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 과연 승희에게 어떤 말을 할까...'
동민은 천장을 보고 누워 있었다. 시계는 벌써 3시가 넘어가고 있는데 잠을 청할 수가 없었
다. 술까지 마셨으니 당연 잠이 들어야 맞는 말일 텐데 어떻게 된 것이 정신만은 또렷해지
고 있었다. 동민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동석을 보았다. 그들의 숙소에는 세 개의 방이 있
었지만 하나는 옷 방으로 쓰고 있었기 때문에 늦은 시간 적지 않은 술을 마신 승희를 그냥
보내기도 뭐하고 해서 동석의 방에서 자고 가라고 했다. 그래서 지금 동석의 방에선 승희가
잠들어 있고 동민의 침대 옆에선 이불을 몸에 돌돌 말고는 술 때문인지 코까지 골아가며 세
상 모르게 동석이 잠들어 있었다.
'차라리... 저 녀석처럼 둔하기라도 했다면 이렇게까지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을 텐데...'
잠들어 있는 동석의 얼굴 위로 처음 보았을 때 아니 처음 자신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냈
을 때의 승우의 얼굴이 겹쳐졌다. "제게 있어 아주 소중한 사람... 제 누나입니다." 낮에 들었
던 그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소중한 사람... 소중한 사람... 과연 그렇게 소중
한 사람이 만남이라는 그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사람들의 시선과 이런저런 구설수에 휘말리
게 될지도 모르는 아니 더 한말로 어쩌면 자신을 생각하고 있는 팬들에게 어떤 무서운 일을
당하게 될지도 모르는 그런 평범하다 할 수 없는 자신과의 만남을 과연 좋은 감정으로 받아
들여 줄지...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동민은 그대로 눈을 감아
버렸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 어차피 다시 주어 담을 수 없는 일이야... 그 녀석이 뭐라고 하든 아니 남들이 뭐라고
하든.. 이건 나와 그녀의 문제야... 내가.. 내가 지키면 돼. 내가...'
하지만 그런 동민의 생각과는 다르게 두 가지의 영상이 동민의 머리에 떠오르고 있었다. 걱
정스런 표정으로 말하고 있는 그 녀석의 모습과 환하게 웃으며 말하고 있는 그 녀석의 모습
이...
"누나.. 차 동민 같은 사람하고 연관지어지게 되면 누나만 힘들어지게 될 거야.. 사회에 시선
도 시선이지만 그런 사람이 오랫동안 누나를 보고 있을 것 같아? 누나만 상처 받게 될 거야.
그러니깐 누나가 알아서 멀리하도록 해. 그런 사람.. 내가 알기론 오래가지 못해."
"축하해 누나. 동민이 형과 같은 사람과 만나고... 잘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기회는 쉽게 찾
아오지 않는 거잖아. 파이팅 이야..."
동민은 몸을 돌아 누웠다.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자신도 모르게 떠오른 영상이었지만 전자
가 아닌 후자이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그래도 무거워진 마음은 쉽게 바뀌지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알리고 싶지는 않았는데... 적어도 그녀 스스로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하
고 싶었는데... 적어도 그녀 스스로 느낄 수 있게...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누워 있던 동민은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잠이 들었다.
"아... 머리야..."
잠에서 깬 승희는 깨어질 듯 아픈 머리를 움켜쥐며 눈을 떴다.
'근데 여기가 어디지?... 아! 너무 늦어서 그냥 자고 가기로 했었지...'
승희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남자가 쓰는 방이라 그런지 아늑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
았지만 그런대로 잘 정돈 되어 있는 방이었다.
'보기보다 깔끔한 것 같네. 동석이 오빠...'
그런데 이상하게도 잠에서 깬 승희의 눈이 다 떠지지가 않는 것만 같았다.
'왜 이러지? 왜 이렇게 눈이 다 안 떠질까 힘은 다 준건데 이상하네... 술이 아직 덜 깨서
그런가? 아닌데 머리만 아플 뿐 술은 다 깬 것 같은데... 아... 그나저나 목말라 죽을 것 같
다.. 이 인간들은 아직 자고 있겠지... 아니다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깐...'
승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 앞에 섰다. 혹시라도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라도 깨어 있
다면 분명 거실에 나와 있을 것은 뻔한 일이었고 아무리 매일 보는 사이라 할지라도 자고
일어난 꼬질꼬질한 모습을 그대로 보인다는 것은 이미지 상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였다.
'참.. 생각 할 수록 아이러니 하네.. 보지도 못할 거면서 왜 이런 추리닝 같은 선물을 보낼까'
승희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거울을 통해 들여다보며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이거 입고 자... 지금 입고 있는 옷 보다야 나을 거야.. 한번도 안 입은 옷이니깐 걱정하지 말
고..."
