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제가 만난 훈남이었던 한 남자애의 이야기 입니다.
아직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미스테리한 기분이 뒤통수에 끈질기게 남아 쉽게 잊혀질 것 같지 않네요.
11월초 당시 사귀던 오빠와 pc방을 갔다가 생긴 "어떤 일"을 계기로 헤어지게 됩니다.
여자는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 느낄때 헤어진다죠.. 저도 그랬습니다.
힘들어서 쩔쩔맬때 위로해준다며 만난 사촌오빠와 술을 마시고 싸움의 발단이 되었던 pc방에 다시 가게 됩니다. 한 눈에 시선을 끄는 훈남이 알바생으로 있더군요.
그 남자애, 제대한지 몇 달 안되고, 그 pc방에서 야간 알바를 하고 있으며 현재 솔로라며 그 곳 알바생들과 안면이 있던 사촌오빠가 둘이 잘 해보라고 연결.
문자만 주고받기 일주일 정도 후 만나서 영화봤습니다.
좋았어요. 굉장히 매너있고, 아주 사소한 것들을 신경써주더라구요.
예를들면 벗고 있던 코트를 입고 나면 제 가방을 들어주며 "머리카락 빼..^^ "라고 말하거나 또는 전 미처 알지도 못했던 제 버릇을 지적하며 챙겨주는등.. (제가 겉옷을 입을때 한꺼번에 양쪽 팔을 다 집어넣으려고 낑낑대더라구요ㅋㅋㅋ "그러니까 잘 옷이 잘 안힙혀지지~^^ "라며 옷을 잡아주고..
저런 세심한 모습을 보고 아... 이 남자 혹시 선수거나 아니라면 한 여자를 굉장히 오래 만남으로서 내공이 많이 쌓였구나.. 싶더라구요.
이런 저런 대화 후, 지금까지 한 여자만 사겼고(저희 둘 다 이제 24) 군 제대 앞두고 헤어졌다했습니다.
검정고시 출신이고 평범한 가정에서 편하게 자라온게 아니더라구요. 어린나이에 집나가 혼자 살기도하고.. 훈남이 언젠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내가 나에 대해서 말하면(지금까지 살아온..)넌 아마 깜짝 놀랄거야. 날 안 보려고 할지도 몰라" 말 안해도 대충 알 것 같았어요.
전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 그 사람의 깊이를 알 수 있다고 지금까지 생각해왔습니다.
깊이가 있다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데 학벌, 집안등 그런건 중요한게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생각도 깊고, 괜찮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만나며 전 그 친구가 점점 좋아졌고 헤어진 남자친구는 잊혀져 가더라구요.
제가 주말에 아침 일찍 알바를 하는데 아침 챙겨먹으라며 김밥 사다주고, 매일 아침 전화해서 일어났냐고 챙겨주고.. 서로 집이 가까워서 근처 공원에 산책가면 손이 차다고 손 주물러 주고, 자기 옷 벗어서 입혀주고 또는 그 옷 같이 덮고.. 호프집이나 공원 벤치에서 허리에 손을 두르는 스킨쉽을 자연스레 하더라구요.. 바보.. 하며 제 머리를 쓰다듬는 그애의 행동에 설렜구요.
이 친구도 절 좋아하거나 혹은 호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없이 저런 행동 나올 수 없다고...(제가 아직 남자를 잘 모르나봐요..ㅠ)
자기보고 다들 바람둥이 같다 그러는데 주위에 여자 거의 없다는 말도 그대로 믿었구요
술마시기로 약속한 토요일 갑자기 잠수타더군요. 전날까지 아무렇지 않았는데, 문자씹고 전화 안 받고
전 며칠 전부터 다이어리에 "술♥" 요래 적어놨었는데.......
그 상태로 하루 이틀 삼일 가길래 문자로, 네이트온으로 왜그러냐고 대답을 계속 종용했어요.
갑자기 이러는 이유라도 알자,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갑자기 일방적으로 이러면 어쩌냐..등등
저 좀 다혈질이라... 진득하게 언젠간 연락오겠지..라며 기다리지 못 합니다.
"나 이런거 정말 싫어해, 니가 나랑 이대로 연락 안해도 상관은 없는데 갑자기 이러는 이유라도 설명해달라고 그럼 그대로 납득하고 원하는대로 해줄테니까" 라고 문자보내니 답장 오더라구요
미안하다고, 요즘 집안 사정이 있어서 좀 힘들다고, 조만간 연락하겠다고.
아...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자긴 한번 말한건 절대로 지킨다고 했으니까 말 그대로 곧 연락오겠지..
다음 날인가 그 애 싸이를 네이트온 타고 갔는데(전 싸이를 잘 안해서 그앤 저 싸이주소 몰랐구요.)
다른 친구들과 아무렇지 않게 방명록을 주고 받더라구요.
순간 머리가 띵... /저한텐 잠시 잠수타겠단 문자 하나 줄 여유없이 힘든데, 다른 애들이랑 싸이할 여유는 있는건가, 이거 완전 나만 무시한거고 나한테만 잠수탄거네,, 라는 생각이 들자
네이트온엔 온라인상태지만 여전히 대답없는 그 애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조만간 연락안해도 돼, 너 나만 무시한거잖아.. 니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 말 안해줘도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 잘 지내..라고,
그 뒤로 정말 연락 없었고 그런 일 있고 한 달 반, 어느정도 마음을 추스리고
새해 첫 날인가 그 애에게 마지막으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요즘엔 예전에 니가 나에게 했던 말들이 우습게 느껴져, 그 말들 하나하나가 다 너 자신이였을텐데.."
답장이 오길..
"누구세요?" .................... 또 한번 띵..
그만하고 싶었는데 누구신데 그러냐고, 잘못보낸거면 그렇다고 말을해줘야지 등등 계속 이러길래
욱해서 한마디 했어요..
"니 기억력은 메멘토거나 혹은 늘 그런 식으로 차고 넘치게 친구를 만들고 늘 그런 식으로 관계를 정리하나보다" 라고..
또 답문 "제가 최근 폰이 부서져서 번호가 다 날라갔거든요?"
뭐랄까... 이런 상황에서 제가 비참하다거나.. 라는 기분이 들었던건 아니예요.
다만 사람이 어쩜 이리 가벼울수있을까.. 내가 이런 애를 좋아했던건가.. 라는 씁쓸함..
지금까진 제가 한 사람이 좋아지면 그 쪽에서 먼저 사귀자고 고백해왔거든요..
이번에도 만나는 동안에 마냥 즐겁고 행복해서,, 잘 될 줄 알았는데,
그 애가 잘생겨서.. 눈이 높아서 내가 안 찬건가, 내가 좀 더 예뻤더라면 달라졌을까.. 하는 자괴감에 우울해했던 시간이 한심하고..
사람이 사람을 만날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갑자기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연락을 끊고 싶어졌더라면 정중하게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하는 거라고..
앞으로 살며 많은 사람들을 만날텐데.. 저라도 그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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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예전 남자친구와 여전히 티격대며 연락하고 지냅니다.
전 그애를 만나며 잊었는데 이제서야 정말 많이 좋아한다며 예전처럼 좋아해달라 합니다.
남자들은 어째서 이렇게 한 걸음씩 늦는 걸까요? ㅎㅎ
친구한테 끌려서 사주카페를 갔는데 "작년엔 남자들땜에 머리좀 아팠지? 올해 화통한 남자를 만나게 될거야" 라고 하시더라구요.
화통한 남자님 어서 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