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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8개월 일지 두번째 이야기

무심 |2003.03.22 14:32
조회 1,540 |추천 0

겨우 메일이나 주고 받는 실력에 넋두리 처럼 누구에게도 의미를 주지도 그리고 내게 그 짐을 지우지도 않을거라 생각하며 올린 잡문에 의외성이 당황스럽다 못해 주체하지 못할 두려움까지 겹쳐서

지금 어딘가로 숨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많은 이들이 감당 못할 이야기들을 내게 퍼붓는다.

 

이제 어떻게 할건데..

좋은 인연 만나 새로 시작 해야지...

조금 더 참아보지 그랬어...

넌 좋겠다 떳잖아...

다음 이야기는 뭐야...

나도 힘들어...

위로해 주고 싶어...

등등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도  빈방에서 달력의 숫자를 거꾸로 세어 본적이 있는듯한 나만 바보 놀이를 하는게 아니구나 하는 동질감에 실소하게 하는 말들도 있다.

 

조그만 방에 서로 등을 돌리거나 뚝 떨어진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너무도 기계적인 호명 소리에 죄인처럼 다가서 아이는 누가 맡으실겁니까. 이혼에 동의 하십니까. 네.네. 그리고는 종이 조각 몇장을 쥐고 돌아서면 남이다.

 

맨처음 만남의 설렘

,마주 잡은손에 느낌,

내 사람이야 하는 확신

가슴에 안았을때의 표현 하기 어려운 떨림

요란한 박수와 눈길속의 예식

산고의 고통을 더불어 기쁨으로 받아 들이던 시간뒤 유리창 너머로 강보에 쌓인 분신을 보는게 아니라 느껴야 했던 그 살떨리는 감동

그 외에 이루 헤아릴수 없는 그 모든것이 끝나는 것이다.

 

아무도 영화나 드라마 처럼 아쉬움에 눈빛을 드러내는이가 없었다.

다면 친척인듯한 몇몇 사람이 사납게 손을 이끌고 낚아채듯이 가버리는 모습만이 남아 있었다.

그런곳이 마지막을 만들어 내는 법원의 살풍경한 일면 이었다.

 

서류를 준비하고 걸어 들어가는 그 순간 아니 판결문을 받아들고 나설때 까지

좀더 솔직해지자면 3개월의 유예기간의 마지막날 까지

기다리고 절실한 마음으로 바랬다.

이제 그러지 않을께

내 생각이 잘못된것 같아

기다림이 허락된 시간은 그나마 마음에 담긴 그 사람을 만져볼수 있었지만

호적을 떼 드릴까요 확인 하시려면

구청 직원의 그 말이 환청처럼 들리고 비척 거리며 되돌아 나설때 이제 진짜 끝이구나

참았던 원망과 미움 그리고 이 아픔을 몇십배 몇백배 돌려주어야지

어떻게 해야 나보다 더 아픔 시간을 느끼게 할수 있을까

지금 찿아가서 주먹질이라도 해줄까

세상의 모든 욕설과 저주까지도 팽개치듯 퍼부어줄까

그래서 달라진다면 하면서 발목을 붙드는손은 내 손이었다.

 

아이를 제외한 모든것이 다 싫어 포기할테니 다 가져가

주섬주섬 짐을 정리하다가 부모 형제들의 원색적인 원망이 나와 아이들을 휘감는걸 의식했다.

 어디가느냐 눈으로만 묻는 눈길이 부담스럽다.

아무것도 묻지않도 그저 나만 바라보는 눈길

소중해 하던 장난감도 게임기도 챙기려 하지않고 내가 움직이는 것만 바라보며 숨죽이고 있는 저 아이들의 마음엔 어떤 생각이 들어 있을까.

흘려 보내지도 못하고 채워넣은채 기다리는 눈물로 가득한 저 아이들

아무도 오늘의 일을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지 못했고 이해를 구하려 하지도 않았었구나 하는걸 그때서야 느꼈다.

저 눈망울을 채우고 있는 눈물의 무게를 내 평생 어찌다 감당할수 있으려나

 

아이들의 짐을 다시 풀고 간단한 옷가지만을 들고 집을 나선다.

아이들의 귀에 채워질 아이 엄마에 대한 원망과 비난이 내가 아무리 이들을 지키려 한다해도 어느 순간엔들 하나라도 흘러 들어 간다면 그 깊은 상처는 누가 치유해 줄수 있을까 하는 아주 알량한 아비의 무능력하고 비겁하고 무책임한 결론이었다.

그것이 내겐 최선이었다.

그나마 허락된 내가 감당할수 있는 최선.

사진을 한장씩 들고 나와 물끄러미 보다가 너희들도 이 아빠가 밉지 그럼 보지마 다음에 시간이 조금지나 너희들의 화가 풀리면 그 때 우리 다시 너희들 아니 내 자식들 사진이라도 다시 볼께 마주 보게 겹쳐진 사진을 오랜시간 바라 보지도 못하는 죄스러움이 얼마나 오랜 시간을 힘들게 했는지 모른다.

작은 액자에 사진을 끼워 넣고 방한가운데 벽에 붙이기까지는 4개월의 시간이 지난뒤였다.

하지만 난 아이들의 원망이 없어졌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숨겨 두었을거라 생각할뿐

 

바닷가 한적한곳에 차를 세워두고 아침에 눈뜨면 뒷자리에 잔뜩 사다놓은 소주를 들이키고 작은 주량에 금방 취한 몸을 뉘이면서 잠들고 싶다 푹 자고 싶어 하면서 술기운에 다시 잠들었고 다시 눈을 뜨면 허기진 배에 안주 삼아 사다놓은 과자 부스러기를 몇개 집어 먹으면서 또 마신다. 그리고 잠든다.

