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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테이션SF] 우주해적 알카폰

깜빡이 |2007.01.08 00:05
조회 118 |추천 0

 

  우주 해적 알카폰

  1화 ~ 현상수배
 

 

  알카폰은 심드렁하게 자신에게 걸린 현상금을 계산해보았다. 

 

「3천 베르크인가?」

 

  제법 많은 숫자이다.  그러나 돈이야 어쨌건, 그를 잡으러 왔다가 성공하고 돌아간 사람은
없었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우주연방정부 치안당국에서도 그를 잡는 것을 포기하고 현상금을
내건 것이니까 말이다.  치안당국에서도 어쩌지 못하는 범법자를 잡아들일 수 있는 자력집행력을
가진 단체나 개인은 흔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현상범검거전문단체
'케이캅스'나 '울트라 저스티스'와 같은 우스꽝스러운 이름의 단체가 실질적인 공적을 내세우고
있는 시대였다.  그 점에서 우주연방정부(29개국의 정부들이 협력하고 그 이하의 지방정부들이

가입하고 있는)는 매우 효과적으로 악질범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울트라 저스티스'나 '케이캅스'모두는 우주연방정부의 산하기구와 같은 역할과 위치에서 열심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받고, 정부가 던져주는 금괴(불안정한 달러, 유로 화폐를 폐기하고 공식적으로

우리은하에서 통화기준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금괴이다)로 생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카폰이 자신의 목에 걸린 현상금을 보고도 심드렁하게 있을 수 있는 것은, 그런 전문
단체들이 신경을 써주기엔 자신의 상금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정부
당국이 신병 검거를 포기하고 어중간하게 내건 현상금이 오히려 그를 전문검거 업체로부터 보호
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것은 좋지만, 이 이상 일을 쳐서 현상금이 올라간다면….」

 

  알카폰이 머리를 긁적이다가, 손에 들고 있던 전단지를 휙! 던져버렸다.  무중력의 선내 안을 이런
저런 전단지들이 유령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인류가 지구를 떠나 우주로 그 세를 넓혀가고 있을 때 즈음했을 때(알카폰의 할아버지가 살
아 있을 때였다) 인류는 치명적인 상처를 딛고 일어서, 전에 없는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고 한다.  150억의 인류는 9년간의 전쟁으로 50억까지 줄어들었지만 우주로 나오고 약 30년만에 다시

이전의 총수(摠數)에 가까운 수인 90억까지 회복했다.  새로이 발견한 항성계를 중심으로 인류는 이전

의 황금시대를 재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전례없을 정도로 효율적인 광속엔진의 발명.  장거리 항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진 워프 홀.
그리고 광자무기의 개발은 우주 시대의 서막의 열렸음을 알리는 유효한 키워드들이었다.  만약 이러한 최첨단의 과학문명의 부산물들이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인류는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 과거에 번영을 누렸던 공룡과 같은 최후의 날을 맞이했을 것이다. 

 

  흔히 이런 류의 이야기물에서 그렇듯 현실적으로 지구를 인류가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인류의 수가 급증.  더 이상 지구가 인류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인류의 수가 늘고 지구의 정치는 불안정해졌다.  양극화의 심화로 지구 인류의 5%가 부의 95%를
점유하는 상황이 오게 된 것이다.  자연히 각국간의 관계는 험악해졌다.  그러던 도중 우연한 계기를 놓치지 않고, 전쟁의 여신은 인류에게 자신의 자식인 파괴와 살육을 내보내었다.

  150억에 육박한 인류중 절반이 전쟁통에 희생되었다, 훗날 사람들은 그 전쟁을 "정리의 전쟁"이라고

불렀다(혹자는 속죄의 전쟁이라고도 일컬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지구는 회복 불가능 할 정도의 손상을 입었다.  물론 인위적인 전쟁의 폐해뿐
만 아니라, 그간 지속적으로 오염되어 붕괴된 자연의 밸런스 탓이 더 컸다.  매년 이상기온과, 전 지
구적인 규모의 자연재해로 꾸준히 5천만명 이상의 인구들이 죽어 나간 것이다.  단지 숫자로 본다면

그 숫자는 그다지 현실감을 가지지 않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매년 인구의 0.2%씩 감소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단지 그런 현상에 그치지 않았다.  전쟁과 연이은 자연재해로

인류는 이전과 동일한 체제아래에서는, 문명자기수복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전지구적인 협력이 필요한 시점에, 인류는 자신의 살과 뼈를 잃는 경험을 하고 나서야 안착

하게 되었던 것이다. 


