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자리를 얻었으니 한양땅에 더 이상 머무를 까닭이 없었다
그날로 귀향길에 오른 두 젊은이..얼마를 달렸을까요
해는 어느덧 서산 마루에 기울고 낯선 마을에 도착을 하게 되었다
그 고을에 가장 부잣집에서 혼인잔치가 있었던 모양이다
두 사람은 그 집으로 찾아 들어가 하룻밤 유하기를 청하고 쾌히 승낙을 받아내게 되었다
잔치집이라 밤 늦은 시간까지 왁자지껄하는 가운데서도 피곤에 젖은 두 나그네는 그대로 잠에
빠져들고 얼마나 지났을까
이제 사람들도 모두 잠이 들어 세상이 고요속에 잠기고 나자 부시시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곤히 자고 있는 젊은이를 흔들어 깨운다
"도련님 그만 주무시고 우리 이 집 구경좀 하러갑시다 저녁에 보니 무척 멋지더군요"
그렇게 둘이는 모두 잠든 시각에 산책을 나가게 되었다
얼마쯤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는데 앞에 거대한 담이 나타났다
갑자기 청년이 젊은이를 껴안더니 순식간에 담을 타 넘는게 아닌가
갑작스런 일이라 어리둥절해진 젊은이앞에 담 넘어에는 그림같은 연못이 펼쳐져 있었다
달빛을 받아 한폭의 그림같은 연못에 배도 한척 매여져 있었다
둘이는 배를 타고 노를 저어 저어 연못 중앙에 까지 이르렀다
그때까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청년이 갑자기 옷을 만지작 하더니만 가슴에서 시퍼런 칼
한자루를 꺼내는 것이었다
젊은이 화들짝 놀라 뒤로 한발 물러서고 그만 연못에 빠질 뻔 했다
"아니 웬 칼이요?"
"도련님~한번만 더 부탁을 드려야 겠습니다
지금 신랑이 곤히 잠들어 있사오니 그 방에 들어가셔서 그의 목을 베어 가지고 나오십시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젊은이를 팔을 저으며 거절을 했다
"목을 베어 오라니요 말도 않되는 소리요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이요"
"그러시면 할 수 없습니다 제 음모가 탄로 난 이상 제가 이 칼로 도련님의 목을 베는 수 밖에요"
겁에 질린 젊은이 더 이상 물러설 재간이 없음을 알게 되자 칼을 받아든다
조금전과 다른 기분으로 담을 다시 넘고 살그머니 신랑이 자는 방으로 기어들어갔다
낮에 피곤했던지라 신랑 신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순간 눈을 질끈 감고 신랑의 목을 향해 사정없이 칼을 내리치게 되었고
신랑의 목을 베어들고 부리나케 밖으로 나와 다시 연못으로 갔다
배를 저어 중앙에 이르자 청년은 그 목을 건네받고 연못속에 풍덩하고 빠트려버렸다
그리곤 다시 방으로 들어와 못다 잔 잠을 청하기에 이르렀다
이내 청년은 코까지 골면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젊은이 그 옆에 눕기는 했지만 잠들 수가 없었다
이리뒤척 저리뒤척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른 새벽 집안이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니 온 마을사람들이 마당 가득 모여서 저마다 놀란 기색으로 웅성거리고
있는것이었다
"세상에 이런 변이 있나 첫날밤에 신랑의 목이 베이다니..분명 그놈들의 소행이 분명해"
새벽녘 신부가 신랑을 더듬으려는 순간, 손에 감촉이 이상함을 느끼고 자세히 살펴보니
피가 묻어있는게 아닌가
너무나 놀란 신부의 눈에 목이 베어진 신랑이 누워있었고 외마디소리와 함께 그 방을 뛰쳐나와
사람들에게 알린 것이다
"분명 저 방에 있는 놈들중에서 신부를 짝사랑 한 놈이 있어서 신랑을 해한것이 분명해
저 놈들을 당장에 죽여야 한다"
그런 왁자지껄 한 소리와 함께 건장한 청년 몇이서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선다
손에는 멍석이 들려져 있었고 성난 사람들은 다짜고짜 두 나그네를 멍석에 말려고 했다
"이놈들 네 죄들을 알고 있겠지 그러니 죄값을 받아야 할 것이다"
변명할 겨를도 없이 청년들이 달려들고 두 사람은 꼼짝없이 멍석말이 신세가 될 수 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잠깐만...우리가 죽이기전에 마지막 소원이니 신랑방에 한번만 들어갔다 와 주시오
그 후에 죽어도 여한이 없겠소 제발 마지막 부탁이요"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분명히 신랑의 목이 없어진 것을 확인했는데"
마지못한 하인 신랑방으로 가기에 이르고 잠시후 외마디소리와 함께 하인이 달려나오는게 아닌가
방에 들어간 하인의 눈에 이상한 장면이 목격 되어진 것이었다
구렁이 한마리가 목이 잘린체 누워 있는게 아닌가
"세상에 이럴 수가"
놀란 사람들 열린 입을 다물줄도 모르고 그저 무서움에 벌벌 떨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구렁이가 신랑으로 둔갑을 하다니...세상에..."