밤이 되면 밤이니까 난 자고 싶어 잠들면 무언가를 생각하고 느끼고 판단해야하는 그런 번거로움이 없으니 잠들어야지 또 마시고 제발 자게해 주세요

용기 없음이 아니라 적어도 스스로 세상까지 버린 아빠도 아들도 되고 싶지는 않지만 얼마간이라도 제가 쉴수 있게 재워 주세요.

아무런 생각도 결론도 내리고 싶지 않으니까 자고 또 자고 아니 재우고 또 재웠다.

유원지의 관리원이 움직임을 확인하러 오는 눈치가 보일때쯤엔 벌써 20여일이 지나갔다.

 

왜냐고

사랑했으니까

감당할수 있을만큼 사랑했으니까

밤에 깊은밤에 잠들어 있을때 자그맣게 들려오는 숨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꿈결에 뒤척이는 그 모습이 얼마나 황홀했는지

언젠가 기회가 있다면 이러한 나ㅢ 느낌을 전해줘야지

그리고 물어 봐야지

당신도 라고

 

멀어져가는 시선을 붙잡아 보려 4년을 버둥거렸다.

네가 뭔데 라며 항변의 눈길을 던지며 들어야 했던 3개월 이내에 라는 그 시간의 마지막 날까지

기다렸다.

 

아저씨 휴가가 참 긴가봐요

라는 관리원 아저씨의 의혹에찬 질문을 뒤로 하고 20여일간의 그 휴가를 마치기로 했고

이제 어디로 하면서 시동을 건다.

 

간간이 걸려오는 아이들 전화에 서울에서 아빠가 할일이 많은 회사에 다니는데 너무 바뻐서 다음에 갈께

그리고는 아이들이 사는 도시 에서 직장을 구하고 차를 팔고 방을 구하고 직장을 구했다.

예전에 누렸던 모든것이 싫었다 모든것이 남의것이라는 생각에

눈뜨고 시작해서 지쳐 쓰러질때까지 할수 있는일과 생활이 보장되는 직업을 찿기가 쉽지는 않았고

감추며 산다해도 비밀이 많으신것 같아요 하는 말을 스스럼 없이 듣고 웃어 넘길만한 여유가 생길 만큼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일요일 아빠 서울인데 지금 갈테니 어디서 만나자 영화도 보구 피자도 먹고 어때 하면서 약속 장소에서 서울에서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만큼 서성대고 담배만 피워대가가 아이들을 만나 슬쩍 눈길을 더듬어 보고는 애써 눈길을 맞추어 보려는 아이들의 눈길을 피하기위해 극장을 찿아 들어간다.

무슨 내용인지 거의 기억엔 없지만 양손에 나누어 쥔 아이들과 내손에 땀이 배어 나올때 까지 주무르고 쓰다듬고를 반복 한다.

아이들 먼저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걸 난 듣지 못했다.

아마 큰 녀석이 작은애 한테 교육을 시켰으리라 짐작할뿐이다.

초등학교 아들 녀석이 아빠 또 언제와 라는 질문에 무너지는 아픈 마음을 하나 하나 세면서 되돌아 오는 발걸음엔 피가 맻힐거라 생각 하면서 또 한번 묻는다.

그렇게도 좋은게 뭐였니

 

도대체 누군지 뭐하는지 사람을 사서라도 알아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형제들의 재촉에 난 이런 대답을 했다.

더 이상 나를 아프게 하지말아줘

확인하면 뭘 하는지 내가 알면 달라지나 내가 편해지나

난 억지라도 그렇게 생각 하고 싶다 아니 어쩌면 진실일 수도 있으니까

그냥 싫어 졌어 당신이 싫은것 뿐이야 그말을 믿겠어 더 하지도 빼지도 않고 그 말 그대로

만약 이라는것도 싫다

그말이 진실일거니까

 

친구처럼 부담 없이 연락하고 만나자는 말에 난 대답대신 미국 영화를 너무 많이 본 모양이네 라는 희안한 생각을 하며 이혼하자는 요구에 승락을 했다.

내게 필요한건 아내였는데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내게 답을 요구 하고 있다.

감동했단다.

모니터에 지나가는 내 넋두리가 감동스럽단다.

내눈엔 피눈물이었는데

내 아이들의 눈물이 감동을 주었을까

이혼이 드라마의 한 장면 처럼 보였을까

난 영화의 주인공은 커녕 액스트라감도 아닌데

고통스러움도 내가 아닌 남이라면 감동을 줄수 있는건가

 

내 사랑의 결과가 비극적인 감동을 선사 한건가

좀더 인내하지 못했음을 자책함이 유치한건가

이제는 잊었다 말하면 아니 잊혀져가고 있고 되돌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말하면 감동이 없어지나.

 

잘살고 있단다.

잘했다고 말한다.

앞으로는 잘 살거란다.

차라리 감동한다.

 

선택함은 강요가 아니었듯이 책임은 무한대다

단순하게 만나고 헤어지는 그런 단편 영화가 아니고 싸구려 눈물이 뒤범벅이된 영화는 더더욱 아님을 이 부족한 재주로 전할수 있을까

이것 해주면 저것 줄께라는 공식적인 사랑을 피하라 권하고 싶다 이것도 저것도 다 줄께

먼저 이렇게 한뒤에 이별을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헤어짐뒤 편안함이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다.

 

장난기 많았던 내 옛모습을 기억 하는 주변 친구들은 이렇게 말하는게 나답다고 할것이다.

"그냥 붙어 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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