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 서랍 안에는...편지가 한통 있습니다.
자기가 날 낳아준 엄마고, 절 찾느라 사방팔방을 수소문했고, 절 만나려고 집 앞에서 며칠을 서성였고,
예쁘게 커줘서 고맙고, 목소리가 듣고 싶으니 아래 적힌 번호로 전화를 해달라는...
그리고 정말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
솔직히 저는 정말 만나기 싫습니다.
자기가 낳은 자식을 버릴 만큼 구차한 삶을 만나서 확인하고 싶지 않습니다.
화가 납니다.
보고 싶으면 몰래...아무도 모르게 보고 가면 그만이지...
왜 이런 편지를 보내서...
우리 엄마...우리 아빠...우리 오빠들...우리 할머니할아버지 마음 아프게 하는건지.
겉으로는...다들 한 번 만나보라고 하지만...
엄마와 할머니께선 안방에서 우셨고, 큰오빠는 화장실에서 울었습니다.
작은오빠는 제가 걱정되는지 수시로 문을 열어보고...
할아버지는 이틀째 식사를 못 하시고, 아빠는 끊었던 담배를 피우십니다.
한 핏줄은 아니지만 제 곁에는 소중한 가족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24년동안 저를 친손녀로, 친동생으로, 친딸로 여기고 사랑해줬습니다.
제가 살아온 26년 중 24년은 가족과 함께했고, 입양기관을 전전했던 14개월을 빼면...
절 낳아준 친부모는 과연 저와 얼마의 시간을 함께 했을까요?
뱃속에 있던 7달?
10달도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미숙아를 자신의 딸로 키우길 포기한 사람을...
지금에와서 만나야 하는 걸까요?
솔직하게 만나기 싫다고 하면 저는 나쁜사람이 되는 걸까요?
창문을 열고 크게 소리 지르고 싶습니다.
정말 만나고 싶지 않다고...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