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이미테이션 SF] 우주해적 알카폰 4부 - 유령선을 찾아서 (3)

깜빡이 |2007.02.08 16:49
조회 53 |추천 0


  유령선을 찾아서 (3)


  알카폰이 꺼낸 거절의사는 약 5초정도 침묵을 뿌려대며 화이트 디어 식당 안을
떠돌았다.  그것은 참으로 오묘하게도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는지, 이미 앤
디나를 수행하고 있던 거한들(부하들)은, 고개를 다른 쪽으로 질끈 돌려버리는 것이
알카폰의 눈에 들어왔다.  

 

  알카폰은 시큼달큼한 오렌지 주스를 한 모금 들이켰다. 이 가게에서 사용하는 오렌
지는 오렌지 생산지로 유명한 체이피어 항성계에서 생산된 것이었다.  그런만큼 원액
이 진하게 느껴지는, 그야말로 일품의 주스맛이었지만, 그것을 음미할 정도로 정신적
인 여유가 알카폰에게나 앤디나에게나 부족해지고 있었다. 

 

  알카폰은 「싫어」라는 한마디를 내뱉어서
  앤디나는 「싫어」라는 한마디를 듣고 말아서
받아들이는 태도나 내뱉은 태도는 제각각이었지만, 받아들인 단어는 같았다.

 

  곧 고요하게 화이트 디어의 실내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알카폰은 슬쩍 그녀의 부하들을 살펴보았다.

 

  앤디나의 성격상 그녀를 수행하려면 보통 사람의 몇 배 정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더구나 이런 비밀의 약속장소(?)까지 수행하러 따라 왔다는 것은, 그 정도로 그녀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반증에, 또 그녀를 오랫동안 수행했다는 확실한 증거도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곳까지 데려올 이유도 없을 것이며, 또 이곳까지 따라올 수도 없었
을테니 말이다.

 

  실은 평균 키 190cm에 달하는 그 장정들은 말이 부하이지, 실은 시종과 다름 없었다.
그들이라면 이 다음에 그녀가 어떻게 반응할지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었다.  물론 그녀
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는 알카폰 역시 그들에게 뒤지지 않지만 말이다.

 

「싫어」라는 말이 나온지 정확히 5초 후에, 앤디나의 아이스블루 눈동자의 심연에
서 파파팍 하고 붉은 스파크가 튀어오르는게 느껴지는가 싶더니, 앤디나의 이마 위로 푸
른 심줄이 조금씩 불거졌다.  얄궂게도 거절의사는 침묵뿐만이 아니라 분노의 감정까지
뿌려대고 있는 것 같았다. 

 

「뭐라고………?」
  앤디나가 재확인하려는 듯 억지웃음을 띄고 다시 알카폰에게 물었다. 
이성을 통하여 간신히 감정을 제어하고 있는 그녀의 분노에 찬 눈빛을 바라보며 알카폰
은 한번 심호흡을 했다.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니겠지?」
  앤디나가 금발의 머리칼을 새하얀 손가락으로 쓸어올리며 싱긋 웃었다.  미녀의 독기
품은 미소가 얼마나 몸서리쳐지는 것인가를 알카폰은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후회한다고 내뱉은 말을 되담을 순 없는 법이었다.

 

  만약 그것이 가능했더라면, 우발적인 선전포고로 시작되고 말았다는, 함메이언드 전쟁
따위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주연방정부의 전신에 다름없는 지구연방정부
와 독립적인 경제 체제와, 자주적인 정치 독립을 주장하던 화성연합정부 사이에 일어난
그 전쟁으로 인류는 수많은 상흔을 안게 된 것이다. 

 

  약 50년간 지속된 테라포밍 계획으로 화성에 인류가 거주할 수 있게 된지 30여년만에
화성은 지구연방정부의 무차별적인 핵공격으로 전체 질량의 0.3%를 상실했고, 향후 200
년간 수복 불능이란 판단이 내려졌다.

 

  지구 역시 못지 않은 폐해를 입었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승리라는 그들만의 훈장이
그들의 것이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이번 일과 마찬가지로 내뱉은 말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아니 꼭 함메이언드 전
쟁만이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런 사례를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지 않은가.

 

  잘 생각해보면 어쩌면 지금이 그녀가 알카폰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녀
가 이렇게 잘못 들은 것은 아니냐 하고 물을 때 순순히 「어 미안, 잘못 말했어」라고 똑똑
히 말한다면 그녀가 분노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으로 좋은 것일까? 

 

「잘못 들은 것도 아니고, 잘못 말한 것도 아니야.」

  그렇지 않다, 고 머릿속으로 곧 결론을 낸 알카폰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어차피 이 여

자 앞에서 발발 떠는 모습을 보여봤자다.  그런 모습에 만족할 여자가 아니라는 것은 알카폰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뭐야!! 대체 왜!!」
  드디어 화산이 폭발했다.  앤디나가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이 소리를 지른 것이다.
앤디나를 중심으로 반경 3km내에 있는 영혼들이 떨릴 정도의 목소리가, 고요히 침잠해있던
화이트 디어의 공기를 떨게 만들었다.  화이트 디어의 늙은 주인은 그소리에 깜짝 놀랐는지
주방에서 접시를 깨뜨렸고, 이미 그같은 반응을 예상하고 있던 알카폰도 막상 소리를 듣자

어깨를 움찔했다.


