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도 올렸는데..
두분밖에 조언을 안해주셔서.. 후..
지금 보니 요점이 조금 난잡한 것 같아서 끝부분을 약간 수정해서 본문을 다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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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매일 읽기만 하다가 저도 답답한 마음에 올려보게 됩니다.
일단 저는 올해로 17살이 되는 여자입니다. (이 아이디는 어머니 거에요. 제 주민으로 가입이 안 돼서..)
나이가 어리다고 "얘야 공부나 해라~" 이런 리플은 삼가해주세요. 건방져 보일지도 모르지만 정말 진지한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일단 저는 인터넷으로 여러 지인을 알고 있습니다.
음.. 그렇다고 그냥 채팅이나 게임으로 만난 건 아니구요, 동호회? 클럽이랄까? 직접적으로 사이트 주소를 올리기는 광고 같아서 좀 그렇고.. 동호회 정도 되겠네요. 처음 그곳에 가입한 건 중2때이고, 지금 그 곳에서 저와 친하신 분들은 60명 정도 됩니다. 쓸데없이 왜 이런 말을 하냐고 물으신다면, 정말 한번 스쳐가는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아셨으면 하셔서입니다.
이 중에서 지금 정말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동갑내기는 두 명이 있고,
나이차는 좀 나지만 절친한 친구처럼 지냈던 남자가 있었습니다. 빠른생으로 올해 대학 입학하는 분이시죠. 제가 말하고자 하는 분은 이 분입니다.
처음 채팅상에서(동호회 사람들끼리 하는 채팅) 대면한 것은 재작년 여름입니다. 그 때 이후로 MSN 메신저로 얘기도 나누고 게임도 같이 하면서 친해졌죠. 정모, 번개에서도 여러 번 봤고요. 자랑은 아니지만 정말 숨기는 것 없이 다 얘기하고, 서로 고민을 들어주고 하는 사이로 발전했습니다. 그 동호회가 문학 관련 동호회(^^;)였기에 친구와 저, 그리고 그 분 셋이서 모여 서로 시를 짓고 놀기도(^^;;;;)했습니다. 누가 봐도 "남매같아ㅋㅋ"라거나 "둘이 사귀지 그래?"라고 농담을 던질 정도로요. 그래도 서로 말을 놓진 않았고 맞존대를 하면서 서로 예의를 지킬 것은 지켰습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서로 말하기 싫은 것은 굳이 캐묻지 않고 약점 안 건드리는 그런 정도일까요?
그러다가 2005년 겨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분이 굉장히 힘들어하셨습니다. 그때 어렸던 저는(지금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우습긴 하지만..)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그분과 같이 게임도 하고 채팅도 하면서 딴에는 위로한답시고 이런저런 말도 해드리고 그랬죠.
그리고 2006년.. 정말 .. 저에게는 최악의 한 해.. 였지요.
2006년 1학기가 시작되면서 그분은 우울증에서 많이 벗어나셨고, 저를 보고 있으면 왠지 부모님 세대가 생각난다고, 생각이 15살같지가 않다고.. 이렇게 말씀하시며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고 하셨죠.
2006년 1학기가 절반 정도 지날 때까지는 별 탈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2006년 1학기 말부터 시작된 원인불명의 두통과 우울증.. 진짜 무병(巫病)이 아닌가 할 정도로 원인을 알 수 없는데 미치도록 아픈 머리와 별로 좋지 않은 가족관계와 장래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생긴 우울증...
그리고 여름방학이 끝나가고 정모를 갔다 온 직후 저는 그 동호회를 탈퇴하고 자살을 할 결심을 했습니다. 그때는 정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새벽 2시가 조금 넘어 친구한테 그동안 고마웠다, 이런 식의 문자를 하고.. 그런데 막상 뛰어내리려니 무서워서 '나 자살하려고..'이런 문자도 날리고, 다급해진 친구는 울면서 집전화로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웃으며 "끊자. 이 시간에 전화하는 거, 민폐잖아." 이러고 전화선을 뽑아버리자 그 남자분한테 문자를 했는지.. 그분이 문자로, 모바일 MSN으로 자살하지 말라고.. 몇달만 기다려 달라고, 수능만 끝나면 내가 도와줄 거라고.. 이렇게 처절하게 말씀하시더군요. 그리고 제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자 새벽 세 시에 전화를 거시더군요. 결국 그 진동 소리에 아버지가 깨셔서 뛰어내리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게, 그 날을 시작으로 저는 사흘 동안 자살 소동을 벌였습니다. 물론 가족이 없는 새벽에만 그랬기 때문에 가족들은 모릅니다. 뛰어내릴거야, 죽어버릴거야.. 막상 이렇게 말을 하고서는 난간에 서면(저희 집은 14층입니다) 무섭고, 숨이 턱 막히고.. 그리고 그 동안 제 말을 들은 친구는 울며불며 그 남자분한테 전화를 하고..(당시 그 친구는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기가 미안하다고,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 수는 없어서 그 남자분한테 연락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 정도로 심성이 모질지가 못한 친구인데.. 지금 생각하니 너무 죄스럽네요.)
