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 시작함에 있어서
“상희야~~~~, 여기.”
“여기, 혜진아.”
얼마만인가 1년이 조금 넘은 것 같다. 혜진과 상희는 이제 서로 변해가는 모습을 스스로 알고 있는 듯,
“변한게 없네.”
“그러게 너도 그래.”
서로 웃음꽃을 피우며, 지난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 놓는다.
“이제, 한 선생이군. 너가 드디어 선생님이 되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벌써 1년이 되나? 아무튼 축하한다. 기지배.”
“고마워. 너 장길수 선배 알지?”
9월 어느 한가한 오후 새학기를 준비하며 서로 인사 나누고, 개강파티가 한참인 날에 혜진이와 상희는 다른 대학생과 같이 1학년 2학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혜진이는 대학생활동안 늘 선배들이 혜진을 쫓아다니곤 했다. 그런 혜진이가 좋았던 상희는 늘 같이 다니는 단짝이였고, 서로 혜진이와 상희를 자신의 동아리회원으로 가입시킬려고 하였다. 그러나 혜진이는 동아리에는 관심이 없었고 단지 문학집이나 소설책을 보는 것이 즐거움 이였던 시절이다. 상희는 선배의 권유로 노래하는 동아리 에클레시아라는 동아리에 들어갔고 결국에는 에클레시아 회장인 김동호와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동호는 길수의 동기이기도 했기에 상희는 학교시절에 길수를 몇 번 만나기도 하였다.
동호는 노래를 좋아하는 학생이었기에 에클레시아에서 회장직을 맡고 있었고 길수와는 많이 친한 친구는 아니였지만 서로 말이 통하는 동기라 서로 호감 정도를 갖고 있었다. 때문에 동호는 길수의 대학시절의 생활을 조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에클레시아에서 참가하려는 가요제가 있어서 동호는 곡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였다. 그때 길수가 술 한잔을 동호에게 청하는 것이다. 길수는 술을 못하는 친구였기 때문에 동호는 거절할 수 없었다.
“ 내가 부탁이 있는데 꼭 들어 주어야돼.”
“ 뭔데??”
“ 내가 녹음 할 것이 있어서 그런데 연습실에 있는 피아노를 잠시 사용하면 안되니?”
길수는 동호가 묻지도 않는 이야기를 혼자 중얼거리더니 누군가를 위해 꼭 해야 한다는 말로 대신하고 말아 버린다.
피아노 지리에 앉아서 건반 하나하나를 두들겨 본다. 그 소리가 빗소리 같아온다. 비 오는 날에 차안에 앉아 차 창문 유리사이로, 차 지붕사이로 빗소리가 들려오면 마음은 즐겁게 하며, 평온함을 찾게 해주는 그런 소리이다. 자연의 소리만큼이나 평온한 소리와 아름다움 소리가 또 있는가... 피아노 소리는 인간이 만들어 낸 악기 중 가장 자연의 소리와 흡사한 것 같다. 이런 소리에 흘러가듯, 길수의 손끝은 피아노 건반을 따라 만지는 것이 아닌 사람사람을 어루만지듯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동호는 길수가 치는 피아노가 아주 세련되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흐르는 음악은 마치 평온함을 건네 주는 느낌을 전해 받고 만다. 동호는 길수가 치는 피아노 선율에 감상하며 누구를 위해 녹음을 하는 것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 궁금함이 더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지만, 길수의 이마에 이슬이 맺힌 땀 한방울이 그 빛이 누구를 위한 노래인지 어렴풋이 그 내음을 내품고 있다. 아마 노동을 하며 흘리는 땀방울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그 일에 사랑하며 일하는 사람들의 땀방울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길수의 모습이 그런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후로 길수의 피아노선율로 동호는 가요제에 나가게 되었고 좋은 결과로 학교에서 에클레시아는 유명한 동아리가 되었다. 이런 뒷이야기는 동호가 상희에게 이야기함으로서 혜진이까지 알게 되었다. 혜진이가 길수을 알게 된 것이 이때 처음이였던 것이다.
두 번째로 혜진이가 길수를 본 것은 학교 도서관이 였다. 혜진이는 길수의 피아노 선율이 누굴 위해 녹음했는지 궁금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길수가 잠시 도서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길수의 자리에 앉아 한 동한 그 피아노 선율을 상상하고 있었다. 책갈피 사이에 보이는 하얀 종이 위에 내려간 글씨를 살짝 보고 있노라면 그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진다. 그 피아노가 누굴 위한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