상표 딱지가 그대로 매달려 있는 추리닝 한 벌을 동민이 내밀었다. 승희는 남자인 동민이
내미는 옷이라는 것도 좀 그랬지만 또 새 옷이라는 소리에 별로 내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
으로 받아들긴 받아들었다.
"내 돈 주고 산거 아니니깐 신경 쓰지 마. 이거 입고 편하게 보내라면서 팬이 보내 준건데
입을 옷들이 많아서 아직 입지 않은 거야. 그렇다고 좋아하진 마라. 주는 거 아니니깐... 잘
입고 깨끗이 세탁해서 줘... 알았냐? 그럼 나 먼저 들어가서 잔다."
동민은 두 사람을 뒤로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동민은 승희와 동석이 막잔을 남겨 두고 있
을 때 조용히 옷 방으로 들어갔었다. 승희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은 그냥 입고 자기엔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편한 옷을 찾으려고 들어갔던 것이었다. 다행이도 아직 상표딱지도 뜯
어내지 않은 옷이 있었고 아무 뜻도 없다는 듯 건네준 것이었다. 방으로 들어온 동민은 문
에 잠시 기대어 서 있다 침대로 몸을 날렸다. 그리곤 자신의 머리를 잡아 쥐고는 잡아 뜯듯
마구 헝클어뜨렸다. 절규와 같은 신음과 함께 자신에게 욕설을 내뱉으며...
"으... 이 바보 같은 놈.. 으... 이 등신 같은 놈...!!"
그리고 동민이 방으로 들어가기 전 동민의 뒷모습을 보며 승희 또한 마음속으로 한 말이 있
었다.
'니 잘났다. 니 팔뚝 구...울따..'
거울을 보고 있던 승희의 눈이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옷은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기 때문에
머리와 얼굴을 점검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으아악...!!"
작지 않은 소리가 입에서 튀어나왔다. 자신도 모르게 나온 소리에 그녀 또한 놀란 나머지
얼른 손으로 입을 막았다.
"세상에... 세상에... 우째 이런 일이..."
참으로 가관이었다. 거울에 비춰진 그녀의 얼굴은... 지나가는 두꺼비가 친구하자고 해도 남
을 정도로 그녀의 눈이 부어 있었던 것이다.
"정말... 너무 했다... 어떻게 이렇게나..."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이 보아도 사람의 눈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있는 힘껏 눈을 떠
보아도 눈동자에 삼분의 일도 보이지가 않았다.
"하..."
한숨을 한번 길게 내쉬고는 뒤로 돌아섰다. 도저히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부은 기를 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아! 물! 물을 마시면 빠질지도 몰라... 물! 물! 물!'
승희는 반밖에 안 떠진 눈으로 빠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물을 찾아보았다. 역시나 잠을
자는 방이다 보니 물은 없었다. 시계를 보니 10시가 조금 지나 있었다. 어제 2시가 조금 넘
어서 자리에 든 것이 생각났다.
' 이 인간들 아직은 자고 있겠지?! 그래 자고 있을 거야. 분명히 자고 있을 거야... 분명히...
자고 있어야 되는데...'
승희는 소리 나지 않게 문을 열고는 귀를 대어 보았다. 아무 소리도 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엔 코를 내밀어 보았다. 만일 동석이라도 깨어 있다면 실내에 커피향이 돌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승희는 조심히 얼굴을 내밀고 밖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생각대로 아직 방에서 자고 있는지 조용했다. 승희는 살금살금 걸어서
주방으로 들어가 냉장고 문을 열고는 잔을 찾아들 여유도 없이 피트병째 들고 물을 드리켰
다.
"휴... 이제 좀 살겠네... 이 인간들 깨기 전에 얼른 세수라도 하고 있어야지. 물도 마셨고
세수도 좀 하고.. 그러고 나면 어느 정도는 가라앉겠지..."
승희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는 조금 남은 물을 마저 마신 뒤 싱크대에 내려놓고는 몸을 돌
렸다. 그런데...
'헉... 이런...'
잠시 뒤 거실에는 한 남자의 웃음소리로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풋.. 푸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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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셨지요.. 또 다시 공간이 남아서
이렇게라도 허한 공간을 메우려 함다 ㅎㅎㅎ
왜 제가 올리는 글에만 이렇게 공간이 남게 되는 것인지.. ㅠ.ㅠ
저저편부터 긴장을 해서 그런지 왠지 내용에 있어 자꾸
유치한 쪽으로 흘러 가고 있는 것 같슴다. 이러면 안되는디...
넓은 맘으로 이해해 주시고 이번글도 그냥 웃으면서 봐 주세요...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라면서 이만 물러감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