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수하는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여자는 하늘씨만 차갑게 쳐다보고 있었다.
"난 계약을 깬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하늘씨의 말이 끝나자 그 여자는 그제서야 우리를 쳐다보았다.
"그보다 하늘씨.. 하늘씨 취향이 언제 저렇게 낮아 진거야?"
순간 화가 머리에서 치밀러 올랐다.
뭐.. 취향이 낮아..
우리랑 있는 게 취향이 낮다니..
이건 내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서로 원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엄연한 부부사이라고..
"........"
그 여자 말에 하늘씨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역시 하늘씨지..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을 하는 군.
"나가자."
뭐?
나가..
날 버려두고 가버리는 거야..
"훗.. 좋아.. 뭐 오늘 하루 정도는 넘어가 주는 척 해주지 뭐."
"......"
여자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하늘씨는 나가버렸다.
그러자 그 여자는 우리를 한번 쳐다보면서 씨익~ 미소를 짓고는 하늘씨를 따라 나갔다.
"주.. 주아야.. 저 여자 뭐야?"
"내가 어떻게 알아."
"저거 불륜이지 않을까?"
뭐..
말.. 말도 안 돼..
"어.. 어째서?"
"하늘씨는 엄연히 결혼했잖아.. 근데 왜 다른 여자랑 만나.."
아..
그러고 보니 그렇네..
"아.. 사업상 업무겠지."
"그렇겠지.."
분명 그럴꺼야..
하늘씨가 아무리 외국인이고 나보다 나이 많은 어른이라 할지라도..
분명 내 신의를 버리지는 않을꺼라고.
"나 가볼레.."
"어? 같이가."
"미안.. 나.. 그냥 갈레.. 미안.. 낼 보자."
"주아야.."
날 부르는 친구를 외면한 채 난 당장 그 곳을 빠져나왔다.
하늘씨..
하늘씨 금방 돌아올꺼죠..
지금 내가 생각하는 거 틀린 거 맞죠..
그쵸..
집에 도착하니 10시..
난 옷을 갈아 입은 뒤, 쇼파에 앉아 하늘씨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분명..
일찍 돌아올꺼야..
분명히..
Pm 3:00
눈을 떠보니 새벽 3시..
나도 모르게 잠들어 버렸네..
아..
들어왔겠다.. 이 시간이라면 분명히..
'탁~'
난 하늘씨 방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 곳에는 사람의 흔적 조차 보이지 않았다.
난 하늘씨 침대 쪽으로 다가가 침대에 기댔다.
그러자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번도 이렇게 마음이 괴로웠던 적 없잖아.
한주하.. 너 대체 왜 이러는거야?
나한테 관심도 없는 그런 사람한테 왜 신경쓰고 있는건데..
왜??
'탁~'
문 여는 소리에 난 눈을 떴다.
눈을 뜨니 햇빛이 날 강렬하게 비추고 있었다.
이미 아침이었던 것이었다.
난 서둘러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는 하늘씨가 서 있었다.
언제나 처럼 차가운 미소를 지닌 채..
"하.. 하늘씨.."
"........"
"일.. 일이 있었나 보죠.. 사업상.. 아주 중요한 일이.."
내 말에 하늘씨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점점 숨이 탁탁 막혀만 가는 것 같았다.
"서.. 설마 어제 만났던 그 여자랑 있었던 거 아니죠?"
제발..
제발 하늘씨 아니라고 말해줘요.
만약 그렇다고 할지라도 아니라고 말해줘요..
다 믿어줄테니까..
제발..
"하늘씨.."
내가 하늘씨를 계속 쳐다보자 하늘씨는 약간 고개를 돌렸다.
"... 같이 있었어.."
내 몸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탁 막혀 버린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