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여!
난, 대개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한국에 대해.. 내가 한국에 살고 있는 것에 대해... 그리고 내가 한국 사람이란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것은 한국의 문화에 대해 무안한 애정을 갖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태권도 역시도 나에게는 애정이며 사랑이고 자부심이다. 어린 시절, 태권도 도복을 입고 있는 내 모습을 거울을 통해서 보고 있노라면, 내 모습이 얼마나 대견스럽고 의젓해 보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난 엄밀한 의미로 태권도인은 아니다. 코흘리개 어린시절 빨간띠를 끝으로 나는 태권도를 직접 하기보다는 옆에서 지켜보며 응원해주는 것에 만족하고 행복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저번 아테네 올림픽과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벌어졌던 태권도 경기를 보면서, 적지 않은 당혹감과 혼란을 느꼈다. 내가 빨간띠 까지의 얕은 경험을 토대로 막연히 생각해왔던 태권도는 기개, 용맹, 절도를 동반한 정정당당함과 같은 강직함이었다. 적어도 프라이드나 K1과 같은 돈 냄새 물씬 풍기는 치열한 격투기와는 분명히 구분이 되는, 이상적이며 신비로운 그 무엇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 벌어지는 태권도 경기를 보면 차라리 프라이드나 K1이 훨씬 정정당당하겠다는 서글픈 생각이 든다.
원래 태권도는 그런 거라면 할 말이 없지만, 타격을 가한 후에 뒤로 벌렁 넘어져버려서 상대방에게 공격의 빌미를 아예 봉쇄하는 방법은 그 선수가 그것을 의도한 것이었던 불가피한 것이었던, 왠지 정정당당해 보이지 않는단 말이다.
그리고 경기 내내 슬슬 눈치만 보고 있다가, 상대방이 큰맘 먹고 공격을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제 빠르게 받아쳐내서 점수만 얻으려는 행동을 보면, 솔직히 야쌉해 보이기까지 한다. 내가 아는 태권도에는 발기술이 다른 무술에 비해 훨씬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경기 내내 보면 기술이라고 하는 것은 돌려차기 하나 뿐이 없는 듯 하다. 시종일관 그것뿐이다.
이게 뭔가? 이게 무도라고 불리는 스포츠의 모습인가? 태권도는 근본적으로 방어를 위한 무도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사람들도 있을 법하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태권도는 방어가 주 목적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공격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제 빠르게 허리춤에 다리 하나 걸쳐서 점수 얻으면... 그리고 뒤로 벌렁 자빠져 버리면... 그게 정당한 것이라면... 난 그 태권도 앞으로 사랑하지 않으련다.
상상해 보시라! 경기에 임하는 두 선수 모두, 방어를 위해서 선제공격을 하지 않고 서로 눈치만 보면서 공격해 오기를 기다린다면.... 아마 경기 내내 제자리에서 방방 뛰다가 끝날 것이다. 이게 스포츠인가? 이게 무도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권도를 스포츠라고 규정해야 한다면, 유도와 같은 무도 스포츠가 아닌 제자리 뛰기 체조 정도로 인정해 주면 적절할 듯 하다.
스포츠가 흥행성만 쫓다가 보면 그 스포츠의 본질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태권도처럼 일반인 대다수가 그 경기를 보면서 좀처럼 흥이 나질 않는다면, 본질을 훼손당할 기회조차 없이 아예, 사라져버릴 것이다.
난, 그것이 슬프다. 태권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