그리고 사흘 후부터 저는 멍하니 있다가 개학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방황했지요. 며칠을 억지로 나가다가 9월 5일, 학교가 너무나도 가기 싫어서, 체육복 가방에 사복하고 약간의 돈을 싸서 들고 나온 뒤에 계단을 내려와 교복에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가방을 내팽개친 채 친구가 사는 동네로 가버렸습니다(그 친구는 고양시에 삽니다. 저는 분당이고요.).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그냥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봅니다.
전철을 타고 가면서 저는 그 분한테 문자를 했습니다. 학교를 빼먹었다고,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하다고.. 그분은 그저 아무 일 없길 기도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친구는 저를 잘 달래서 집으로 돌아가게 만들었습니다. 조금만 참으라고, 3년만 더 참으라고.. 그러면 괜찮아질 거라고.. 너 이렇게 사그러들어 버리면 지인들이 다 슬퍼할거잖아, 라고.. 말이죠. 지금 생각해도 미안하고 고마워서 눈물이 나네요.. 버스까지 태워 주며 집으로 돌려보낸 걸 생각하니 저도 참 못난 녀석입니다.
여하튼, 그렇게 10시가 넘어서 집에 돌아오니 집에선 난리가 났더군요. 평소 무관심하시던 아버지는 생전 처음 겪어 보는 딸의 가출 아닌 가출에 놀라셔서 119에까지 전화를 하셨더군요. 종교 맹신자이신 어머니는 그저 하느님이 구해주시겠거니 하시며 기도를 하고 계셨고요.
그리고 전 그 남자분한테 온 문자에 답문을 한다는 핑계로 이런저런 한탄을 했고, 그분은 절 잘 다독여 주셨습니다. 그때 제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어째서 나 같은 걸, 남인데.. 남인데 왜 나 같은 걸 이렇게 보살펴 주는 건가요?"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이런 내용은 맞습니다. 그때 그 남자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죠.
"은혜를 갚는 거에요. 작년 겨울에 현(제 닉네임)이 저와 같이 있어주지 않았다면 전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지..^^ 무리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은혜 갚는 거라니까요?"
그때 그 문자를 받고 밤이 늦도록 소리죽여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부터였을까요.
왠지 그 분한테 기대고 싶고, 힘들때마다 자꾸 생각나기 시작한 것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때부터인 것 같습니다.
결국 저는 우울증으로 인해 학교를 나가지 않았고 유예 처리가 되어 유급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리상으로는 유예, 실상은 휴학을 하게 된 것이죠. 그때 저는 우울증이 심해져 칼로 자해를 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때 절 옆에서 안타깝게 다독여 준 것은 그 분이셨습니다. 친구한테는 너무 미안해서 차마 말을 하지 못했기에 저는 그 남자분한테도 말을 하며 죄책감에 괴로워했고, 그 분은 그런 저를 토닥이며 괜찮다고, 힘들면 얼마든지 말하라고 그랬죠.
그 때마다 저는 괜시리 민폐를 끼치는 것 같은 생각에 몇 번이고 사죄를 하고, 그리고 며칠이 안 지나 또 하소연을 하고.. 그분은 그때마다 웃으면서, 때로는 같이 안타까워하고 슬퍼하고 분노하시며 저를 토닥이셨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저는 한켠으로 죄스러운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온라인이다, 겉으로만 이러고 있지 속으로는 나를 욕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아무리 뇌까려도 그 감정은 점점 더 커져가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이 울컥할 때마다 저는 칼로 제 팔을 그었습니다. 자꾸만 그 분한테 죄를 짓는 것 같아서, 괜히 나 때문에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그냥 그 사람과의 인연을 끊어버려야 할 것만 같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그렇게 하자니 제 마음이 안된다고 통째로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한달 반 전쯤 애매모호한 생각을 하고 있던 저의 생각을 확 바꾸어버리는 간접적인 계기가 된 일이 터졌습니다.
