... 날 사랑해선 안 된단 말이야... 세상은
그걸 용납하지 않아... 왜 세상을 거스르려고 그러니..."
"그래여... 제가 해서는 안 될 사랑을 하는지 모르겠어여...
그러나... 이젠 어쩔 수 없어여... 전 오빠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할 거 같아여... 이렇게까지 오빠에게 빠질 줄 전 꿈에도
몰랐어여..."
녀석은 씨벌개진 얼굴로 내게 힘없이 말했다. 아... 이 새끼는 날 정
말 사랑했나 보구나... 운명을 거스르는 사랑을 했구나... 어떻하면
좋은가... 어떻하면 좋은가...
녀석의 눈을 보던 나는... 순간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갑자기 소름이 끼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이새낀 남자야! 남자 새끼한테 그런 감정이 들면 절대로
안돼! 이새끼가 남자라는 걸 내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는 거야!
내 스스로 속으면 안된다구!'
난 녀석의 사타구니를 힘껏 쥐면서 소리쳤다.
"이 자식아! 넌 이렇게 힘찬 자지를 가지고 있는 남자란 말이다!
이렇게 힘찬!..."
이상했다... 거기에 있어야 할 녀석의 자지가... 자지...
"뭐야 너... 너... 설마..."
난 떨리는 손으로 녀석의 가슴을 만졌다. 허억!! 녀석의 가슴이!!
마치 여자처럼 큰 갑빠가!! 거기에다 브라자까지!!
난 믿을 수 없는 눈으로 녀석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너!!!... 설마!!!... 트랜스젠더... 였냐!!!..."
녀석은 날 보며 힘없이 웃었다.
"오빠... 오빠도 날 남자로 착각했었군여... 나예여... 헬스장의
모자 쓴 여자..."
알바새끼가... 아니... 그녀는 내게 이렇게 말한 후 어지러운 듯 내품
으로 쓰러지듯 안겨왔다. 그리곤 속삭였다
"나... 지금 너무 아프거든여... 가지 말아여... 내 옆에 있어줘야
해여..."
그녀는... 이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오 하나님... ... ...
하나님은 진정... ... ... 개그맨이셨단 말입니까... ... ... ... ...
<다음편 예고>
드디어 그녀가 여자인 줄 알게 된 그놈
그놈은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데...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혹시 작가는 '너무 적게 달린 댓글들을 보면서' 상처를 받아서
다음회를 쓸 의욕을 갖지 못하고 연재를 끝내진 않을까?
보고 싶은 사람만 댓글을 달아 보자. 달아 보자. 달아 보자. 보자. 보자...
작가의 미니 홈피 : http://www.cyworld.com/harang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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