  '얼티메이트 스톰'이라고 불리게 된 북반구의 거대한 태풍(실은 단일 태풍이 아니라 세 개의 태풍이
서로 맞물려 유기적인 협력을 펼치게 된)이 미 대륙을 휩쓸었을 땐 약 3억의 인구를 잃게 되었다.

 

  그리고 힘을 합친 인류가 찾아낼 수 있었던 최후의 해결책이란 단 하나뿐이었다.

지구를 떠난다.  인류라면 예외없이.    


  알카폰의 할아버지는 운 좋게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할머니를 만나
아버지를 낳고, 그 아버지가 어머니를 만나 알카폰을 낳았다.  알카폰이 자신의 집안 내력에 대해
서 아는 것이라곤 그 정도뿐이었다.  그나마도 이야기의 8할은 이 전의 지구시대(Earth era)의 참혹
했던 이야기였다. 

 

  「두리뭉실한게 꼭 우리 집다운 이야기로군….」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것이 알카폰이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의 반응이었다고 한다.  어쨌건 그는 이 드넓은 우주에서 해적질을 일삼
아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알카폰은 시트에 몸을 파묻고 멍한 눈으로 스쳐지나가는 무수한 광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해적을 하고는 있다지만 마땅히 큰 수익을 거둬낸 적은 없었다.  그저 지구연방
정부의 조그마한 수송함 선단을 급습하여 그 이득을 취한 것 뿐이다.  여태까지 12번 습격하여 9번
성공했으니까 확률적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그 이득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당장 일주일도 버티기 힘
들 정도의 수확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야 그럴 수 밖에 없지….」

 

  알카폰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연방정부의 수송함 선단은 구축함 2척 정도는 기본으로 대동하고 다닌다구….  이 고물 통통배로
그런 선단에 덤벼들었다간 당장 우주의 먼지로 변하고 말걸…….」

 

  알카폰은 시트 옆의 콘솔을 검지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며 혼잣말을 그만두고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호위함이 붙지 않은 수송함 선단은 털어봤자 이득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금의 전력으로 호위함이 붙은 수송전단에 덤벼드는 것은, 짚섶을 메고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참을 생각해보았지만 마땅한 수가 나오진 않았다.  이럴 때면 그냥 모든 것을 잃고 위스키라도 한

잔 들이키고 싶었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언제 어디서 3천 베르크의 쥐꼬리만한

현상금을 노리고 현상금 사냥꾼들(흔히 헌터라고 부르는 무도한 무법자들)이 들이 닥칠지 모르는 일

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채 이틀 전에 현상금 사냥꾼이 모는 하이에나급 순양함 두척이 들이닥치지 않았던가.

함을 장악하고 컨트롤하는 세티아의 노련한 정보 교란과, 알카폰의 잔머리가 아니었더라면 아마 지금

쯤 손목에는 영광스레 은팔찌를 차고, 감옥형 인공행성에 수감되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알카폰은 결코 소심한 사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객기를 부리며 다닐 정도로 대범한 사내도 아니었

기 때문에, 최근에는 조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시고 싶은 차(茶)가 그의 선내에는 없었다.

 

-  삑! 삑!

 

「?」

 

  갑자기 울려퍼진 요란한 두 번의 부저음에 알카포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헌터들인가!?」

 

- 아닙니다, 캡틴.  곧 메모리언 성계에 도착합니다.  

  알카폰의 반문에 세티아의 목소리가 대답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알카폰이 다시 자리에 주저

앉았을 때, 함장석의 스크린에 간단한 정보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메모리언 성계는 변방에 존재하는 성계 중 하나였다.  먼지행성이라 불리우는 이른바 지구연방정부의 중앙집권적 시스템의 변경에 존재하는, 사각지대. 

 

「알겠다.  세티아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메모리언 성계의 중앙행성 클로니아로 착함하라.」

 

-  알겠습니다.  캡틴. 

 

  클로니아에는 그가 꼭 만나봐야 할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to be contiu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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