술을 먹고 술주정을 하며 저를 괴롭히던(말은 간단하지만, 글쎄요..) 아버지를 어머니께서 경찰에 신고를 해버리신 것입니다
밤 12시에 들이닥친 경찰과 아버지의 눈이 마주치며 집안 분위기는 더욱 싸하게 가라앉았고, 저는 미친 듯이 웃었습니다. 갈 대로 갔다고, 내가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거라고 2시간 동안 지껄이며 울다가 미친듯이 웃다가를 반복했습니다.
경찰은 결국 아버지를 하루 동안 격리시키는 방법을 취하고 떠났고, 저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당시 핸드폰이 고장이 났기 때문에 문자가 되지 않았습니다.) 미친 듯이 메신저에 접속하고, 그 남자분이 접속해 있다는 것을 안 순간 저는 망설였습니다. 내가 또 이렇게 그 분한테 죄를 지어야 하는 건가, 하고요.
그러나 결국 심하게 공황상태였던 제 마음은 제 머리를 이기고 그 분한테 또다시 방금 있었던 일을 털어놓으며 매달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저는 또 심한 죄책감에 시달렸고, 결국 그 분과 인연을 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제 이런 것 싫다는 식으로 말을 하자 그분은 한숨을 내쉬었고, 원한다면 인연을 끊어주겠다고. 대신, 자기 소원 하나만 들어달라고 하시더군요. 그것이 뭐냐고 묻자 그분은 12월 30일날 주는 선물에 동봉한다고 하셨습니다. 12월 30일날은 동호회에서 망년회를 (성인 따로, 미성년 따로입니다. 이상한 생각 하지마세요.)여는 날이었고 며칠 전부터 저에게 그날 작은 선물을 주신다고 하셔서 나름 작은 기대도 하고 있었기에 저는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12월 30일..
정말 오랜만에 지인분들과 아무런 걱정 없이 놀고 저녁까지 맛있게 먹은 뒤에 집에 간다고 하자 그 분이 선물을 건넸습니다. 작은 봉투 안에 포장된 직사각형 모양의 선물... 저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지하철역으로 향했습니다. 지하철역으로 가면서 제가 손을 흔들자 그 분도 같이 손을 흔들었던 것이 왜 그리 기억에 남는지.. 하하.
집에 와서 선물을 뜯어보니 책 두 권이 있었습니다. 이게 뭘까, 하며 책을 펼치는데 툭, 하고 봉투가 떨어졌습니다. 행여나 누가 볼세라 문을 닫고 봉투를 뜯어보니 안에는 하얀 종이가 있었습니다. 종이를 펼치니 컴퓨터로 그분이 쓴 편지가 있었습니다.
책 두 권을 선물한 의미와, 행여나 자살은 하지 말라고, 그리고 네 친구와 내가 죄책감에 겨워 살아가지 않게 나중에 웃는 모습만이라도 보여달라고..
비록 짧은 내용이었지만 저는 그 편지에 또다시 밤이 늦도록 울었습니다. 특히나 마지막 말에 '내가 또다시 이 분에게 못할 짓을 했구나'라는 생각에 서럽게 울었습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나고 1월 1일...
그 분은 약속대로 저와 모든 인연을 싸그리 끊었습니다.
싸이 일촌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을..
1년 6개월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모든 시간을 한꺼번에 지워버린 것처럼 말이죠.
자,
이제 제가 원한 대로 된 겁니다.
그런데 어째서 자꾸 그 분이 그리운 건지..
정말 이놈의 심성이 주책입니다.
이런 마음을 넌지시 친구한테 말하고 정말 그분한테 미안하다고, 귀찮게 했다고 이렇게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그분, 널 도와주는거 오히려 좋아하는 것 같던데.." 라고 하며 저보다 더 안타까워하더군요.
최근 싸이에 들어가보니 좋아하는 여자분이 있는 것 같고.. 또 이런저런 문제로 인해 힘드신 것 같고.
제 이런 감정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저도 모르고, 게다가 저는 사랑이라는 것 자체를 잘 믿지 않는 어찌 보면 유치한 성격이라....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힙니다. 개학하기 전에 이걸 완전히 정리해야 할텐데.. 고민되네요. 친구는 그냥 다시 원래 관계로 돌아가는 게 어떻겠냐고, 그걸 그 분이 더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저는 갔다가 또 매몰차게 거절당할 것 같아서 무섭고, 두렵고.. 게다가 변명일지도 모르지만 제가 남자에 대해서는 좀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어서.. 후..
그냥 이대로 잊어버리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친구 말대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게 나을까요?
긴 글 읽어 주신 것에 감사하며 좋은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