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작년 겨울 처음 만났습니다
그녀는 부산 모 대학 공연예술학과 출신으로 키 165cm에 정말 이쁘고 청순하게 생긴 여자였어요
그리고 제 얘기 듣는 걸 좋아했고 책읽기를 좋아했죠
우리는 사귀기로 했고 한 주는 제가 부산으로 가고 한 주는 그녀가 마산으로 오는 식으로 몇 달 동안 주말마다 만나고 잠자리도 같이 했습니다
그 후 몇 달 간 매주 만나서 남들처럼 데이트를 하고 모텔에서 같이 지냈으니까요
처음 만났을 때 남자친구 없다고 했고 처음 잠자리를 할 때 첫경험이라고 했던 그녀입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해 '정말 남자친구 없냐'고 물었더니 처음엔 부정하다가 만난지 4년 된 남자가 있다더라구요.
지금은 서로 만나지도 않고 자기는 그 남자랑 헤어지길 바라는데 남자가 계속 연락한다나요.
어떡할거냐니까 정리하겠다고 하더군요
헌데 시간이 지나도 소식이 없길래 물어봤더니
말 못하겠다면서 그 사람이 먼저 헤어지자고 하거나 그 사람에게 딴 여자가 생겼음 좋겠다고 하더군요
전 정말 그런줄로만 알았어요
차마 거짓말할 여자로 안보였거든요
그 후로 간혹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데 그 거짓말까지도 사랑스러워 보였어요.
함께 있을 때 그녀의 표정 몸짓 그리고 문자 메시지나 평일에 메신져로 대화할 때 그녀가 했던 말들
모든 것들이 거짓이라고 생각되지 않았으니까요. 아직까지두요.
그러다 올해 초에 그녀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더니 어느날 갑자기 필리핀으로 6개월간 어학연수를 가겠다고 하더군요. 개발음 필리핀에 무슨 어학 연수냐며 만류해봐도, 직장에 오래 못있고 자꾸 옮기는 게 남들 보기도 안좋고 또 취업할 의욕도 없어서 한국엔 못있겠다고 하더군요
그 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무슨 일이든 저한테 얘기하고 늘쌍 남들처럼 그렇게 지냈어요
그 사람이 있다는 것만 빼고 말이죠
그리고 2월 20일이 출국일이었는데 바로 전 설 연휴까지도 같이 밤을 지냈어요
아직도 그 때 그녀의 말이나 행동을 생각하면 그게 거짓이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그녀는 도착해서 이틀 후에 폰번호를 가르쳐줬고 전 매일 전화를 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갑자기 전화가 안되더라구요.
이거 원 국제전화라는 게 분명 맞는 번호인데도 없는 번호라고 하는 경우도 많아서 안받는 건지 못받는 건지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닌지 너무 걱정이 되어서 더 자주 전화를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필리핀 남자 전화를 받더니, 그 전화기 자기가 빌려줬던 거라면서 이제 지가 쓴다고 말하더군요. 어이가 없어서 거짓말 하지 말라고 말하는데 끊기더군요.
그래서 필리핀 현지에 사는 친구한테 부탁해서 전화해보라고 했더니 그녀가 받더랍니다.
다시 제가 전화해봤더니 또 필리핀 놈이 받더라구요.
아, 그 때 기분이란 참.. 갑자기 내가 싫어졌나 해서 마음이 너무 아프더군요
떠나는 전날 밤까지 사랑한다 그러고, 거기 가서도 통화하던 사람이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문자를 넣었어요. 무슨 일이든 말로 하자구요. 그만 두더라도 인격적으로 말을 해야 옳지 않느냐구요.
그리고 엇그제서야 연락이 되어서 통화를 됐는데 이젠 안그러겠다고 사랑한다고 하더니
오늘 또 통화가 안되더군요. 이번엔 한국 남자가 받더더니 저더러 스토커 아니냐면서 xx이 남자친구 있다지 않냐고 이빨을 까대는데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더라구요.
