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연락이 오더군요.
방송국 드라마 촬영장소 섭외팀 아르바이트 하고 있다며 한달에 120~130만원 정도를
벌 수 있다고 합디다. 같이 일하잡니다.
저 그냥 그런 줄로만 알고 따라갔습니다. 전국을 돌며 대학생 신분으론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제겐 큰 매력으로 다가왔지요, 평소에 여행 다니는 게 꿈이었는데 그렇게나마 이루고
싶었던 것도 있었구요. 그렇게 경주에서 출발해서 동서울 강남터미널인가? 거기에서 내렸더니
친구가 지하철로 마중을 나옵디다. 처음에는 경기도 분당이라더니 송파구 거여동인가?
거기로 데리고 가서 돈까스 한끼 사먹이데요?; 맛있게 먹고 나와서 한 몇분 정도를 걷다가
무슨 아파트 단지 게이트볼장 근처의 벤치에 앉았는데 내가 말했던 그 일이 아니랍디다.
그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 없이 다단계냐? 하고 장난스레 물어봤더니 역정을 내더군요
내가 너를 그딴 곳에 데리고 가겠냐며.
그 다음에 시간을 계속 끌더니 결국에는 한참 걷더니 무슨 건물로 들어갑니다.
정장입은 남정네 여편네들이 미친듯이 호들갑을 떨며 반겨주더군요 어머 누구누구씨
얘기 많이 들었어요 남자답게 잘생겼네 어쩌니 합니다 적응 안되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ㅡㅡ;
한명이 따라붙기 시작해서는 화장실까지 따라오더군요 자기네들 말로는 가이드라고 부르데요.
마케팅이네 어쩌네 미친듯이 강의를 듣고 피곤해서 자취방 들어가자마자 뻗어 잤습니다.
한 두세명 살면 딱 적당할 반지하 방에 열댓명이 훨 넘는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친구를 믿어 의심치 않았지요. 9~10시에 잠들어서 새벽 3~4시에 일어나더군요.
거두절미하고, 3일째 되는 날인가? 어김없이 강의를 듣는데 6개월 일해서 지부장이란 자리까지
올라가면 한달에 천만원도 족히 번다더군요, 그전부터 긴가민가하긴 했는데 여기서 직감했지요
이런 제기랄 다단계구나ㅠㅠ;; 진짜 한달에 천만원을 벌 수 있으면 대한민국 청년들 다
거기서 일하죠. 안그럼 미쳤다고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직장에 취업하려고 토익 공부하고
학점 따려고 도서관에서 머리 싸매겠습니까? 면접 같은 절차도 없더만 ㅡㅡ
4일째 되는날 오후엔가 집에 고이 보내주더군요 그 승냥이 소굴같은 자취방에서 빠져나와
짐가방 싸들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는데 아주 그냥 콧노래가 절로 나더군요 행복해서
이번 일로 자기 주관이 뚜렷하지 못하면 어떤 꼴을 당하는 지똑똑히 보았습니다.
자취방에서 부대끼며 살던 그 사람들 전부 다 나름대로 꿈도 확실하고
진취적이며 어딜 가더라도 열심히 살 멋진 청년들이었습니다. 당장 돈이 급하다보니까,
혹은 꿈을 이루기 위한 밑천을 빠르게 모아보려고 하다보니 판단력이 흐려져 거기서 일하게
된거지요, 저는 처음에 친구가 새끼쳐서 자기 진급하려고 저 부른 줄 알고 이용당했다는 생각에
한대 후려치기 직전까지 갔는데 나중에 둘이서 술 한잔할 시간을 주길래 소주잔 기울이며
얘기를 들어보니 이 사업 분명히 비전이 있고 잘 될거라고 생각해서 너 부른거라고
같이 일해보자고.. 눈빛에는 거짓이 없더군요. 오랜 친구라 눈만 봐도 압니다.
위에서 세뇌를 철저히 시키는 모양이더군요, 이 사업 분명히 장래성 있는 거니까 아끼는
친구들이라도 있으면 불러서 같이 사업하라는 식으로.. 지금 속이 터질 지경입니다.
그간은 친구에 대한 배신감과 자괴감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한달을 공치다시피 보내며
노가다판에 나가 근근히 용돈이나 벌어 쓰고 있습니다. 친구가 자취방 생활비 명목으로 15만원
이 필요하다 했는데 당시에는 당연히 그러겠거니 하고 어머니께 15만원을 빌렸거든요..
당장 이 달 끝나는 대로 갚아드려야 되는데 앞이 막막하네요.
이 친구 당장 꺼내야 합니다..천영사 통상에서 일해보셨던 분들이면 제일 좋고
어떻게든 저런 피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어주실 분 없나요? 이 친구는 다단계 회사 다니면서
다단계 아닌 줄 알고 있습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여러분, 제 친구를 구해야 합니다.
아깝고 꽃다운 청춘을 그런 곳에서 썩게 할 수 없고, 일말의 책임감마저도 느낍니다.
지는 지가 나름대로 영리하고 세상 좀 살 줄 안다고 생각하는 데다 어처구니 없는 자존심까지
센 놈이라 어떻게든 논리적으로 사례를 들어가며 설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 제발
도와주십시오..
끝으로 대한민국 청년 여러분들, 절대 쉽게 돈 벌 생각 하지 마세요..
제 나이 스물둘 밖에 안됐지만 이리 저리 굴러먹다 보니 세상에 공짜 없고
쉬운 일 하나 없다는 거 하나는 확실하게 압니다.
첫째도 성실 둘째도 성실 셋째도 성실입니다. 적당히 살면 적당한 밥 밖에 못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