「정당한 이유가 아니라면, 이 자리에서 단단히 각오하라구!」
  앤디나가 그렇게 말한 후 좌우의 거한들을 슥슥 쳐다보았다.  그녀의 시종들은 얄궂게도
최첨단의 레이저 라이플을 소지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실력 역시 최우수, 초일류의 것임
이 분명했다.  우선 앤디나 그녀부터가 사격에는 탁월한 재능을 타고 났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은 제거하고, 자신보다 열등한 사람은 무시하는 이 여자가, 자신의
부하로 삼는 대상은 자신의 능력을 어중간하게 따라올 수 있는 사람만이었다.
앤디나의 성격상 좌우에 늘어선 거한들이 어느 정도 실력을 가지고 있을 지는 대충 예상이
되는 바였다.  더구나 이렇게 근거리에서 트리거를 당기면 곧장 창백한 푸른 빛의 광선이 알카
폰의 몸을 꿰뚫을 것이다.

 

  앤디나의 눈빛 한번, 턱짓 한번이면 세상과 하직하게 될 상황에 직면하게 된 알카폰은 태연하
게도 주인장을 불러 오렌지 주스 한잔을 더 시켰다.  이제 이것은 실력의 문제라기보다는, 담력
의 문제였다.

 

  '하지만 쏠리는 없겠지.'
  알카폰은 그렇게 생각하고 태연한 척 연기를 하기로 했다.    

   
  실상 그는 레이저 라이플은 커녕, 변변한 호신무기같은 것은 애초에 지니고 다니지도 않았다. 
이유는 이러했다.  쏘면 맞아야 되는데, 엉뚱한 사람이나 물건에만 맞으니 소용이 없다는 것. 
목표물을 자동적으로 호밍하는 기술이 개인용 호신병기에 적용된지는 제법 오래되었지만, 그런
것들은 여전히 비쌌기 때문에 살 엄두도 못냈고, 또 굳이 그런 것들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수송선
단을 습격하는 것은 가능했다.  

  《세잎클로버》호에 달린 2문주포(二門主砲)는 강력했고 간편했으니 말이다. 

 

  앤디나가 부글거리는 용암같은 열기를 내뿜으며 알카폰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타당한 이유"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그녀를 납득시킬 수 있는 이유여야지만이 타당
한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말이다. 

 

「내가 거절한 이유는 다음과 같아.」

  알카폰은 접시를 깨뜨린 늙은 주인이 가져다 준 오렌지 주스잔의 차가움을 만끽하며 말했다. 
알카폰이 빨대를 쥐고 살살 젓자, 차랑 차랑하며정육면체의 투명한 얼음이 잔에 부딪히는 소리가
실내에 울렸다.   

 

「우선, 물심양면으로 지원한다고 했는데……, 앤디나 너부터가 그 유령선에 대한 일체의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잖아?」

  알카폰이 말했다.  앤디나가 여전히 독기품은 눈으로 알카폰을 노려보며 물었다.

 

「그래서?」

 

「그 시점에서 물심양면의 지원이 소용이 없는거야.  만약 상대가 정말 유령선이라고 쳐보자구. 
일체의 정보도, 실체도 없는 상대를 물심양면의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점거'하는 것이
가능하겠어?」

  알카폰이 말했다.  앤디나의 눈매가 약간 누그러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약간은 납득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알카폰은 그 기세를 이어 계속 이야기하였다.

 

「구체적으로 어디에 언제 나타나는지도 모르고, 상대가 어딜 향해 움직이는지도 몰라.  뭐 물론
'목격담'같은 것은 이야기해줄 수 있겠지.  그게 도움이 되겠냐구.  애초에 나《혼자》서 존재 자체도
불확실한 녀석을 잡으란 것 자체가 무리야.」

 

「확실히 그렇겠네.」
  앤디나가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그녀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늘상 하던 버릇이었다. 
앤디나는 눈 앞의 위스키를 한잔 들이키며 말했다.  그 다음 물었다.  그 순간 앤디나의 눈빛이 번득
였다.  뭔가 불길한 느낌이 스쳤지만 알카폰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지금은 숨도 조심하게 쉬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앤디나가 물었다.

 

「나 혼자 움직이기에는 무리야.  정보도 부족하고.  물품도 턱없이 부족해.」
  알카폰이 다시 정리해 말했다.

 

「…………훗」

  그 순간 앤디나의 만면에 100억불짜리 미소가 만개했다. 

 

「그러니까, 그것들을 해결하면 움직일 수 있다, 이거지?」
  앤디나가 봄의 들꽃같은 미소를 머금은 채 물었다.

 

「뭐ㅡ, 그럴지도 모르…」

  말을 끊어먹으며 앤디나가 손을 들어 손가락을 딱 소리가 나도록 튕겼다. 

 

「잭슨!!, 그녀를 데려와!」

 

「알겠습니다.  두목」
  잭슨이라 불리운 선글라스를 착용한 대머리 흑인 남성이 깎듯하게 앤디나의 명을 수행했다.
그는 큰 걸음걸이로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곧 자그마한 체구의 누군가를 데리
고 다시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놀란 알카폰이 누군지 묻기도 전에, 앤디나는 알카폰 앞에 뉴 페이스를 다음과 같은 말과 함께
소개했다.

 

「앞으로 '세잎클로버호'가 유령선을 붙잡는 데 적극적으로 협력할 18살 아가씨, 린 메이야!」   

 

「뭐?」

 

「유령선, 붙잡아 오라구!」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