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2시쯤이었습니다.
바람도 넘 차갑게 불고 있었더랬죠.
강남의 차병원 사거리를 조금 못 미쳤는데 골목 안쪽에서 한 아가씨가 보였습니다.
잠시 손님을 기다렸더니, 저를 발견하고는 뛰어와서 얼른 타 주었습니다.
"많이 추우시죠? 어디까지 모실까요?"
"예, 왕십리 00앞이요"
그쪽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가는데 아가씨가 제게 이럽니다.
"10만원짜리 수표 거슬러 주실 수 있으시죠?"
"예, 물론 입니다."![]()
업무종료를 2시간 정도 앞 둔 시점이라 가능한 주문이기도 했습니다.
이윽고 차는 응봉동 사거리에 잠시 멈춰 섰습니다.
손님이 요구했던 목적지로 가려면 왕십리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해야했지만
아가씨는 행당동쪽으로 좌회전해서 골목길로 들어가 달라고 했습니다.
골목길에서 몇 대의 차와 만나 어렵살이 교행을 해나간 끝에
2층에 피씨방이 있는 건물 앞에 멈춰 섰습니다.
그때 나온 요금이 6,600원.
저는 볼펜을 주며 수표 뒷면에 이서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이서할때는 주민증을 대조해야 하는 게 운전기사의 기본적인 업무수칙인데...
그런데 이 아가씨는 주민증과 신분증을 잃어버렸다면서...그냥 이름과 전번만 쓰려고 했습니다.
이럴땐 참 많이 곤란해지지만 그래도 제가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섣부리 무모해질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아가씨의 안타까운 심정이야 이해하지만...그래도 만일의 사고에는 대비할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안타까웠는지 아가씨도 제게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이거, 믿을수 있는 수표에요...어쩌나,, 제가 가진 현금은 천원짜리 5장 밖에 없어서요."![]()
"그러시다면..괜찮으니까요..5천원만 주세요..."![]()
그랬더니, 아가씨 손님이 제게 이럽니다.
"아휴, 안돼요. 골목까지 힘들게 들어와 주셨는데, 돈 적게 드리면 더 안돼죠....저기요. 죄송하지만 잠
깐만 기다려주세요. 피씨방에 친구가 있거든요..잠깐만 계세요."
이러더니. 그 아가씨는 10만원짜리 수표가 든 지갑과 함께 손가방을 통째로 택시에 놔둔채
2층 건물로 올라가는 겁니다.
제가 도망이라도 가면 어쩌려구 그렇게 했을까요..
순간 아가씨의 그 무모함(?)을 보면서 제 마음이 참 많이도 미안해졌습니다.![]()
잠시후, 아가씨는 5천원에 2천원을 더 보태어 차비를 주었습니다.
저는 그때, 백원자리 동전 4개를 거스름돈으로 아가씨에게 내밀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아가씨는 활작 웃으며 손을 내저었습니다.
"골목까지 들어와 주신것도 감사한데요...잔돈 안 주셔도 돼요. 고맙습니다."![]()
돌아오는 길..그 아가씨 손님을 못 믿어준 게 참 많이도 미안했습니다.
그러나, 택시 손님이 내민 수표앞에서..본인 확인차 주민증 확인만큼은 피해갈수 없는 일이었기에
어쩔수가 없었던 일이었습니다.
그 아가씨가 이 글을 읽게 되길 바라며... 안타까웠고 미안했던 제마음을 이렇게나마 전해봅니다.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시구요..좋은 일만 있기를 바랄게요."![]()