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선을 찾아서 (2)
「유령선……?」
알카폰은 놀라 되물었다. 앤디나가 웃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유령선.」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유령선이라는 단어를 듣고 잠시 혼란상태에 빠져 있었던 알카폰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보자. 우선 그 생각부터 들었다. 어째서인지는
알카폰도 몰랐다. 시간이 제법 오래 지나 만난 친구로부터 뜬금없이 유령선에 대한 이야기
를 듣는 것도 황당한 경험이었지만, 중세 유럽풍의 고급스럽고 조그마한 식당 안에서, 거한
의 남자들에게 둘러 싸인 채, 눈망울을 빛내고 있는 금발 미녀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
도 제법 불쾌한 기분만은 들지 않는다는 것이 알카폰의 솔직한 기분이었다.
우주로 인류가 나온지 120여년이 지났다. 세기로 따지면 한 세기였다. 과학이 극도로 발
달한 이런 세상에 〈유령선〉이라니, 그게 과학적으로 존재하는지 못하는지를 떠나서, 왜 지
금 이 여자가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부터 생각해 볼 일이었다.
어쨌건 그것은 상당히 비논리적인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 …그런게 있을리가 없잖아.」
알카폰이 억지로 짜낸 목소리는 그것이었다.
「있을리가 없다니, 그렇게 단정짓지 말고, 일단 이것부터 보고 이야기하시지.」
앤디나는 품속에서 사진 한장을 꺼내어 알카폰에게 내밀었다.
알카폰은 내던져진 사진을 바라보았다. 온통 회색으로 가득찬 그 흐릿한 사진 속에는 정체
를 알 수 없는 부유비행체의 뒷모습이 찍혀 있었다.
「뭐야 이게?」
알카폰은 사진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았을 뿐더러, 해상도가 낮아 식별하기 어려운 사진을
분석해내는 재주따윈 더더욱 없었다. 앤디나가 알아서 설명해주기를 잠자코 기다리며, 알카폰
은 자리 앞에 놓인 오렌지가 그려진 찻잔을 들이켰다.
「우주연방정부 관할 정찰 위성이 찍은 사진이야. 문제의 유령선이 찍혀있는 사진이지.」
앤디나가 설명했다.
「… …이게?」
문제의 유령선이 찍혀 있는 사진이라는 설명을 듣고 알카폰은 고개가 기우뚱 기울어졌다.
「그래, 그리고 이 사진을 봐.」
앤디나는 차례로 다른 사진을 하나 더 꺼내보였다. 방금 전 본 사진과 동일한 사이즈의 사
진이었는데,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체가 더욱 확대되어 찍혀있는 사진이었다. 사진의 중
앙에는 비행선의 부스터 부분이 제대로 찍혀 있었다. 윤곽은 흐릿했지만, 적어도 부스터의 개
수는 확실히 식별할 수 있었다.
「연방우주선 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이 사진은 U.C. 102년 유니버설 코스모스사로부터 제
작되어 약 12년동안 우주연방소속 기밀함으로 이용된 녀석이야.」
앤디나가 계속 말했다.
「나도 처음엔 긴가민가했었지. 이런 외형의 우주선이 기밀함이란게 말이야.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함의 형태잖아?」
「듣고보니 그렇군.」
알카폰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근데, 전문가가 말하길 외형이 이렇게 생긴 이유는, 글쎄 기밀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기만
책이라는 거야! 그야 이렇게 보통 우주함들이랑 비슷하게 꾸며놓으면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것
이고, 또 정부에 의해 위조된 패스포트를 내밀면 어떤 항성계의 그 누구도 언터쳐블!
정말 영악하지 않니?」
앤디나가 마치 뭔가 분하다는 듯이 말했다. 알카폰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기밀목적으로
만들어진 함이 함표면에 "기밀"이라고 써놓고 다니는 쪽이 훨씬 수상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
여자는 과연 자신의 부하들 앞에서도 이렇게 수다스러울까?
알카폰이 앤디나에게 물었다. 물론 수다 이야기는 빼고 다른 궁금점을.
「그런데, 그 전문가라는 자가 누군데 그렇게 상세하게 아는 거야?」
「그건 사업상 비밀이니까 못 알려줘.」
더 추궁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알카폰은 두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런데 말이야. 장거리 항행용 부스터가 두개 달린 이 평범한 우주함ㅡ실은 기밀유지를 위해
위조된 함이지만ㅡ은, 첫 시작기가 공식 롤아웃 된지 정확히 12년 후인 114년에 부스터쪽에 치명
적인 결함이 발견되었거든.」
알카폰은 앤디나의 반짝이는 눈망울을 바라보았다. 이 여자가 무언가를 꾸밀땐 항상 이렇게
눈망울이 빛나고 있다는 것을, 알카폰은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충분할 정도로 알고 있었다.
「즉, 우주연방정부는 이 함을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게 된 거지! 그래서 모든 함은 공식적으로 <폐
기>되었어.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 함이, 엔진 고장으로 표류라도 되어버리면 곤란
하니까 말이야!」
「… …그래서?」
앤디나는 잘 닦인 중후한 목재재질의 데스크 위에 놓인 사진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알카폰
의 눈 앞에 들이밀었다.
「이야기는 여기부터야, 이 사진이 찍힌 시간을 보라구!」
「우주력 125년 1월 11일 오후 1시 43분....?」
알카폰이 읽자, 앤디나가 말했다.
「그래! 114년에 폐기된 함이, 11년 후인 지금에 외우주에서 발견된 거야!」
「… … …그래서 유령선이라?」
「그래!」
앤디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위의 거한들은 아무런 동요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수다를 떠는 3만
베르크의 여두목이란 모습은 이미 익숙한 모습이라 그런 것일까? 알카폰은 문득 그런 궁금증이 들었
다.
「틀림없어, 유령선이야! 아니, 이 경우엔 유령선이라기 보다는 "보물선"이겠지만!」
앤디나의 눈이 더욱 반짝였다. 돈 = 행복 이라는 공식이 이미 뇟속 깊숙히 각인되어 있는 이 여자
라면 충분히 구미가 끌릴 만한 이야기다. 기밀을 담고 다니던 위장한 배가, 폐기되지 않고 우주 어딘
가에 두둥실 떠다니고 있으니, 그걸 잡아다 정보를 캐내서 우주연방정부를 상대로 위협을 할 생각인
가?
아니면 반우주연방정부단체나, 자금력 충분한 변두리 먼지 항성계에 팔아넘길지도 모른다. 중요한
기밀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비싼 값을 치러서라도 그 정보를 구입하려고 들 것이다. 지금의 시대엔 정
보가 곧 돈이었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그렇게 해버리는 순간 앤디나는 이후 활동에 충분한 자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또한 그
에 비례하여 그녀의 목에 걸리는 현상금도 천정부지 솟구쳐 오르리라.
「… … 그래서 나보고 어떻게 하라구?」
알카폰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미 그녀가 무엇을 말할지는 눈에 훤했지만 말이다.
「이 함을 점거하여, 기밀 정보를 획득. 나에게 팔 것. 이쪽도 함점거작전 성공을 위하여 물심양면으
로 지원하겠음. 어때?」
알카폰은 한모금 남아있던 차를 마셔버린 후 대답했다.
그의 대답은 실로 간단했는데, 언제든 자신에게 총부리를 들이밀 수 있는 건강한 성인남성들과 3만 베르크
가 걸린 여두목 앞에서 무신경하게 던진 한마디는 다음과 같았다.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