그래서 욕 좀 섞어서 뭘 안다고 주제 넘게 끼어드냐고, 당신은 스토커랑 몇 달 동안 주말마다 만나서 밤새냐고 그랬더니 다시 그녀가 받더군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니가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는데 나도 그 사람한테 우리 관계 말할까? 라고 했어요
치사하지만 스토커로 몰린데다 정신이 없었지만 정말 그럴 참은 아니었죠
정말 그럴거야? 라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오늘 싸이도 탈퇴해놨네요
전화 받은 놈은 아무 잘못 없이 그녀의 말에 나름 정의감에 타올라서 그랬을 터인데
옆에 있었으면 손에 잡히는 대로 들어서 대가리라도 찍어버리고픈 심정이었습니다
헌데 여전히 그녀는 미워할 수가 없어요
그녀에겐 이런 내가 더 싫어질 수도 있겠네요
휴 긴 글이지만 그 간 있었던 얘기 어떻게 다 표현을 할까요.
전 아직도 그녀가 했던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되지 않거든요..
처음부터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했다면..
아니, 필리핀에 가서 맘이 바뀌었을 때 그만 만나자고 말이라도 했더라면 제 기분이 이렇게까지 슬프진 않았을 거고, 저도 그녀를 놔줬을텐데
왜 그렇게 갑자기 피하다가, 저한텐 생면부지이고 그녀에게는 어학원 아는 사람들인 남자들에게 전화를 대신 받으라고 했을까요
그녀는 스물여섯, 전 스물여덟. 적지 않은 나이인데 그녀는 왜 그렇게 해야만 했으며 전 왜 몰랐을까요
그 간 좋은 기억이나마 가지고 좋게 끝낼 수도 있었을텐데
쪽팔리기도 하고 그녀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친구들한테도 말도 못하겠어요
그래서 더 맘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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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이메일에 뭔가 와 있어서 보니 오늘의 톡이 어쩌고 메일이 와 있네요
남의 일이라고, 인터넷이라고 자음남발에 막말도 참 많이 해주셨네요
절 나무라거나 욕하는 건 받아들이거나 그저 웃고 마는데 그녀를 욕하는 댓글은 맘아프게 하네요.
즐겼으면 되지 않았냐, 이쁘니까 그랬겠지 라는 둥
타의에 의한 총각들과 자기 여자친구의 외모에 만족 못하는 분들의 댓글도 보이구요.
솔직히 정말 못났더라면 애초에 호감이 가지 않았을 테죠
하지만 제 아무리 이뻐도 마음 주지 않으면 그만이고 겉모습만 이쁘면 다 마음주나요
말할 거 다 하고 지랄한다느니 하실지 모르겠지만 전 결코 그녀를 욕해달라고 적은 게 아닙니다.
제목이 왜 저렇냐는데, 제목 저대로가 솔직한 심정이었거든요.
절 스토커니 하던 놈한테 했던 말도, 그 때문에 그놈이 그녀를 싼 여자로 생각할까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못잊어서도 아닙니다.
쏘아 버린 화살, 흘러간 강물, 지난 시간 그리고 떠난 마음은 잡을 수 없지요. 전들 모르겠습니까
다만 아무 말도 없이 그저 피하려고만 하는 그녀의 행동이 답답했고 친구들한테도 말할 수 없는 마음을 적었을 뿐이예요
감정은 늘 변하죠. 사람은 누구나 변하고 그래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첨엔 궁상 떨려고 그런 건 아닌데 잠이 오질 않고 밥을 입에 댈 여유가 없이 지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도 변했고, 그래서 살아갈 겁니다.
받지 않는 전화도 이젠 더 이상 하지 않을 겁니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그녀는 예방주사 맞으러 줄 서있는 애들처럼 얼마나 조마조마했을까요
한 쪽 말만 듣고 모르는 겁니다. 혹 그녀가 글을 쓴다면 당신들도 그 놈처럼 절 욕할지도 모르죠.
분명한 건 그녀는 일부 댓글처럼 몸 함부로 놀리는 여자가 아니고 뭘 퍼다줬냐느니 하는데 그것도 아닙니다.
그녀는 그저 친구 같은 사이로 지내려는 걸 제가 들이댄 거고, 그녀가 쓸 때도 자주 있었습니다
제가 너무 성급해서 이렇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좀 더 애틋한 추억 갖지 못하고, 약속 늦을 때면 투덜거린 것도 후회가 됩니다.
그 사람과는 참 많은 추억이 있을텐데 말이죠.
무엇보다 어떤 분이 남기신 댓글,
여기서 제일 불쌍한 건 4년 된 그 남자라는 말에
그녀가 솔직히 얘기했을 때 놓아주지 못한 나도 가해자가 아닌가.
저와의 일을 모르고 오랜 연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되든 알게 되든, 어쩌면 그 분만이 유일한 피해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아파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 아물려 합니다
이제 이 글도 안볼거구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