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오전 낮 근무만 합니다.
그런데도 술에 먹힌 '술녀 아가씨'(제가 붙여본 이름)들을 피해가기가 어렵네요. ㅠㅠ
바로 어제 있었던 '술녀아가씨' 사건입니다.![]()
마땅히 손님 태울곳이 없으면 제가 즐겨 가는 곳이 바로 한신포차 골목입니다.
오전 10시 무렵, 한신포차 쪽으로 막 꺾어 들어가니 저만치서 청춘남녀가 한아가씨를 어깨에 부축하며 걸어오더니 제 차에 급제동(?)을 걸게 합니다.
그 일행을 보는 순간 "아! 술녀로구나"
딱 감이 왔지만, 손님을 가려태울만큼 배 부른(?) 택시가 아닌지라 ...사실 그것 보다는 내가 태우지 않으면 다른 택시가 안 태워줄것 같은 손님에 제가 제일로 약한 탓에 순순히 그 손님을 태웠습니다.
예상대로 이들은 '술녀'만을 태우고는 '울언니 좀 잘 데려다 주세요'이럽니다.
그래도 처음엔 이 술녀 아가씨 의식은 있었습니다.
행선지를 물으니 대림동으로 가자고 했구요.
작년의 악몽(?)이 아직도 기억이 나는지라...두렵긴 했지만...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나쁜 택시라도 만나면 어쩌겠는가 하는 생각에....
대림동으로 오는 사이, 술녀는 강남을 벗어나지도 않은 지점에서 이미 잠들어 있었습니다.![]()
대림역에 도착해 한쪽에 차를 세웠습니다.
그때 요금이 12,000여원...뒤를 돌아보며 청바지를 입고 있었던 술녀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그런데 미동도 하지 않는 겁니다.![]()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에 맞딱뜨린 저 혼자서 어케 이 아가씨를 할 수가 없으니...
고심끝에 112에 신고를 했고, 저는 차에서 내려 뒷좌석의 문을 열고 열심히 술녀를 흔들어 깨우고 있더랬습니다. 그런데 지나가던 아저씨 두 분이 제 모습을 보더니 다가옵니다.
"왜 그래요?"
"아가씨가 술먹고 잠들어서 흔들어 깨우고 있는 중인데, 필름이 끊겨서요.."
그 아저씨들 차 안을 흘끗 들여다보더니 이럽니다.
"아휴! 아가씨 꽤나 미인이네...운전사가 고생할 필요없어요. 술 먹고 기절한 사람은 땅바닥에 쫙 눕혀놓으면 찬 바람이 얼굴로 들어와서 확 깨는데..끌어내서 확 눕혀버려요..우리가 도와줄까요?"
이러면서 싱글싱글 웃는데...기분이 어찌나 나쁘던지...
"아무리 술이 취했다고 해도 어케 아가씨한테 그럽니까?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시고 빨리 가던 길이나 가시죠...."(버럭)![]()
"혼자서 처리 하려면 힘드실텐데..."
요러면서 가지도 않고 무슨 좋은 구경이 났다고 제 택시 옆에 착 달라 붙어서 쳐다만 봅니다.
그러는 사이, 그토록 기다리던 그분들이 오셨습니다. 근처 112지구대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그 분들은 제가 멈춰서 있던 관할의 소속 지구대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분들은 싫은 내색도 안했고, 외려 제 사정 얘길 꼼꼼하게 잘 들어주었습니다.
경찰관 한 분은 저를 도와서 뒷좌석에 완전히 누워있던 그 술녀를 일으켰고 저는 계속 술녀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얼마나 흔들었을까? 드디어.....술녀아가씨가 부시시 눈을 떴습니다.
(그 순간 제 기분은 마치 어떤 시험에 합격한 것처럼 기뻤다는 거....)
눈을 뜬 술녀아가씨 자기를 쳐다보는 남자4명과 나를 보더니 ...급당황을 한듯 했습니다.
(왜 남자 4명이 쳐다보고 있었는지는 잘 아시겠죠?)
그러더니 술녀 아가씨, 옆에 앉아 있던 경찰관을 막 밀어대며 이럽니다.
"아저씨 빨리 내려욧..빨리 내려요.."
그리고 뒷좌석 문을 열고 흔들어 깨우던 나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순경 한 명과 좀전의 불량(?)아저씨2명에겐 버럭 화를 내면서 이럽니다.
"빨리 택시 문 닫아요..빨리 문닫아요..빨리 가요..."
순간 저는 "아하!"하고 이 상황을 빨리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는 운전석으로 돌아와 경찰관들에게 이제 됐다고 고맙다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얼른 차를 몰고 그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그랬습니다.
깨어난 술녀아가씨는 네명의 남자가 자기를 둘러싸고 있던 상황이 당황스럽고 몹시도 부끄러웠던 겁니다. 정신이 들었는지 행선지를 제대로 안내를 하고는 모기(?) 목소리로 제게 묻습니다.
"제가 진상 안떨었나요?"
"아뇨, 계속 잠들어 있다가 이제 막 깨어나서 아무 일도 없었어요...걱정할만한 일은 없었으니까 마음 놓아도 괜찮아요."
그 사이 부근의 목적지에 도착했고 요금은 18,000원이 되었습니다.
술녀는 지갑에서 2만원을 꺼내 주었고, 저는 2천원의 거스름돈을 내어 주었는데..잔돈은 됐다면서 서둘러 내택시에서 내렸습니다.
한바탕 쓰나미가 훑고 지나간 것처럼 멍했지만...그래도 저는 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낮이라지만..그래도 나쁜 택시 안 만나서 천만다행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