신부를 구해준 생명의 은인으로서 대접을 융숭히 받고 그날로 그 마을을 떠나게 되었다
젊은이는 일련의 사건들을 떠올리면서 이젠 속히 집으로 돌아가고픈 마음 밖에는 없었다
이젠 이 청년이 경외스러움의 차원을 넘어서 두렵기까지 했으나 내색은 하지 못하고
말을 달려 길을 재촉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 동안의 사건들이 믿기지가 않았고 왜 그랬었는지 궁금증은 더해갔지만 물어 볼 엄두도 내지 못한체
어느 강가에 도달하게 되었다
"도련님 우리 이곳에서 잠시 쉬기로 합시다"
넓은 강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백사장의 모래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잠시후엔 도련님과 저가 작별을 해야 합니다"
예견은 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런 작별인사에 놀란 표정을 짓는 젊은이를 향해 청년이 한참을
생각한 듯이 말을 시작했다
"도련님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잘 들으십시요 놀라지 마시구요
사실 저는 이 강에서 천년을 산 구렁이랍니다
어제 도련님이 목을 베신 그 구렁이와는 이 곳에서 함께 천년을 묵은 친구사이죠
오늘이 둘다 천년이 되는 날입니다
천년에 한마리씩 용이되어 승천을 하게 되어 있는데 지금 용이 되지 못하면 또 다시 이곳에서
천년을 기다려야만 합니다
우리 둘이는 서로 먼져 용이되려고 그동안 많이도 싸웠지요
그러나 어느 누구도 양보를 할 수가 없었답니다 워낙 긴 세월이라서요
천년을 묵었기 때문에 어느누구도 저희들을 죽일 수가 없답니다
그러나 단 한사람은 가능하지요
그것은 다름아니 '9 대째 진사를 한 사람"만이 할 수가 있답니다
그래서 제가 도련님을 모시게 되었고 지금까지의 일들이 있었답니다"
이제야 모든 사건들이 한 눈에 보여지는 듯했다
오늘이 천년이 되는 날이고 오늘에 맞추기위해 일련의 사건들을 일으켜 서둘러 진사자리를
얻게 했다는 사실들이...
그 친구라는 구렁이는 이런 사실을 눈치채고 혼인집에서 기다려 진사를 죽이려고 했었으나
한발 늦은 사이에 자신이 죽게 되었다는 사실도 모두 알게 되었다
"도련님의 은혜 어찌 다 갚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제가 용이되어 승천을 하고나면
하늘에서 도련님을 도와드릴 것입니다
적절한 비를 내려 풍작을 가능케 해드림은 물론 대대손손 부귀와 영화를 누리게 하겠습니다
이제 아쉽지만 작별을 할 시간이 돌아왔군요 제가 강 중앙으로 들어가면 용 소리를 세번을
내어 주십시요 그러면 용이되어 승천을 할 것입니다
그럼 이만 안녕히 계십시요"
그리고는 뒤도 않돌아보고 강 중앙으로 달려가는게 아닌가
젊은이가 용소리를 세번을 내자 햇빛이 쨍쨍 내리 쬐이던 하늘이 갑자기 시커먼 구름으로 덮히더니
강속에서 용한마리가 불을 내뿜으면서 하늘로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이 괴이한 장면에 다시한번 놀란 젊은이 한동안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다시 하늘은 맑게 개이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세상은 평화롭기 그지 없었다
그날로 길을 재촉하여 고향땅에 도착한 젊은이..
오래 오래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답니다
지금시각 새벽 3시 43분...언제 잠들려고 이러나...
참 대책없는 사람이죠 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